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으로 공짜 점심을 사겠다며 선심을 쓰는 것은 세상 이치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보통 사람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야말로 뺨 맞을 일이다. 그런 상식이 정치 현실에서는 쉽게 무시된다. 요즘 일부 정치인들이 모든 학생들에게 공짜 점심을 먹이자며 생색도 내고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이 어디 있겠는가?
정치인이야 내 것 인양 선심을 쓰며 인심 좋게 과시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게 비용을 내야 하는 국민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금이야 남들이 부담할 테고, 당신은 그저 공짜 점심을 즐기면 된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사실은 국민이 낸 세금을 일부 사람들이 돌려받을 뿐이다. 이쪽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다른 쪽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끝이 아니다. 국민 개개인이 직접 선택하고 쓰는 돈이라면 절약하고 아껴서 소중하게 사용되겠지만, 정치인과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결국 낭비와 비효율로 국민의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무상급식은 의무교육과 무관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9년에 초중고 학생 745만 명이 단체급식을 제공받았으며, 그 가운데 13.0%인 97만 명이 무료급식 대상이라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해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급식이 이미 97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의무교육 대상 초중 학생 548만 명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면 최소 1조9,662억 원의 예산이 매년 소요되며, 고교생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2조8,509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상급식을 모든 학생에게 확대하여 실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정부가 세금으로 모든 학생에게 공짜 점심을 제공해야 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만 공짜 점심이라는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심지어 넉넉하고 부유한 가정의 학생에게까지 급식비를 지원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든 정당화되기 어렵다.
무상 의무교육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해서 급식도 교육의 한 부분으로 생각해 무상으로 하자는 정치적 해석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학용품과 교복ㆍ체육복ㆍ신발도 무상으로 제공하자는 말인가?
정치선동에 불과한 무상급식
이번 무상급식 논쟁은 좌파성향의 시민단체와 전교조가 주장해 오던 무상급식 주장을 야당이 선거 이슈로 채택하면서 가열되었다. 선거를 위해 무상급식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 비용을 지출하기 위해 세금을 얼마나 더 거두어야 하는지, 그 부작용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몰염치가 심각한 수준이다.
정치지도자로서 국민에게 진실을 토로하고 올바른 길로 설득하는 참다운 정치인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무상급식이 옳지 못한 일임을 알면서도 정치인들은 대중영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선거를 의식한 탓인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2007년 노무현 정부 때에 9.5%였던 무상급식 지원이 2009년에는 13%로 늘었고, 2012년에는 26.4%까지 늘릴 계획이라면서 점진적 확대추세를 강조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편향적인 언론은 논의의 초점을 점진적 확대 아니면 전면실시냐로 몰아가고 있다.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이들은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공짜라면 일단 받고 보자는 식이다. 누가 공짜를 싫어하겠는가? 그런 단순한 것을 여론조사라고 발표하면서 정책의 지지도가 높다고 자신들을 합리화하고 있다. 만약 그 세금은 당신이 부담하고, 소비는 당신 대신해서 정부가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은 뻔하다.
획일적 평등주의에 빠진 무상급식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일부 언론은 점심을 못 먹는 아이들이 있다며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만약 점심을 굶는 아이가 있다면 그 원인을 밝히고 필요하다면 무료급식의 대상으로 포함하자고 주장해야 옳다. 점심을 못 먹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 무상급식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정적인 보도는 몇몇 사례를 들어 모두를 자신들이 원하는 사회주의 세상으로 엮어넣자는 계산에서 비롯된 잘못된 일이다. 그야말로 사회주의 세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들이 차별을 느끼지 않게 모두가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황당하다. 급식비 지원은 국민의 세금을 통해 사회가 배려한 일이다. 더구나 학부모와 학교는 이를 긴밀하게 협조하여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지원을 차별이라고 몰아가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감정적인 문제를 줄인다면서 모든 학생을 지원의 대상으로 삼자는 주장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우리 교육현장에 이러한 획일적인 평등주의 요구가 횡행하는 것은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미 교육현장이 정부 주도의 통제시스템에 포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직영배급 방식에서 벗어나야
이번 무상급식 파동은 지난 위탁급식 파동에 이어 다시 한 번 학교급식을 낙후시킬 우려가 크다. 정치권이 위탁급식을 금지하고 학교급식을 직영제로 강제 전환한 것은 우리 정치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획일적인 직영급식제도에 무상급식까지 더해진다면 학교급식은 정부 의존형의 강제적인 배급체제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구시대적인 획일적 방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시대적 변화에 역행하는 일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csn@cf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