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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 칼럼

[국민통합 칼럼 시리즈 08] 법치질서의 확립이 사회통합의 길

1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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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행복을 강조하였다. 누구나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이를 많이 언급하였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 헌법은 1776년 미국의 버지니아 권리장전의 행복권을 계수하여 행복추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행복추구권이 보장되어 많은 국민이 행복해진다면 굳이 국민통합⋅사회통합을 외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저절로 통합의 길로 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우리 국민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경제를 흔들었고, 이로 인한 세계적 경기침체는 우리 국민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는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내수시장의 부진, 가계부채의 급증 등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일본의 고환율정책, FTA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보호무역정책 등이 우리의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오늘날 국가의 경제문제는 경제가 국가의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핵심문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거의 추진하지 않았다. 겨우 노력한다는 것이 사회복지정책에서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등으로, 이것도 장기적이고 구체적 안도 없이 추진하면서 예산고갈현상만 맛보았을 뿐이다. 이번 정부는 이런 일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사회복지를 확대한다고 하여도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일정한 기준이 없다. 행복은 추상적이고 다의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여도 자신은 전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인다고 하여도 사회통합에 이르기는 어렵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통합은 그 자체가 민주적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민주주의로는 통합이 어렵고 공화주의를 통하여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구태여 헌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민주공화국으로서 공화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대의제를 통하여 공화주의를 수용하고 있다. 다만 현실에서 공화주의를 강조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화주의를 아무리 강조한다고 하여도 통합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국가의 영역에서 통합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세기말 독일에서부터이다. 당시 독일은 황제가 통치하는 군주주권국가였고, 국민의 정치참여를 엄격하게 통제하였다. 그렇지만 21세기 한국은 시대도 환경도 사람도 전혀 다른 민주국가이고 실정법이 국가와 국민을 규율하는 법치국가이다.



우리가 사회통합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고, 누구든지 합리적 기준에 의하여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고 있는지부터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동일한 자격과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고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소득격차가 큰데도 불구하고 동일한 비율로 과세된다면 이를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최저생계도 유지하지 못하는데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국가에 대한 원망만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켜 사회적 분열만 야기하여 사회통합은 구호에만 그칠 것이다.



국민이 한울타리 속에서 생활하면서 동질의식을 느끼게 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가공동체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일한 법질서 하에서 공평한 법의 적용과 집행이다. 그래서 사회통합을 위하여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가 법치질서의 확립이다. 법은 국민의 약속이기 때문에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생각할 때 국민의 신뢰는 구축된다. 물론 이 경우 법의 내용이 정의롭고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된다. 새 정부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법치질서를 확립하겠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법치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을 제정하고 적용하며 집행하는 자가 솔선수범할 때 국민의 준법정신은 살아나고 법치질서를 통한 사회통합도 가능해질 것이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thomas@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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