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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 칼럼

[국민통합 칼럼 시리즈 10] 마거릿 대처는 ‘사회통합’의 교과서

13.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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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운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국민대통합’과 관련된 말을 강조해 왔다. ‘100% 대한민국’은 아마도 그 대표적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그 구체적 실천방안은 별로 밝혀져 있는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도 ‘사회통합’은 이념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에서 바탕이 될 어떤 원리부터 찾아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이에 관한 필자의 견해다.



첫째, 사회통합은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사회통합은 한 마디로, ‘소외된 계층을 껴안는 정책’이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지출을 통한 사회통합에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사회통합을 위한 재정지출이 ‘소외되지 않은 계층’에 의존해야 할 경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하지 않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규제 완화 또는 철폐다.



둘째, 사회통합은 관련 집단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사회통합을 아무리 외쳐대도 관련 집단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면 사회통합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새마을운동 훈련을 받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귀국 후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하고 한 목소리로 외치는 장면을 TV에서 보고 있노라면 사회통합에 성공했던 1960년대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셋째, 사회통합은 그 효과가 지속적이어야 한다. 당연하다. 사회통합이 일회용으로 끝난다면 의미가 없다. 노무현 정부가 막대한 재정지출을 통해 추진한 소위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노무현 정부 마감과 동시에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는 사실은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 사회통합의 실천방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를 경제계획 수립에서 적용되는 세 단계 원리를 적용하여 논의한다. 첫째 단계에서는 사회통합의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경제계획에서는 일반적으로 성장, 고용, 물가안정 등 가운데 하나가 목표로 설정된다. 같은 논리로 사회통합에서는 양극화 해소, 소외계층 소득 증대, 중소기업 활성화 등 가운데 하나가 목표로 설정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회통합의 목표는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다.



둘째 단계에서는 사회통합의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이 채택되어야 한다. 경제계획에서는 고용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으로 일반적으로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이 채택된다. 같은 논리로 사회통합에서는 양극화 해소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재정정책이 채택될 수 있다.



셋째 단계에서는 사회통합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 채택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수단이란 둘째 단계인 ‘방안’의 구체적 내용이다. 예를 들면, 경제계획에서 목표를 고용 증가로 설정하여 그 실천방안으로 재정정책이 채택되었다면 그 실천수단으로 고용세액공제나 투자세액공제 같은 구체적 정책이 채택된다. 같은 논리로 사회통합에서는 목표를 양극화 해소로 설정하여 그 실천방안으로 재정정책이 채택되었다면 그 실천수단으로 저소득층 소득지원이나 저소득층 자녀학자금지원 정책 등이 채택될 수 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사유권 확대를 통한 대중자본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추진한 공공임대주택 민영화정책’은 사회통합의 한 사례로 들 수 있다. 마거릿 대처는 1970년대 사회주의로 만연된 영국을 구조개혁을 통해 시장경제로 바꿔놓았고, 같은 시기에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과 함께 신자유주의를 뿌리내리게 해 세계를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돌려놓았다. 대처는 영국에서 시장경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유권 확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그 일환으로 당시 공공주택의 사적소유가 전혀 허용되지 않았던 시기에 공공주택 민영화를 추진했다.



2002년에 출간된 대처의 저서 『국가경영』(Statecraft)을 읽노라면 대처는 분배에서도 친시장정책을 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내용은 첫째, 국가는 가정의 지불능력을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훌륭한 기초교육과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둘째 국가는 특정집단을 위해 자본축적을 통한 재산획득 기회를 마련해야 하며, 셋째 분배정책 수립에서는 시장을 왜곡하거나 의욕을 꺾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는 특정집단을 위한 분배정책 추진에서 개인의 선택권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처가 추진한 분배정책을 주택정책과 관련해 살펴보자. 대처가 정권을 잡기 전 영국에서는 공공주택의 사적소유는 전혀 허용되지 않았다. 집 없는 서민들은 공공임대주택에서 싼 임대료를 내고 살아야 했다. 주택 양극화의 실상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처는 1979년 선거에서 ‘대중자본주의 실현’을 목표로 ‘공공주택 세입자들에게 공공주택 소유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권을 잡은 대처는 1980년에 주택법을 제정한 후 1990년까지 임기 내내 거의 매년 주택법을 제정 또는 개정해 가면서 공공주택을 입주자들에게 싼 가격으로 팔았다. 이를 위해 대처는 공공주택 입주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공공주택을 싼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게 하는 ‘구매권(right to buy)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구매권제도란 공공주택에 세든 사람이 일정기간(2년~30년) 거주하면 주택가격의 32~72% 수준의 싼 가격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공공주택 매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공공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근로와 관련된 저축예금통장을 갖추도록 했다.



대처의 공공주택 민영화는 그야말로 ‘친시장 분배정책’이다. 대처의 공공주택 민영화에 끌려 당시 많은 공공주택 세입자들은 더 열심히 일해 저축을 하는 등 국가가 제공한 사적소유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 결과 1979년부터 1988년까지 100만 채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이 판매되었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는 ‘구매권’에 의한 판매였다. 이들 공공주택은 사적소유가 허용됨으로써 ‘슬럼’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대처의 공공주택 민영화는 그야말로 돈 한 푼 안 드는 사회통합의 교과서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대처의 공공임대주택 민영화가 사회통합에 주는 시사점을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사회통합의 구체적 실천방안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사회통합은 재정지출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마거릿 대처로부터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돈 안 드는 사회통합’과 관련하여 일자리 창출 이야기도 앞으로 계속 논의되길 희망한다.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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