사람들은 현재의 자원을 미래의 자원보다 선호하는데, 그에 따라 발생하는 현재 자원의 미래 자원에 대한 시간 프리미엄이 이자다. 또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선호에 따라 소득을 소비와 저축으로 나누어 배분한다. 자본가(capitalist)는 그의 시간선호에 따른 저축을 바탕으로 ‘현재의 자원’을 제공하고 ‘미래의 자원’을 사는 사람이다. 즉 자본가는 근로자와 토지소유자가 보유하는 자연적(nature-given) 생산요소에 각각 임금과 지대 형태로 현재의 자원을 제공하고, 이들 요소를 활용하여 시간이 걸리는 생산 과정을 통해 미래에 현재화되는 상품을 팔아 소득을 얻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본가는 시간에 대한 보상인 이자를 소득으로 얻는다.
다음으로 기업가(entrepreneur)의 소득 특성을 알기 위해서는 위험(risk)과 불확실성(uncertainty)의 개념을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위험은 급간 또는 빈도 확률(class probability)과 관련된 것이다. 즉 위험은 특정 사건이나 현상이 속하는 동질적 특성을 가진 집단(class) 전체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것이 있으나, 그 특정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는 그것이 그런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 외에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텔레비전을 만드는 회사의 품질보증 담당관은 과거의 축적된 자료를 이용하여 불량률이 평균적으로 이를테면 1%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어떤 텔레비전이 불량품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경험적 확률과 그에 따른 손해액을 알 수 있는 위험이 발생하며, 이는 비용으로 계산된다. 그래서 위험은 이윤의 원천이 아니다. 보험이 적절한 예다.
보험은 빈도 확률과 관련된 위험을 분산시키는 장치다. 자동차 손해 보험회사가 가입자 중 누가 언제 어느 정도 심각한 교통사고를 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축적된 자료를 통해 가입자 집단 전체의 연간 교통사고율과 평균적 피해액을 알 수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각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를 가급적 정확하게 산정하기 위해 그들의 성, 나이, 직업, 과거의 사고 이력 등을 기준으로 위험의 정도를 분류하고 동질화하여 보험료를 매긴다.
반면에 불확실성은 사례별 확률(case probability)과 관련되는데, 특정 사건이나 현상을 집단 내에 동질화할 수 없는 경우다. 그런 사건이나 현상은 유사한 점도 있지만 각 사건이나 현상별로 고유하며 동질적이 아니다. 즉 우리가 그런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아는 사항도 있지만 모르는 사항도 많다. 경험적 확률과 평균적 피해액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보험시장이 생기지 않는다.
기업가의 기능은 시장에서 저평가(underpriced)된 생산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한 후 팔아서 이윤을 얻는 것이다. 문제는 특정 생산요소가 저평가되었다는 기업가의 사전적(事前的) 판단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생산한 상품을 시장에서 팔아본 연후에 사후적(事後的)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그런 예측이 옳은 것으로 밝혀지면 이윤을 얻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지만, 틀린 것으로 밝혀지면 손해를 보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에는 다소 유사한 점도 있지만 각 기업가에 고유한 것이어서 알 수 없는 사항도 많다. 기업가의 성공과 실패 확률은 빈도 확률이 아니라 사례별 확률에 속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가가 얻는 이윤의 원천은 불확실성이며 바로 이 이윤이 기업가의 소득이다.
마지막으로 경영자(manager)는 기업가를 도와 기업 내의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며, 그 소득은 자본가와 기업가의 소득과는 달리 임금 성격의 보수다. 주식회사의 경우 기업가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책정한 경영자의 보수는 최종적으로 주주들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많은 경우 한 개인이 복수의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개념적으로는 자본가와 기업가의 기능을 분리할 수 있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개인들을 기능별로 이분(二分)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가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을 ‘자본가-기업가’로 묶어서 개념화한다. 이들 개인이 얻는 소득 역시 복수의 기능 수행에 따른 소득이 혼재되어 있다.
이렇듯 기업 내에서 수행하는 기능에 따른 자본가-기업가-경영자의 소득이 시간선호와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 등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이들의 보수와 기업 내의 의사결정 등에 대한 논의의 기초가 된다.
우선 이들이 얻는 소득의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 잣대를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 각종 소득은 상호작용하는 개인들의 주관적 판단이 시장에서 시현된 것일 뿐이므로 이에 대한 표준적 지침을 마련할 수는 없다.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라는 입법도 이런 점을 간과한 것이다. 공개와 비공개의 장단점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일반 기업은 물론 주식회사 내의 의사결정에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현재의 자원을 소득으로 얻는 근로자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의 자원을 통해 소득을 얻는 자본가-기업가의 의사가 한결 더 크게 반영돼야 한다는 사실 등을 도출할 수 있다.
김영용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yykim@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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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나이트(Frank H. Knight)의 『Risk, Uncertainty and Profit』제7장, 미제스(Ludwig von Mises)의
『Human Action』 제6장, 라스바드(Murray N. Rothbard)의 『Man, Economy, and State』 제7장과 제8장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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