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지방채가 2009년에 무려 33% 증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지방채의 증가는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서 불가피한 면이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은 금융위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2006~2010년간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 수입인 세수 및 세외 수입이 연 6.8%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은 연 8.7%씩이나 늘렸으며,1) 호화청사 건립 등 불요불급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여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지방자치단체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원인은 재정의 자율성은 확대된 반면, 그에 준하는 책임성을 강화하는 조치들이 뒤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대해 책임지울 수 있는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목적은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서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재원으로 재정사업을 운영할 경우에는 재정운영이 방만해지면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으면서 세 부담만 늘어나므로 지역민들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떠나게 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 유치를 위해 세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재정사업의 효과는 극대화하는 경쟁에 참여하게 된다. 이 경우 지역민들은 재정운용이 효율적인 지방자치단체를 찾아다니는'발로 하는 투표(vote on the feet)'를 통해서 재정운용이 방만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추궁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자립도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지출의 자율성은 더 큰 반면 세수 기반은 취약하여 중앙정부 지원 의존도가 높다.2)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지출은 총 재정지출의 40.6%를 차지하여 OECD 평균인 33.5%보다 높은 반면에 지방자치단체 세입은 총 세입의 22.4%에 그쳐 OECD 평균인 24.0%보다 오히려 낮다. 이 격차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이전재원으로 보전되는데, 우리나라는 총 세수 대비 이전재원의 비중3)이 37.7%로 OECD 평균인 23.0%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민들은 재정사업의 편익은 전유하지만 비용은 부담하지 않게 되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보다는 재정지출을 일단 확대하고 그 부담은 중앙정부에 전가할 것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운용 효율화 경쟁보다 재정지출 확대 경쟁을 벌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이 전반적으로 방만해지게 된다. 지역민들의 이러한 요구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중앙정부에게 재정운용의 건전성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중 지방자치단체가 재량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일반보조금(Non-earmarked grant)인 지방교부세의 비중이 50.7%로 OECD 평균 43.6%를 상회4)하여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을 견제할 수단이 부족하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대해서 지역주민들이 책임을 묻지 않고 있으며 재원을 부담하는 중앙정부도 책임을 물을 수단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책임성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지역공공재의 공급에 국한하여 재정지출 부담을 축소해야 한다. 그리고 축소된 재정지출 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재정자립도를 강화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출 효율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사전ㆍ사후적 감독기능을 강화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네 가지 제도적인 개혁을 제안한다.
첫째, 대규모 재정사업은 원칙적으로 중앙정부가 실행한다. 재정운용의 난맥상을 드러낸 지자체들은 국제행사 유치, 거대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 대형 사업을 추진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사업들의 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사업들은 그 편익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중앙정부가 재원의 투입을 결정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둘째, 자체 사업은 자체 재원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기반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서 탄력세율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보통교부세 산정기준을 개편한다. 탄력세율제도는 16개 지방세목 중 11개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탄력세율제도가 적용되는 세목의 세수가 전체 지방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3.4%로 OECD 평균인 71.0%보다 높아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여지가 있다.5)
그러나 탄력세율제도의 이용은 매우 부진하다.6) 그 중요한 요인은 탄력세율제도를 활용하여 세수를 확대하면 재정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그 결과 재정력이 낮은 지방자치단체에 더 많이 배분되는 보통교부세가 삭감되기 때문이다.7) 이 경우 재정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세수 대신에 지역내총생산과 같은 세원을 나타내는 지표를 사용하면 탄력세율제도를 활용해도 재정력 평가는 유지되고, 보통교부세도 삭감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세입 확보를 위해서 탄력세율제도를 활용할 유인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탄력세율제도를 활용해도 재원이 부족하여 부득이하게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용을 감시ㆍ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들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중앙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예비타당성 평가’와 ‘예산사업 자율평가’제도를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사업 중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사전적 타당성 평가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교부금 지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 한다.8) 그리고 사업 시행 후에는 성과 평가를 실시하여 성과가 미흡할 경우에는 차기년도 교부금 배정에 반영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는 재정자립이 가능한 행정구역으로 개편한다. 지역 간 경제력 격차가 심하여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자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2009년 현재 종합소득세 부과인원의 57.2%, 법인세 납부 법인의 56.2%가 수도권에 소재할 정도로 세원의 지역적인 편재가 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자립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 가능성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을 재편해야 한다.
강성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ungwonk@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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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초예산, 순계 기준 (재정고 홈페이지 www.lofin.mopas.go.kr)
2) 사회보장기금을 제외한 총 세수를 의미. 2005년 기준(심혜정,『지방정부 재정자주권의 국제비교와 정책적 시
사점』, 경제현안분석 제35호, 국회예산정책처, 2008.)
3) 2006년 기준 (심혜정,『지방정부 재정자주권의 국제비교와 정책적 시사점』, 경제현안분석 제35호, 국회예산
정책처, 2008.)
4) 2004년 기준(심혜정,『지방정부 재정자주권의 국제비교와 정책적 시사점』, 경제현안분석 제35호, 국회예산
정책처, 2008.)
5) 2002년 기준 (심혜정,『지방정부 재정자주권의 국제비교와 정책적 시사점』, 경제현안분석 제35호, 국회예산
정책처, 2008.)
6)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산세 세율을 인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탄력세율제도 활용은 미약하다.(이영환
ㆍ황진영ㆍ신영임,『지방소득세ㆍ지방소비세 도입과 향후과제』, 경제현안분석 제43호, 국회예산정책처,
2009. 11.)
7) 구체적으로 보통교부세는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의 격차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현 제도하에서 기
준재정수입액은 과거 세수를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세수가 증대하면 일반교부금이 감소한다. 세수 증대에 따
른 교부세 손실은 세수 증대의 73.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2008년 기준; 안종석, 『지방교부세 배분방
식 개편에 관한 연구』, 한국조세연구원, 2009. 11.). 현 보통교부세 산정공식은 지출 삭감 혹은 세수 증대를
통해 건전성을 제고한 지방자치단체에 가산점을 부여하여 재정건전성 강화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는
있으나, 그 효과가 미약하여 세수 증대 시 보통교부세 삭감 효과가 압도적으로 나타난다.
8) 현재 소요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인 신규 투ㆍ융자 사업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전문기관에 타당성 평
가를 의뢰하게 되어 있으나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41조의 2) 이는 중앙정부의 예비타당성평가 대상(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정부지원 300억 원 이상; 국가재정법 시행령 제13조의 1)과 같은 규모이다. 지방자치단체 재정
규모가 중앙정부보다 작은 만큼 전문기관 평가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