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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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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문제...전세를 포기해야 해결할 수 있어


고소득, 유주택자까지 가세한 전세수요


‘전세가 고공행진’, ‘미친 전세’, ‘씨마른 전세’... 최근 언론에 비춰진 전세시장의 모습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세가격은 반복적으로 급등기를 겪어 왔다. 그러나 올 1~7월까지 전국의 전세가격은 2.1%, 서울 2.5% 상승한 게 전부다. 반면, 전세 가구를 압박했던 월세전환이율1) 이나 월세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단순히 가격 상승률이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세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은 늘어야 정상인데 현재의 전세시장은 이러한 기초적인 원리도 작동되지 않는다.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세’로 나온 주택 자체가 없다고 한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임대인들이 늘면서 전세주택은 점점 반전세나 월세주택으로 변하고 있다. 그나마 전세 주택이 나와도 집주인의 대출이 많은 전세 주택은 ’깡통 전세‘라고 임차인들이 기피한다. 그러니 ’온전한 전세주택‘은 귀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싸다. 그런데도 전세수요는 더 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해 전세로 밖에 살 수 없는 가구뿐만 아니라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있어도 전세로 거주하려는 수요까지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유주택자이면서 전세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2010)에 의하면 수도권 전세 가구 4분의 1이 타지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유주택자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근접해도 이처럼 타지에 주택을 보유한 가구들이 매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거나 2주택보유자가 되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타 지역의 매매가격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지불하는 고소득층 전세가구도 많다. 강남의 신축 30평형대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6억~8억 수준이다. 이는 서울시 전체 평균 주택 매매가격의 두 배 수준이다. 물론 여전히 아직은 구매력이 부족해 전세로 밖에는 살 수 없는 가구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전세 서민’이라는 말은 일부 계층에게만 해당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전세유지하려는 정책으로는 전세문제 해결 할 수 없어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전세자금 대출지원으로 전세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 결과 임차자의 월세전환에 대한 대항력이 커지면서 전세가격은 더 올랐다. 수요를 오히려 늘린 셈이다. 뒤늦게 전세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정책을 추가하였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매매가격 상승이 전제되지 않으면 전세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 수요 역시 매매나 월세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전세가구의 사정이 제각각이다 보니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세의 매매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대책이 추가되었지만 전세가구의 매매전환 역시 다양한 사정들로 여의치 않다. 전세가구 중 유주택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전세보증금에 이미 대출이 포함되어 있어 자가로 전환하려면 기존 주택을 처분하던지 많은 대출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 문제가 반복될 때마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전세시장을 유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임대차 거래량에서 월세의 비중은 늘어나고 대신 전세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반복되는 것 같지만 전세시장의 문제는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주택임대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하면서 ‘전세’가 사라지는 과정인 셈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정책적으로 전세제도를 유지하려고 해도 이 흐름을 바꾸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월세가격과 월세 전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월세주택 공급이 증가하면서 시장기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월세로의 전환은 싫고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도 내집 마련으로 돌아서는 가구들도 있다. 시장이 스스로 전세보다는 매매나 월세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최근의 ‘전세 문제’는 주택 임대차 시장의 구조가 변화는 임계점에서 겪게 되는 ‘성장통’인 셈이다.


월세시장의 정착, 자가 거주 장려 필요


그렇다면 정책은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여전히 전월세 보증금 마련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게는 현재와 같이 저리의 전월세 보증금 대출지원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저렴한 전월세 주택의 공급확대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주택구입능력이 있어도 전세로 머무르는 임차가구에 대해서는 전세지원은 축소하고 매매나 월세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 월세시장이 전세보다 불리하다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월세 임대료 보증제도, 임대주택관리제도 및 임대사업자 지원방안 등 다양한 제도 정비도 요구된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 주택임대관리업을 도입하는 주택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점진적으로 소득공제가 축소되는 가운데 주거비의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것은 근로소득자들에게 환영받을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적정 자가거주를 장려하는 사회 및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의 경험에서 자가거주 가구들이 임차가구들에 비해 지역 커뮤니티활동의 참여나 주택의 유지 관리 보수 등에 적극적이라고 판명되었다. 또한 복지재정 마련을 위한 안정적인 지방세 세수확보 측면에서도 자가 거주를 장려하는 것은 필요한 정책이다. 시대의 큰 구조적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즉 전세를 포기해야 지금의 전세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hakim@cerik.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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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세/(전세보증금-월세보증금)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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