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국정감사의 이슈는 매우 다양하다. 그도 그럴 것이 피감기관이 여러 곳인데다 각기 다른 이슈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제 분야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최근 급격히 증가된 재정적자의 문제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적자 규모는 적정관리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증가하여 다소 염려스러운 상황이다. 재정적자 문제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이렇게 급증한 까닭은 올해 대대적인 규모로 추진된 추경 때문이다. 올해의 추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응하고자 추진되었기 때문에 그 규모가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컸다. 본고에서는 추경과 재정적자, 그리고 예산심의에 대해서 일견(一見)해 보도록 하겠다.
편의상 추경으로 줄여서 표현하고는 있지만 본 이름은 ‘추가경정예산’이다. 추가경정예산의 사전적 뜻은 ‘(본) 예산이 성립한 후에 생긴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이미 성립된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예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추가경정예산의 핵심은 '부득이한 사유'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부득이한 사유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득이한 사유로만 추진된다는 추경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년 집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추경집행 기록을 살펴보면, 2007년 한 해만 제외하곤 매년 추경이 시행되었다.
추경예산의 허와 실
다음의 <표>는 최근 10여 년 간의 추경집행 현황을 요약한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최근 12년간 한 해만을 제외하고는 매년 추경을 집행하였으며, 이 가운데 4개년 동안에는 2회씩 추경이 추진되었다. 결국 12년 동안 횟수로 총 15회의 추경이 시행된 것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추경은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집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예산편성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득이한 경우가 거의 매년 발생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딱히 예상치 못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추경이 집행된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나 경제위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된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 있어 추경이란 ‘재정의 조기집행’과 더불어 우리나라 재정운영의 단골메뉴가 되어버렸다. 어떤 측면에서는 추경이 마치 회계연도 중에 실시하는 ‘정산’처럼 되어버린 느낌도 든다. 본래의 의미와 뜻이 퇴색해버린 것이다.
<표> IMF 외환위기 이후 추경규모 및 편성 사유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언뜻 생각하면 경기변동의 패턴이 너무 불규칙적이어서 경제 상황에 대한 예측이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예산안 작성과 이의 심의과정이 정교하고 치밀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지금도 역량 있는 전문가들이 가용한 자료와 지식을 총동원해서 하는 일이니만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더 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예산심의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는 뉴스를 접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대개 여야 간 정치쟁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예산안 처리가 거의 기한 막바지에(경우에 따라서는 기한을 넘기고) 이루어지곤 했다. 이는 예산안 자체에 대해 여야 간의 견해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예산심의 과정이 정치적 대립의 볼모가 되어버린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예산안 심의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시간에 쫓기듯 허겁지겁 처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예산심의는 대개 예산총량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성향이 강하다. 즉 다음해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토대로 올해보다 증가했느냐 덜 증가했느냐를 놓고 확장정책과 긴축정책을 논하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가급적 예산을 작게 편성하여 긴축재정의 모습으로 예산심의를 받는 경향을 보인다. 불필요한 예산낭비의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함이다. 그런데 나라살림의 결과 측면에서 보면 이는 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적은 예산안으로 예산심의를 받고나서 부족분은 다음해 추경을 통해 반영하기 때문이다. 추경이 마치 정산하듯이 이루어진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벌써부터 긴축인지 아닌지,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 것을 놓고 보면 올해도 예년의 모습에서 별로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추경의 일상화 현상이 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은 현상 자체보다 재정적자의 증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는 예산안을 작성할 때부터 대개 긴축재정의 모습을 갖춘다. 그런데 예산안은 다음해의 경제 상황을 예측한 것을 토대로 작성된다. 이때 정부는 대체로 다음해의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경제성장률은 낙관적으로 예상하고, 이를 토대로 작성되는 예산안은 긴축으로 편성하니 경제성장률이 예상한 것처럼 좋게 나오지 않는 한 실행단계에서 예산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족분은 추경으로 보충한다고 하지만 추경에 소요되는 재원 역시 재정에서 부담해야 하니 결국엔 재정적자나 국가채무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예산심의를 보다 심도 있게 해야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예산심의를 더욱 엄격하고 정밀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다음해의 경제성장률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외양상의 긴축재정이 실제로도 그런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동시에 사회적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위주로 예산이 편성되었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즉 총량위주로 긴축인가 아닌가를 논하기보다는 개별사업 등을 중심으로 보다 정밀한 단위로 꼼꼼하게 심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바람직한 방법은 중복성ㆍ낭비성ㆍ정치적 선심성 지출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지출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효율화만을 달성해도 재정지출의 상당부분을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라살림을 잘 꾸리는지 감시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제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iamskkim@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