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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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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국제정세

미국, 중국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

1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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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국제정치를 분석, 설명하는 여러 이론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이론은 ‘현실주의’ 이론(Realist Theory)이다. 현실주의 이론의 관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국가들은 도덕률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행동하며, 국가들은 다른 나라의 권위를 자신의 그것보다 위에 있다고 인정하지 아니하며, 국가이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즉, 국가안보)에 관한 것이며, 국가들은 국가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힘(power)을 추구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현실주의 이론의 대가인 미국 시카고 대학의 미어셰이머(John J. Mearsheimer) 교수는 이 이론을 조금 더 발전시켜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이론을 제안했는데 ‘국가들은 자신의 힘이 상대방과 균형 상태에 이르렀을 때도 만족하지 않고, 더욱 더 힘을 증강시키려 노력하며, 결국 모든 강대국들은 패권국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관점이다.


지난 수일동안 한국을 방문 중인 미어셰이머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가지고 미국, 중국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에 관해 모든 한국인들이 진정으로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언급들을 했다. 그의 저서『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을 번역 출간 한 바 있는 필자도 간담회에 참석해서 이야기를 듣고 나누었는데 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중국은 그동안 놀라운 성장을 지속, 이에 미국은 포위망을 구축하기 시작


미어셰이머 교수는 중국이 그동안 맹렬한 속도로 국력 증가를 이루었는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국력 증가를 이룩하여 미국을 능가할 정도의 상황이 온다면, 그 때 한국은 중국에 편승해서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국과 힘이 맞먹는 중국 바로 옆에 있는 한국을 미국이 도울 수는 없으리라는 논리다. 그런 날이 온다면 중국 앞의 한국은 청나라 앞의 조선 격이 될 것이다.


다만 미어셰이머 교수는 중국이 ‘만약’ 이제까지와 같은 놀라운 성장을 지속 ‘한다면...’(IF China continues its impressive rise)이라는 조건을 단다.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보여 준 놀라운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는 중국 외에도 여러 나라가 있다. 한국, 일본, 독일, 싱가포르, 대만 등 여러 나라가 30년 정도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이적인 성장이 50~60년 이상씩 지속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중국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난 수십 년과 같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지속한다면’ 당연히 중국의 경제는 미국을 앞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중국 경제성장이 과거 수십 년처럼 연평균 9~10%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한국, 대만, 일본, 독일 등 중국에 앞서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기록했던 나라들은 예외 없이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었다. 이들 나라들은 모두 경제성장이 초래한 정치적 요구(민주화, 복지의 확산, 빈부격차 문제 조절 등)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경이로운 경제성장률은 대폭 낮아지게 되었다. 그런데 중국은 예외일까? 중국도 예외일 수 없다고 가정하면 중국 경제가 미국을 앞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어셰이머 교수는 중국의 힘이 더욱 커지게 된다면 중국은 아시아의 패권을 추구할 것이며, 미국에 도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아시아, 유럽 대륙에서 패권국이 출현하는 것을 저지해 왔는데 독일, 일본, 소련 등이 미국에 의해 패권 추구가 좌절된 나라다. 중국은 현재 아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 하지만 미국은 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 인도, 월남, 필리핀, 대만, 몽고, 호주 등과 연합, 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국력이 강해질수록 한국의 통일은 요원해질 것


중국 역시 미국의 대 중국 정책에 반대하며, 특히 한반도가 자유주의 세력에 의해 통일되는 것을 결단코 반대할 것이다. 즉 중국의 힘이 현재보다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한국의 통일은 요원해진다. 최근 한국 정부가 2030년에 한반도 통일을 이룩할 것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중국의 힘이 지속적으로 강해진다면, 그리고 한반도가 2030년 무렵까지도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그때 가서 통일을 논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막강해진 중국 앞에서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이야기도 꺼낼 수 없을 것이다.


통일은 빠를수록 좋다는 제목의 저서가 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이론이 말해주는 동북아시아 국제정세에 의하면, 그리고 중국이 지속적으로 국력 증강을 이룩한다고 가정한다면, 통일은 ‘빠를수록 좋다’가 아니라 ‘늦어지면 통일을 이룰 수 없다’가 더욱 타당한 말이다.


중국의 국력이 급속히 부상하는 와중에서 우리나라가 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전략적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통일은 사명이다. 동족이 두 개의 나라로 나뉘어서 싸우고 있다는 비정상과 불편을 이제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 더 나아가 2300만 동포가 기아상태에서 포악한 독재정권 아래 신음하는 비인간적 모습을 방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미래의 국제체제를 예측한다면, 빠른 통일과 그에 따른 구체적 전략이 필요


미어셰이머 교수는 현재의 중국은 본질적으로 종이호랑이(basically a paper tiger)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대단한 것으로 보지만 사실 현재의 중국은 미국과 맞먹는 강대국은 아니다. 미국이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을 이제껏 방치 혹은 지원한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나라의 통일을 위한 국제정치 상황이 아직은 양호하다는 의미다.


중국의 지속적인 국력증강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에게 있어 자유 민주주의로 통일된 한반도는 막강한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이 한국의 통일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우리가 중국의 반대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국제정치적 시간이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이 말해주는 미국, 중국, 동아시아 국제체제의 미래에 의거할 때 우리의 전략은 분명해진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중 통일의 기초를 쌓는 노력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지금 이 순간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이를 밀고 나갈 준비를 갖추어야 할 때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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