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은행이었던 시티은행의 주가가 아직 4달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면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를 완전히 벗어나는 데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우리 경제가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은 8.1%를 기록하였고, 2/4분기에는 7.2%를 기록하여 근래 10년 사이에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대기업들도 사상 유래 없는 좋은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1/4분기에 4조4,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데 이어 2/4분기에도 5조1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우리 경제는 거시경제지표가 호전되고 대표 기업들의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과 일반 국민들은 경기호전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기업가들의 체감경기를 대변하는 BSI는 7월 중 전월에 비해 2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의 업황BSI는 100 이하에 머무르고 있어서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업황이 비관적이라고 답하고 있다. 더구나 내수기업의 업황BSI는 96으로 더욱 비관적인 대답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표경기는 호전되고 있으나 체감경기가 따로 느껴지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 간의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먼저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의 차이를 들 수 있다. GDP는 국내의 총체적 생산활동을 측정하는 지표라면, GNI는 이러한 생산활동을 통하여 획득한 소득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GNI는 GDP에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손익을 차감하여 구한다. 수출상품과 수입상품의 교환비율인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일정량의 수출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수량이 감소하게 되므로 생산활동이 늘어나더라도 국민소득의 실질구매력은 그 만큼 증가하지 못하게 된다. 2005년 100을 기준으로 올해 1/4분기 교역조건은 85.6으로서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올해 2/4분기 GDP는 전기대비 연율로 6%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반면 GNI는 같은 기간 동안 연율로 2%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교역조건의 악화로 인하여 생산활동의 증가에 비해 소득의 증가가 미치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지표경기보다 나쁘게 느껴진다.
둘째, 높은 경제성장과 영업실적 호조가 특정부문에 국한되어 경제전반적인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격차가 여전하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수출비중이 높은 제조업의 경우 1/4분기 4.2% 성장한 데 이어 2/4분기에도 전기 대비 5.1%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업은 부동산 임대업이나 금융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업종 전체적으로는 0.2% 성장에 그쳤다. 2009년 기준으로 내수업종의 취업자 비중이 83%에 달하는데 비해 수출업종의 취업자 비중은 17%에 그친다. 고용비중이 낮은 업종에 경기호전이 집중되다보니 많은 국민들이 골고루 경기호전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기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 경기와의 연관성이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2/4분기 37조8,900억 원의 매출과 5조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그런데 매출과 이익의 대부분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거둬들인 것이다. 해외 매출은 86%를 차지하여 국내 매출 14%를 압도하였다. 삼성전자 제품 가운데 10개 중 9개가량이 해외에서 팔렸다는 것이다. 또한 전체 실적에서 국내 세트부분이 차지하는 영업이익의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률 13%에 크게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여기고 있는 삼성전자의 영업활동과 이익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만큼 국내 경기와의 연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삼성전자의 주주구성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월말 현재 49%에 달한다. 따라서 이러한 삼성전자의 놀라운 성과의 절반은 외국인 주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넷째,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하여 경제성장이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2005년 경제성장률이 4.0%일 때 취업자 증가율은 1.3%였다. 2007년에는 경제성장률이 5.1%로 높아졌지만 취업자 증가율은 1.2%로 오히려 낮아졌다. 특히 올해 1/4분기 중 경제성장률(전년동기 대비)은 8.1%로 높게 나왔지만 취업자 증가율은 0.6%로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은 청년실업률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전반적인 고용은 경기회복으로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청년실업률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2009년 중 청년실업자는 34만7천 명으로 8.1%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상반기 중 청년실업자는 37만 명으로 증가하여 실업률도 8.6%로 증가하였다. 더구나 실업자가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구한 실업률이 실제 고용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여,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추정한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청년층 실업률이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사정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청년층은 체감경기가 더욱 차가울 수밖에 없다.
이상에서 지표경기가 실제 경기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체감경기는 지표경기에 비해 온기가 덜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체감경기가 객관성이 떨어지는 주관적인 지표이기는 하지만, 기업의 생산 및 투자활동이나 가계의 소비활동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기업과 가계를 비롯한 일반국민의 체감경기가 더욱 개선되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기 위해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구조조정을 경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수한 경쟁력 있는 사람들은 더욱 키워나가면서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들도 같이 끌어안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많은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남광희 (국민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knam@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