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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국제금융위기: 시장과 정부,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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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09.10.28
- 조회
- 6126
한국경제연구원www.keri.org(院長 金永龍, 이하 한경연)은 27일 오후 2시부터 서울가든호텔 2층 무궁화홀에서 매일경제신문의 후원으로 “국제금융위기: 시장과 정부,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주제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경기변동에 대한 올바른 원인분석이 선행되지 않으면 대증적 경제정책으로 인해 귀중한 재원을 잘못 사용하게 되고 그 부담은 일반 국민과 우리 후손들이 지게 되므로 국제금융위기에 대한 원인분석을 면밀히 하고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기업경영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제여건이 필수적이지만 1980년대 이후 경제위기가 자주 발생하고 그 폭도 점점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기업의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업과 국가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경기변동의 빈도와 진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기변동의 근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 논의하고 향후 정책과제를 도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제금융위기의 원인을 ‘월가의 탐욕’과 ‘자유시장의 폐해’로 치부해 왔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서 경제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통화정책에 있다고 주장하는 4개 세션의 주제발표와 함께 향후 정책과제에 대한 100분간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대구대 전용덕 교수와 한경연 김학수 연구위원은 공동발표를 통해 경기변동의 원인을 정부의 통화정책에서 찾고 있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을 소개하고 이 이론을 지지해주는 실증결과를 제시했다. 이들은 국제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는 지나치게 낮은 이자율 정책과 통화량 확대정책으로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며 투자회임 기간이 긴 자본재산업과 같은 일부 산업의 과잉투자와 소비자의 과소비를 부추겨 지속 불가능한 인위적 경기호황을 정부가 주도한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들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에 의거하여 이번 국제금융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각국 정부의 확장적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은 향후 또 다른 경제위기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EU 금융 애널리스트인 거체프(Gertchev) 박사는 정부의 저금리 기조로 불어난 시중 유동성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더욱 확대되는데 큰 역할을 한 원인을 현재의 부분지급준비금제도(fractional reserve banking system) 속에서의 유동화(securitization)로 지적했다. 부분지급준비금제도에서는 시중은행들의 신용창조가 중앙은행에 의해 결정되는 유동성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와 같이 대출자산을 유동화하게 되면 중앙은행에서 공급하는 유동성에 의해 결정되는 신용창조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의 신용창조를 하며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보다 더 많은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결과적으로 유동화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인위적 경기호황이 지속불가능하다는 점을 숨기고 마치 저축 증대에 의해 투자가 증가하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인 것 같은 환상을 만들면서 경기호황과 불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거체프 박사는 부분지급준비금제도 하에서 유동화를 가능하게 한 정부보증, 신용보험, 그리고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독일 Landesbank의 짐머만(Zimmermann) 박사는 세 번째 발제에서 중앙은행이 물가인상을 억제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금융시장의 안정성은 보장되지 않고 금융의 안정성은 과다한 신용팽창 및 자산 가격 거품과 큰 연관이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지적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저금리 정책이 필요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회복세 속에서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1968년 밀턴 프리드먼이 모호하게 정의했던 자연실업률의 개념이 이후 물가 안정을 위한 많은 이론적ㆍ실증적 연구를 시작하게 했듯이, 짐머만 박사는 이번 국제금융위기를 통해서 현재 명확하지 않은 금융안정성의 개념이 보다 많은 연구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화에 필요한 신중한 거시정책수단의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산가격의 거품 형성과 붕괴를 초래하는 과다한 신용창조는 통화정책의 책임이라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의 내용이 오랫동안 잊혀지고 무시되어왔지만, 이번 국제금융위기를 계기로 주류경제학에서 받아들여질지 지켜보는 것 또한 흥미로울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경희대의 안재욱 교수는 경제위기 발생 초기시점에서는 화폐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가 일시적으로 통화량을 확대하여 신용경색을 풀어주는 것은 필요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국제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인위적 경기호황을 유도한 미국 정부의 저금리정책과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맞물려 발생한 건전성의 위기(solvency crisis)였지만 잘못된 원인분석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로 판단하고 미국 정부와 세계 여러 국가에서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또 다시 저금리 정책과 재정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기부양을 위해 이러한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과거의 경제역사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안 교수는 출구전략과 관련해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이 경고하듯이 현재의 저금리 정책은 향후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시장에 심한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기준금리를 서서히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출 승수가 1보다 작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재정지출 확대정책은 타당성을 갖기 어렵고 기업의 파산은 자본주의의 본질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부실기업에 지원되는 구제금융은 과거에 잘못 이루어진 투자가 교정되는 기간인 불황을 더욱 길게 만든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또한 한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을 제거하고 기업의 투자활동을 제고하기 위해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한국의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외국자본의 상대적 비중을 축소하기위해 금산분리와 같은 국내 자본에 대한 규제를 보다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유사시 외국자본의 단기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큰 규모의 외환보유고 확보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하였다.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여전히 더욱 과감한 규제완화와 감세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저해하는 불법적인 노조활동에 대한 엄중한 법과 원칙의 집행이 정부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노동문제 관련하여 비정규직보호법, 노조 전임자 문제, 개별기업의 노사문제에 제3자 개입 등의 문제도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중장기적 기업경영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경기변동의 빈도와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지적하고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 화폐금융제도의 개혁을 위해 금본위제, 100% 지급준비금제도, 민간화폐제도 등과 같은 큰 주제들도 깊이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중앙은행체제에서 화폐가치의 안정과 경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재량적 화폐발행제도의 중단기적 대안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준칙을 제안하였다.
토론에 나선 금융감독원 박동순 국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및 각국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를 고려해서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국제공조라는 큰 원칙을 지키며 출구전략을 실시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일부 학계에서는 획일적 국제 공조론에 집착할 경우 실기하여 자산가격 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차기 G20 의장국으로서 국제공조의 의미와 출구전략 시행시기 등을 논의함에 있어 국제기준의 설정자의 지위에서 논의를 주도해 갈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그러나 박 국장은 금융 감독 측면에서 LTV나 DTI 규제강화 등과 같은 미세조정 역할을 세심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 이후 예상되는 금리상승 시 저소득 가계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는 박동순 국장의 견해와 유사하게 국제공조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위기 시에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나아가서 출구전략은 세계적 공조체제의 구축과 더불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수행해야 하며 한국경제가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로 인해 국제적 위상이 제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정책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또한 윤 교수는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은 일부 지역 및 부분에 국지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해당 부문으로 흘러들어가는 유동성을 줄이도록 해야지 전체 유동성을 줄이는 경우 오르지도 않은 부문의 가격까지 하락하게 되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하였다.
매경의 장경덕 논설위원은 발제자들이 제기한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의한 유동성 홍수와 자산시장의 거품을 방조한 데서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을 찾는 견해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대응이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새로운 위기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장 위원은 오스트리아학파가 주장하는 시장 중심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위해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의 무용론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였다. 경제와 금융시스템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인간의 선택에 따라 움직인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정책 실패를 초래한 이론적 기반과 제도상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개혁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또한 최악의 위기를 벗어난 지금이 정부, 기업, 가계의 부실을 제거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촉진할 때이며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에 대한 정치권과 시장의 근시안적이고 인기영합적인 간섭을 줄이기 위한 제도와 문화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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