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국제정세
카다피 독재정권의 몰락은 “자유”의 승리
1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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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미국 국무부에서 간행한 QDDR(Quadrennial Diplomacy and Development Review)은 미국이 외교를 통해 세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에 관한 전략을 검토하기 위한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를 준비하는 동안 마련되었던 보고서 초안 속에는 세계 각국의 안정도를 5등급으로 나눈 후 각 등급을 색으로 표시한 세계지도가 있었다. 1등급으로 위태로운 나라들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고, 그다음 2등급으로 위태로운 나라들은 주홍색, 그리고 그다음 3등급 국가들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정된 나라는 4등급으로 연두색으로, 그리고 가장 안정된 5등급 나라는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다.
붉은색으로 칠해진 1등급으로 불안정한 나라들은 소말리아, 수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내전상태에 놓여 있는 나라들이다. 금년 초, 불과 3~4주 동안의 시민 데모에 의해 정권이 무너진 이집트, 튀니지 등이 주홍색이 칠해진 2등급의 불안정한 나라들이었다. 이집트와 튀니지는 수십 년 동안 철권통치를 자행해 온 독재자가 지도하는,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강력하고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나라였지만 사실은 대단히 허약한 정부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튀니지, 이집트 정권의 붕괴는 미국 국무부의 자료가 올바른 것임을 입증했다.
리비아 혁명의 목표는 민주주의 건설보다는 진정한 ‘자유’를 위한 것
미국 국무부 자료에서는 리비아를 노란색으로 표시, 3등급 정도의 나라로 표시했다. 이집트, 튀니지의 민주화에 자극받은 많은 중동 인민들이 자국의 독재정부에 대해 저항의 기치를 들어 올렸고 리비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2월 17일 시작된 카다피 독재정권에 대한 리비아 국민들의 저항은 강력 진압에 직면했다. 카다피는 정권을 지키기 위해 폭격기를 동원해서 자국 국민들을 폭격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튀니지, 이집트 혁명에서도 국민들이 피를 흘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리비아의 경우 정부와 국민이 전쟁을 치르는 형국이었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NATO는 각종 군수물자를 반군에게 지원했으며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여 카다피의 공군이 리비아 국민을 학살하는 것을 막았다. 동시에 리비아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NATO 공군은 카다피군에 대해 공중 폭격 작전을 전개했다.
8월 22일, 6개월간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 끝에 리비아 반군은 수도 트리폴리를 점령했고, 카다피의 아들들을 체포했다. 막강한 것처럼 보였던 카다피는 어디론가 종적을 감춘 상태다. 카다피 정권은 축출되었고 리비아 국민들은 이제 “자유”를 얻게 되었다.
중동에서 야기되고 있는 시민혁명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말하는 혁명과는 본질이 다르다. 가난한 자들이 빈곤에 허덕이다 일으킨 혁명이 아니라 독재정치의 질곡에서 압박받던 시민들이 자유인이 되겠다고 들고 일어난 혁명이다. 중동의 시민들은 독재정권 이후에 자국 정부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질지에 대한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당장 독재자를 제거하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즉 민주주의의 건설보다는 “자유”의 확보가 더 시급한 목표였다.
민주주의가 반드시 ‘자유’를 수반하지는 않아
지구 어느 나라든지 개인의 자유가 확보된 나라는 모두 민주주의 정부를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자유를 향유하는 경우 민주주의는 자연스런 부산물이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나라의 국민들 모두가 “자유”를 향유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자임하며,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용어들이 나라 이름에 가장 많이 포함된 중국(People’s Republic of China)과 북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은 국민들의 “자유”를 극도로 제약하는 독재국가들이다. 자유와 민주는 구분되는 것이며 진정한 민주주의는 오직 “자유민주주의” 외에는 없는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의 일부 좌편향 인사들이 자유라는 용어를 두려워하며 기피하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자유화’는 우리 경제와 국가 안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미국 국무부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과 북한 역시 주홍색으로 칠해진, 정부의 안정성이 2등급에 불과한 불안정한 나라이다. 대한민국은 연두색으로 칠해진 4등급의 상당히 안정된 나라로 분류되며 1등급 국가들에는 세계최고의 민주 선진국들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이 보기에 중국과 북한은 정권 안정도가 이집트, 튀니지 수준이라는 말이다. 중동의 자유혁명을 자스민 혁명이라고도 부르는데 이에 가장 당황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자국민들을 억제함으로써 안정을 유지해 오고 있는 나라지만 연평균 18만 건의 데모와 폭동이 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연평균 18만 건의 폭동과 데모란 낮 시간을 데모가능 시간으로 간주할 경우, 가히 1분에 1건의 폭동과 데모가 중국 각처에서 발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경우는 사안이 더욱 심각하다. 독재와 더불어 빈곤이라는 문제가 병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민들은 국민들이 아사하는 와중에도 북한 정권의 극소수 엘리트들은 초호화판 사치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점점 알기 시작했으며 장마당을 중심으로 번져나가는 지하 시장경제의 터 위에서 “자유”의 소중함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인간이 아사할 일은 없다는 진리가 북한의 장터에서 증명되는 중이다.
카다피의 몰락은 21세기 지구인들의 “자유”를 향한 외침이 점차 성과를 보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중국과 북한에도 결국 자유가 보장되는 세상이 도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과 북한이 자유화를 이룩하면 우리의 국가안보 및 경제 상황은 대폭 호전될 것이다. 그러나 리비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북한의 자유화에도 역시 유혈사태자국민들의 희생이 수반될 것이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cklee@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