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초과이익공유제 방안을 제시한 후 이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다. 동반성장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신청 결과를 지난달 발표한 데 이어 6~7월 두 달간 실태조사를 벌인 후 8월말에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을 정하는 것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사업영역을 정부가 나서서 구분한다는 의미에서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반하는 본질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만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나름대로의 합헌성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자유시장 경제주의를 제1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동반성장위가 마련한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합헌성을 갖는지의 여부는 사안별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고유업종제 폐지 사유 불식되지 않고 대안도 없어
동반성장위의 가이드라인을 두고 대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로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성의 여지를 안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비례의 원칙’이라고도 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 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것으로 크게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들 수 있다.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동반성장위의 가이드라인 내용에 대한 합헌성을 판단한 후 그 타당성과 실효성 여부를 확인하여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이번 가이드라인의 목적의 정당성 부분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2006년 당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폐지하게 된 이유는 ① 사회ㆍ경제적 제 조건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이분적 구분의 어려움 발생, ②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보다는 다수의 중소 자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현상 대두, ③ 중소기업들이 기술이나 품질경쟁보다는 가격경쟁에 주력함으로써 기술 및 품질 향상이 미흡한 현상 발생, ④ 외국기업의 시장 참여 및 외국제품 수입으로 인한 국내 시장 잠식현상 발생, ⑤ 지정 전 진입한 대기업의 계속 생산은 허용하면서 신규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기존 대기업의 독과점적 시장성과를 보장해 주는 부작용 등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합헌성은 물론이고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5개 원인이 불식되었거나 최소한 대안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올 4월 동반성장위가 발표한 가이드라인 안을 보면 이러한 언급은 전혀 없고, 단지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후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대한 진출이 확대되어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번 가이드라인 역시 앞서 언급한 5가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애매모호한 명분을 가지고 과거 제도로 회귀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동반성장위의 가이드라인이 그 목적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가이드라인의 목적이 정당하지 못한 규제 정책이라는 점에서 위헌성의 여지를 안고 있음은 물론이고 실효성 역시 확보하지 못한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정책의 합목적성ㆍ방법의 적절성ㆍ피해의 최소성ㆍ법익의 균형성 모두 미비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을 정하는 동방성장위의 가이드라인이 그 방법상 적절한지 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동반성장위가 최근 중소기업에만 어울리는 이른바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을 받은 결과 총 129개 업종의 234개 품목이 신청되었다. 김치ㆍ두부 등 먹을거리부터 데스크톱PCㆍ금형ㆍ레미콘ㆍ내비게이션까지 광범위한 업종이 걸려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제조업종이 지정 신청을 했으며, 이대로 지정한다면 모든 업종에 대기업의 진출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동반성장위가 신청된 모든 업종과 품목을 지정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품목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중소 레미콘업계 대표들이 거리로 나서 레미콘업종의 지정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을 하는 등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향후 부적합 품목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산 넘어 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에 가이드라인 작성이 그 방법 면에서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 또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을 정하는 동방성장위의 가이드라인이 규제 대상이 되는 대기업의 피해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규제 방법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청된 품목들 모두 지정되는 경우 대기업이 진출할 사업 업종과 품목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신청된 품목들 중 몇 개나 부적합 판정을 내릴지 여부에 따라 피해의 최소성 요건 충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난 3일 동반성장위의 실무위원회가 신청된 234개 품목 가운데 단 4개 품목만을 반려하고 230개 품목에 대해 세부 심사키로 한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부적합 판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대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풀무원 두부사업 퇴출 위기 논란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최근 통 큰 치킨 사건에서 보듯이 소비자들은 싼 가격으로 고품질의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가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러한 욕구를 억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 피해 또한 최소화할 마땅한 방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을 정하는 동방성장위의 가이드라인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중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침해함은 물론이고 시장에서의 효율성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방성장위의 가이드라인이 법익의 균형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법익의 균형성이란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회적으로 얻는 이익이 최소한 대기업들이 상실하는 이익과 동일하거나 또는 커야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폐지할 당시 폐지 사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외국기업의 시장 참여 및 외국제품 수입으로 인한 국내 시장 잠식현상 발생”을 들었던 것처럼 이번 동반성장위의 정책 또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어떠한 품목이 지정되든 중소기업들이 외국제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외국제품에 우리 시장을 잠식당하는 경제 식민지화를 초래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번 동반성장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지정 사업 역시 법익의 균형성을 침해할 위헌성의 여지를 안고 있음은 물론이고 이 정책의 실효성 역시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중소기업 먹을거리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설정해선 안 돼
이러한 여러 가지 점들을 고찰해 볼 때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지정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최선일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현재의 진행정도를 고려해 볼 때 이 사업을 철회하는 것 역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번 정책을 연착륙시킬 새로운 방법론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동반성장위가 제기한 중소기업 품목 지정 사업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러한 어려움을 중소기업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이러한 목적 범위 내에서 그 방법론을 찾는다면 이 정책의 합목적성은 물론이고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요건 모두를 충족시키는 정책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 그 기준을 중소기업들의 먹을거리를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설정해서는 안 되고, 해당 중소기업의 성장잠재력과 이들의 사업영역을 보호해야 할 불가피성을 핵심요인으로 하여 지정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기업소송연구회 회장, shchun@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