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취득세 인하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 6월30일, 취득세 한시감면 조치가 종료됨에 따른 것이다. 당초 전문가 그룹과 시장에서는 부동산 거래급감 문제를 우려하여 선제적 조치를 요구한 바 있으나, 감면 연장에 실패함에 따라 실제로 매매거래가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취득세율의 항구적 인하를 핵심으로 하는 세제개편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본고에서는 취득세 인하에 따른 몇 가지 쟁점을 짚어보기로 한다.
취득세율 인하논쟁은 최근에 부각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논의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부동산 세제의 정책방향을 ‘거래세 완화 및 보유세 강화’에 두어왔다. 따라서 거래세 범주에 속하는 취득세율을 인하하자는 것은 오래전에 세워두었던 계획을 이제야 추진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초의 계획대로 추진하면 될 것인데, 왜 이제 와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가? 취득세율 인하논란의 중심에는 세율인하에 따른 지방정부의 세수결손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취득세의 세수는 대략 14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전체 지방세수의 25% 가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정자립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취득세를 상당히 중요한 세목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취득세율을 인하하면 안그래도 부족한 지방정부의 세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하여 정부 부처 간의 이견도 부각되는 듯하다. 즉 취득세율 인하에 찬성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와는 달리, 지방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안전행정부에서는 취득세수 결손에 따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로는 취득세수 결손에 따른 보완책으로 재산세 부담을 높이는 식의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조합, 즉 취득세율을 인하하면서 재산세 부담을 높이는 방식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득세율 인하 재산세 부담 증가’ 정책조합의 문제점
먼저 이는 정책목표의 달성 측면에서 모순되는 조합이다. 취득세율 인하의 목적은 거래활성화를 통해 부동산시장의 온기를 불어넣자는 것인데, 재산세 부담의 인상은 이러한 효과를 억제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원인은 소비자들이 부동산 소유를 기피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즉 부동산 소유에 따른 제반 비용과 기대이득(expected capital gain)을 비교했을 때, 그 결과가 별로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이는 매매가격은 하락하면서 임대가격은 급등하는 현상을 통해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바이다. 요컨대, 사용은 원하지만 소유는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재산세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부동산 보유비용을 더욱 높여 매매수요의 추가적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취득세율을 인하하면서 재산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결국 거래활성화와 거래위축을 동시에 가져와 정책효과를 반감시키는 정책조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정책의도의 합리성 측면의 논의이다. 사실 취득세 인하정책은 정부가 국민에게 주택매입을 권하는, 즉 ‘정부가 이만큼 성의를 보이는데, 이제 그만 집을 좀 사는 것이 어떠한가?’라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반면 재산세 부담의 인상이란 ‘일단 집을 샀으니 이제는 나라살림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는 의미와 다름 아닌 것이다. 결국 한편으로는 친절한 얼굴로 매입을 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소유에 걸맞은 의무를 지우겠다고 정색하는 것인데,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더구나 취득세는 한번만 내면 되는 것이지만 재산세는 그 본질상 보유기간 동안 매년 내야하는 것이니, 아무리 세부담의 무게가 다르다 하더라도 매입자 입장에서는 왠지 꺼림칙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마치 한쪽으로는 단말기 값을 깎아주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고가의 요금제를 선택하게끔 하는 약삭빠른 장사꾼의 모습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세 번째로 떠오르는 쟁점은 취득세수 결손문제가 진정 심각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취득세율은 4%로 정해져 있지만, 2006년 이후 실제 법정세율이 적용된 시기는 거의 없었다. 만약 취득세율 감면으로 인한 세수부족 문제가 그리도 심각했다면 과연 과거 8년 동안은 어떻게 버텨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세수결손문제가 심각해서 세율인하가 불가능하다면 그 긴 시간 동안은 어떻게 견뎌냈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궁핍의 문제를 해결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넷째는 재산세 인상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부동산세제의 기본운영 원칙은 ‘거래세 부담의 완화 및 보유세 부담의 강화’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원칙은 과거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 세워진 것이다. 즉 거래활성화를 통해 가격의 이상변동을 억제하면서, 재산세 부담증가를 통해 수요억제를 도모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향설정에 따라 이미 수년 전에 보유세 부문에서는 세율인상 및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 과세가 단행되었고, 결국 재산세 부담은 단기간에 대폭 높아진 바 있다. 여러 논란을 야기했던 종합부동산세 역시 보유세 부담을 높이려는 정책목적에 따라 도입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부동산세제 운영의 원칙 가운데 보유세 부담의 증가는 ‘이미’ 달성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거래세 부담 완화는 어디로 갔는가? 세제운영의 원칙대로라면 거래세 부담도 지금쯤에는 상당히 완화되었어야 한다. 물론 한시적 세율인하 등을 통해 거래세 부담완화를 도모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법정세율이 그대로라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취득세율 인하에 대해서는 상당히 인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따라서 거래세 완화를 명분으로 다시 보유세를 높이려는 것은 납세자 입장에서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정책인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조세저항을 거론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끝으로 첨언하고 싶은 것은 차제에 부동산관련 세제를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개편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재의 부동산 세제골격은 부동산시장 과열기에 가격안정화 및 투기억제를 목적으로 세워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세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정책요소들도 다수 개입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다른 자산관련 세제와는 달리,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에는 가히 징벌적이라 평가되는 정책들도 아직 상존하고 있다. 향후의 조세정책은 세제 본연의 모습을 찾는, 즉 그동안 과도하게 강조되어 왔던 정책세제로서의 기능을 거두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iamskki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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