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l    KERI 컬럼

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정보의 비대칭성과 전문가의 직업윤리


최근 금융감독원 출신 낙하산 감사들이 저축은행 대주주 경영진들이 비리와 반칙을 저지를 때 방조하거나 불법 대출과 분식회계에 가담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면 희소한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어도 이런 결과가 되지 않는 경우를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라고 말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정보가 비대칭적인(information asymmetry) 경우이다. 거래 당사자 사이에 거래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동일하지 않는, 즉 비대칭적인 경우이다. 음식의 품질에 대한 정보를 음식점 주인은 잘 알지만 손님은 그만큼 모를 때 주인과 손님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 경우 주인은 손님의 무지를 악용해서 품질이 낮은 음식을 정상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도의적 해이(moral hazard)’ 문제라고 부른다.


물론 손님은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인들에게 물어도 보고, 인터넷에 들어가 해당 음식점의 음식 맛에 대한 경험자들의 정보를 찾아볼 것이다. 더구나 한 번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거래하다보면 실제로 가격에 비해 음식 맛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자격증제도나 관리감독기구 만들어 정보 비대칭성 문제 해결


어찌됐든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발생하는 도의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정보를 수집해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수집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만약 누군가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자기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좋은 음식점과 나쁜 음식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모두들 공짜로 정보를 얻으려고만 하고 아무도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이른바 ‘무임승차(free rider)’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 세금으로 비용을 부담해서 정부로 하여금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해 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이 변호사, 회계사, 교사 자격증과 같은 자격증제도이다. 정부가 학교에 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임용하도록 하면 학부모들은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 담임선생의 능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없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정부가 생산자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품질정보를 수집하고, 또 저질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자가 나오면 징계하도록 관리감독하게 하는 것이다.


정부가 인정한 자격증이나 관리감독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국민은 전폭적 신뢰를 보낸다. 그 이유는 그들이 어려운 국가고시를 거쳐 자격증을 받았고, 또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고도의 지식과 수련과정을 거친 사람만이 품질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인회계사의 감사보고서를 믿고 주식투자자들은 특정 회사의 주식에 투자한다. 감독기관의 감사결과를 신뢰하고 해당 기업과 거래한다.


정부가 공인한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나 감독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전문가 또는 프로페셔널이라 부르고, 우리 사회는 특별한 대접을 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고객 또는 국민이 자기만큼 정보의 품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여기에도 전문가와 고객 또는 국민 사이에 또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한다. 회계사가 검은 돈을 받고 부실기업의 회계감사 결과를 조작한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의사가 돈을 받고 병역을 회피하도록 멀쩡한 어깨를 탈골수술해 주는 ‘도의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전문가들이 고객이나 국민의 신뢰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직업윤리를 저버리면 정부가 공인한 사기꾼으로 전락하게 되고, 국민은 그들을 신뢰하기 때문에 적발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의 직업윤리는 시장실패를 최대한 방지하는 것


전문가들의 직업윤리는 시장의 실패를 방지해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시장경제의 기초이다. 먼저 전문가들은 스스로 자신의 직분에 대해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져 금전적 유혹을 떨쳐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고액의 사례를 하거나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도록 대우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 집단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는 전문가의 윤리의식 결여는 시장경제의 기초를 흔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직업윤리를 배반한 전문가들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사회이다.


손정식 (한양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jsonny@hanyang.ac.kr)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