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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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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보조금은 소비자에게 해가 되는가?


이동통신 회사들은 신규 고객이 가입할 때나 기존 고객이 휴대전화기를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곤 한다. 또 통신 서비스 이용을 계약하는 조건에 따라 보조금액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같은 휴대전화의 가격도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이런 가격 책정 행위가 소비자에게는 득이 될까, 아니면 손해가 될까?


이동통신 회사들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지국을 세워야 한다. 깊은 산 속까지 기지국을 촘촘히 세우면 통신 영역의 범위가 넓어져 고객들의 욕구를 더 잘 충족시켜줄 수 있다. 또 여타 통신회사와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광고하는 등, 이동통신 회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많다. 그런데 이런 비용은 모두 일단 투입하고 나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수에 상관없는 고정비용이다. 고객 수가 늘어나면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하므로 인건비 등의 가변비용(可變費用)도 증가하지만 통신회사의 가장 큰 비용은 바로 이런 종류의 고정비용이다. 논의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총비용은 바로 이 고정비용으로만 구성된다고 하자. 즉 고객이 증가하는 데 따라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 즉 한계비용은 영(零)이다.


휴대전화 보조금은 바로 이 고정비용과 관계가 깊다. 통신회사는 휴대전화를 제조 회사에서 사들여 회사가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와 연계해서 판매한다. 그리고 회사의 수입과 이윤은 고객을 많이 확보할수록 증가하며, 휴대전화 구입 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 보조금은 통신회사의 이윤극대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의 월간 요금이 8만 원이라고 하면 회사는 이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연간 96만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휴대전화를 50만 원에 구입하여 고객에게 20만 원에 제공한다면 보조금은 30만 원이 된다. 따라서 96만 원에서 30만 원의 보조금을 제외한 66만 원을 연간 이윤으로 얻을 수 있다. 회사마다 고객의 통신 서비스 이용량에 따라 월간 요금체계와 보조금을 달리 책정하는 것은 고정비용과 당해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입을 비교한 계산에서 나온 결과이다.1) 그리고 소비자는 여러 가지 보조금과 요금체계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구입하여 이용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인다.


이제 통신회사들 간의 과당경쟁(?) 등을 이유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면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게 될까? 고객들이 구매하는 휴대전화 가격은 당연히 높아져 통신회사 고객 수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즉 휴대전화 가격과 통신 서비스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고객(가격 비탄력적 고객)은 예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입하여 거의 비슷한 양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므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또 휴대전화 가격이 높아져 이를 구입하기 어려운 잠재적 고객은 통신 서비스로부터 배제된다. 결국 모든 소비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 한편 통신회사 역시 고정비용은 불변인데 반해 고객 수 감소로 수입이 감소하여 이윤이 감소한다. 휴대전화 판매와 통신 서비스 판매를 연계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휴대전화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와 통신회사 모두 손해를 본다. 요즈음 같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상에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면 휴대전화 구입 가격이 높아지고 서비스 이용량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자의 손해가 더 클 것이다.


인프라 설치 등에 소요되는 초기 고정비용이 총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의 경우에도 유사한 가격 책정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서비스다. 서비스를 새로 구매하거나 변경할 경우 현금을 얹어주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나 광고가 바로 그런 것이다.


경쟁은 거래 상대방에게 다른 경쟁자보다 더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행위다. 그리고 상업 세계에서 경제주체들이 경쟁하는 방법은 관료나 경제학자들이 다 알지 못할 정도로 실로 다양하다. 경쟁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행위를 부족한 지식으로 규제하는 제반 정책에 대해 회의해 봐야 하는 이유다. 공급자가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있고,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면 그런 현상을 규제할 이유는 대부분 없어진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yy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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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부분 다음 문헌을 참조. Frank, Robert, H., Why does a mobile phone sell for only $39.99, while a spare battery for that same phone sells for $59.99?, The Economic Naturalist: In Search of Explanations for Everyday Enigmas, pp.34-35. 『이코노믹 씽킹』, 안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7, pp.6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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