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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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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달러 시대, 패러다임이 바뀐다


국민소득 3만弗 시대 머지않아


지난 3월 말 한국은행은 작년에 우리 경제가 3.0% 성장하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전년대비 1,509달러(6.1%) 늘어난 26,205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상당 폭 웃도는 수준으로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선 시기도 2007년에서 2006년으로 1년 앞당겨졌다. 우리 경제의 흐름이 예상보다 좋았다기보다는 한국은행이 새로운 통계편제방식을 도입하는 동시에 기준년을 2005년에서 2010년으로 변경했기 때문이었다.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지는 못하는 부분이기는 해도 새로운 글로벌 기준에 맞추면서 생겨난 일종의 불로소득(?)인 셈이다.


사실 새로운 통계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가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연두 기자회견에서 “임기 내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었다. 2007년에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2013년에도 기껏 24,000달러로 추정되면서 6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이미 26,000달러대로 올라섰다면 3만 달러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언제쯤 우리 경제가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할 것인가? 필자는 주요 7개국(G7)의 1인당 소득 경로를 주목하고 있다. 인구 면에서나 제조업이 강한 산업구조 면에서나 우리 경제가 벤치마크로 삼아야 하는 나라는 핀란드 또는 아일랜드와 같은 강소국(强小國)이 아니라 강대국(强大國)인 G7이라는 주장이다. G7국가들의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 가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27.0년.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 늘어나는 데 평균 9년 정도 걸렸다. 이 같은 평균의 흐름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의 3만 달러, 4만 달러 달성 시기도 손쉽게 추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소득 1만 달러(1995년)에서 2만 달러(2006년)까지 가는 데는 11년이 걸려 G7 평균에 비해 2년 정도 뒤처졌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마이너스 성장에다 환율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2006년에다 9년을 더한 2015년이면 3만 달러, 여기다 또 9년을 더한 2024년이면 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는 것이다. 앞으로 매년 실질성장률 2.5%, 물가상승률 2.0%, 환율 하락률(원화 절상률) 1.0%, 인구증가율 0.4%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이 2016년에 3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만약 성장률을 3.5% 이상, 물가상승률을 2.5% 이상으로 잡고 환율이 예상(-1.0%)보다 더 떨어져 준다면 2015년에 3만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이 2017년에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국제통화기금(IMF)도 새로운 통계를 적용하면서 2016년으로 앞당길 것이 확실시된다.


자산축적의 시대에서 자산관리의 시대로


물론 가만히 세월만 간다고 소득이 3만 달러, 4만 달러로 늘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기업, 개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성장률과 금리, 물가는 더 낮아지고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인가? 낮아지는 성장률과 출산율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높여갈 것인가? 또한 거기에 맞춰 육아와 교육, 건강보험, 연금과 노후대책 등 복지체계를 어떻게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갈 것인가? 3~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면 우리 경제와 사회의 패러다임도 바뀔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 전체는 물론 각 산업의 규모와 흐름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소득 1~2만 달러 시대에 각광받던 산업이 사양산업이 되거나 사라지는 반면, 3~4만 달러 시대에 맞는 산업들이 앞서 나가거나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1960년대 우리 수출산업의 기수였던 합판이나 봉제 및 가발산업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반면 요즘엔 자동차, 선박, 휴대폰, 전자제품 등 중후장대하거나 첨단기술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높아지는 국내외 소득수준에 맞춰 돈이 되는 산업으로 돈이 몰리면서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우리의 생활패턴을 뒤돌아봐도 1인당 소득이 1,000~3,000달러였던 198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모였다 하면 화투(고스톱)를 치거나 카드놀이를 하는 게 다반사였다. 딱히 함께 즐길 스포츠나 레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등산, 볼링, 테니스에 이어 골프로 옮겨가더니 최근 들어서는 3~4만 달러 시대의 레저라는 승마와 요트가 각광받고 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소득 수준에 따라 기호와 취미는 물론 주거 형태와 건강관리 등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과 금융회사들의 자산포트폴리오에서도 큰 변화를 예상해야 할 것이다. G7국가들의 경험에 비춰보면 소득 1~2만 달러 시대가 자산을 모으고 저축하는 ‘자산축적(資産蓄積)의 시대’라면, 3~4만 달러 시대는 모은 자산을 굴리고 이용하는 ‘자산관리(資産管理)의 시대’로 바뀌어 간다. 실제로 우리가 상대적으로 못 살던 시대에는 어떻게 하면 돈을 벌어 예금을 하고 집을 사느냐 하는 축적의 시대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살기 시작하면서는 모아놓은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하느냐로 고민의 초점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산축적에서 자산관리로 넘어가는 와중에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나 흐름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소득 3~4만 달러 시대에도 우리나라 개인들이 계속 부동산을 선호할 것인가? 만약 부동산 비중을 줄이기 시작한다면 향후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반대로 금융자산의 비중이 늘어난다면 그 중에서도 어떤 금융자산의 비중이 늘어날 것인가? 여전히 안전하기는 하지만 낮은 금리의 예금이나 채권을 보유할 것인가? 만약 예금을 줄여간다면 주식이나 펀드 또는 연금 · 보험, 나아가 해외금융상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바뀌는 패러다임과 트렌드를 미리 알고 그 길목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최성환 (한화생명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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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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