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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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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 칼럼

[국민통합 칼럼 시리즈 21] 사회통합위원회와 국민대통합위원회

13. 5. 7.

5

안도경

사회와 국민의 통합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여러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회통합’은 이명박정부에서 고건 전 총리를 초대 위원장으로 하여 2009년 12월에 발족한 사회통합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일 년에 약 40억 원 정도의 의 예산을 사용했으며, 대부분 정부 각 부처로부터의 파견 인력으로 구성된 수십 명 규모의 업무지원단을 바탕으로 운영되었다. 전국과 지역 차원에서의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대학시간강사 제도 개선, 근로빈곤층 사회보험료 지원 등과 같은 정책이 추진되도록 역할을 하였으며, 선거제도와 다문화 정책 등의 주제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사실 거창한 이름에 비해서 별로 한 일이 없었다는 평가도 있다. 예를 들어 대표 업적으로 논해지는 대학시간강사 처우 개선도 원래 올 3월부터 시행예정이었으나, 시간강사들의 저항으로 일 년 간 유예되어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사회통합위원회는 해산(활동 종료)하였고, 대신 국민대통합위원회 설치 규정 제정안이 2013년 4월 초에 입법 예고 절차를 거쳤다. 조만간 한광옥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여 위원회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는 대체적으로 볼 때 ‘정치적’ 통합에 방점이 찍히지 않을까 한다. 새누리당의 2012년 대통령선거공약집에 수록된 국민대통합 관련 공약은 ‘역사와의 화해’를 핵심어로 하고 있으며 ‘부마민주항쟁 명예회복’ ‘긴급조치피해자 명예회복’을 두 가지의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대통합위원회는 그 공약에서 제시한 관련활동들 즉 재단설립, 보상기준마련 및 보상 등과 같은 활동을 주로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이념통합, 지역통합, 계층통합의 3 대 통합과제를 제시하고 활동한 것에 비추어 볼 때, 박근혜정부의 국민대통합위원회도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통합위원회가 했던 활동, 즉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연구와 제안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국민대통합’과 별도로 박근혜정부에서 ‘사회통합’ 정책은 이명박정부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폭과 깊이로 수행될 것이며 자문위원회의 틀이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핵심부처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이미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국민행복기금, 대기업 신규 순환출자금지 등이 범정부 차원의 핵심 정책으로 설정되어 일부는 실행 중이다. 연일 관련 관료들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이러한 정책들을 밀고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왜 그러한가? 첫째는 정책의 현실적 효과에 대한 우려이다. 즉 이 정책들이 특정한 사회경제적 “결과를 입법”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그러한 시도는 필연적으로 의도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그 정책들이 수혜층으로 설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둘째는 그러한 정책들의 근저에 놓여 있는 사회 질서와 정치공동체에 대한 이해 방식에 대한 우려이다. 자생적인 질서에 대한 불신, 가격이라는 단순한 신호를 매개로 자유로운 개인의 선택을 효율적인 재화의 생산과 분배로 이끌어내는 시장의 원리에 대한 이해의 부재를 우려한다. 또한 인류 문명이 발전시켜온 정치공동체의 근본 가치인 자유, 민주주의, 그리고 법의 지배가 각기 독립적이며 상호간의 긴장 속에 힘들여 조화시켜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민주주의’만을 강조하는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이기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우려들에 대체로 동의한다. 다른 한편 필자가 보기에 통합을 위한 정책적 시도들에 대해 시장과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적 개념들에 바탕으로 비판 일변도의 태도를 취하는 것 역시 현명하지 못하다. 혼자 올바른 말을 하는 것보다 함께 올바른 생각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 더 중요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출되는 사회적 증상들에 대해 공감하고, 공감한 바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여야 한다. 해로운 이념과 잘못된 정책을 선동하는 정치인과 지식인을 대상으로 하는 말 또는 집단이기주의의 폭력적인 표출에 대처하는 언어가, 많은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소통하는 언어가 될 수는 없다.



정치와 정책에 대한 시민의 입장은 논리적인 주장과 논증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처지와 이해관계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처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들에 대한 견해는 문화적인 취향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의 우연적 간접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형성되고 변해가게 되어있다. 많은 시민들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형성해 온 감성 및 그 표현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논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사회상태의 증상(symptom)을 증상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며, 증상의 표출 자체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급격한 성장과 세계화의 결과 삶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시민들은 이에 대해 해결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가능한가는 별도의 문제이다.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불안을 줄이고 긍정적으로 사회보장의 확대 방안이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찾아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의 지도층이 권위를 권리가 아니라 책임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권위가 없이 사회가 통합될 수 없다. 민주주의에서 권위는 공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계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의해서 유지된다. 즉 각 분야를 이끄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책임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기꺼이 자발적으로 위임하고자 할 때 민주적 권위가 성립하고 그러한 위임을 바탕으로 효율적이 의사결정이 가능해 진다. 그러한 신뢰는 정책의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논증을 통해 단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결정하는 사람들과 이끄는 사람들에 대해 장기적으로 형성되는 신뢰가 정책에 대한 간접적인 신뢰로 이어지게 된다. 시민들을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기본으로 지금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어떠한 사람들인가? 청렴한가? 유능한가? 전문성과 권한을 과시하는가? 아니면 고통을 듣고 소통하려 하는가? 사회적 증세를 인정하고 공감하려 하는가? 눈앞의 정책들의 포퓰리즘에 대해 우려하는 것만큼이나  지도층들이 장기적 안목에서 사회적인 신뢰를 쌓아가고 있지 못함을 우려해야 할 것이다.



안도경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tahn31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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