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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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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국제정세

중국 어선의 불법행위는 중국 대국주의의 발로

1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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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12월 12일 서해의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에서 불법 도적 어로를 단속하던 우리나라 해양 경찰관이 중국 선원이 찌른 칼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 했다. 그동안 중국의 방자한 행동에 대해 항상 굴종적 태도만을 유지했던 결과가 결국 이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허탈하고 분노스럽다. 만약 한국 해역에서 불법 어로 작업을 하던 미국 어선을 단속하던 과정에서 한국 해양경찰관이 미국의 어부의 칼에 찔려 사망했어도 대한민국이 이토록 조용할까? 오늘 대한민국 해양 주권의 상징인 해양경찰관이 중국 어부의 칼에 찔리게 된 상황은 그동안 한중 관계에서 나타났던 비대칭이 누적된 결과다.


한국에 대해 여전히 ‘청나라가 조선을 보는’ 관점을 취하고 있는 중국


우리 화물선을 들이받고 구조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도망친 중국 화물선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10여명 이상의 우리 선원이 전원 익사했고, 시신도 건지지 못했지만 한국은 중국에게 별다른 조치를 요구하지 못했다. 2008년 올림픽 성화가 지나갈 때 중국 젊은이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인 난동에 대해서도 한국은 꿈쩍하지 못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진강은 2008년 5월 27일,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 2일전 ‘한미동맹은 지난 시대의 유물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으로 현대 세계의 안보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말한 후 대통령이 방문한 5월 29일 “이것은 완전한 것이며 계통을 밟아 이루어진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힘으로써 한국을 능멸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후 한국 정부가 합동 군사 훈련을 포함, 미국과 긴밀한 협조조치를 취하고 있을 당시 중국은 ‘미국만 없었으면 한국은 진작 손봤을 나라’ 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중국이 대한민국을 보는 관점은 청나라가 조선을 보는 관점과 다를 바 없다. 중국정부는 한국 측에 “이렇게 하면 한국을 위해 안 좋다”고 가히 깡패 수준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전해졌다. 중국의 한 외교관은 서해 훈련과 관련, 중국 측은 ‘서해엔 공해가 없다’는 발언까지 했었다. 서해를 중국의 내해로 본다는 논리다. 중국 어선들이 떼로 몰려와 한국 근해에서 어로 작업을 감행하는 것은 서해 전체가 자신의 바다라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한 계획된 조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해를 ‘Sea of Japan’이라고 표기한 지도를 보면 가히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반응한다. 그러나 서해를 ‘黃海(황해)’ 혹은 ‘Yellow Sea’라고 표기한 지도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듯 반응한다. 중국의 공식 지도는 우리가 동해라고 부르는 바다를 ‘日本海(일본해)’라고 분명히 표기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00년간 한국의 주권을 인정한 적이 없던 나라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이 붕괴하던 무렵 중국의 사신을 맞이하던 ‘迎恩門(은혜를 맞이하는 문)’자리에 독립문을 건설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우리나라가 중국이 보기에 다시 속국으로 볼 수밖에 없는 나라처럼 행동하고 있다.


중국 국력의 급속한 부상 앞에 한국은 당당하게 주권국가로 살길을 추구해야


중국은 1985년 서해는 물론 동해까지 포함된 소위 제1도련선(일본열도-오키나와-필리핀-인도네시아)을 그어놓고 그 선 안쪽에 있는 바다에 대한 외부 세력의 접근을 금지하는 해양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반 거부 전략, 혹은 반 접근 전략(Anti-Access/Area Denial Strategy)이라 지칭되는 중국의 해양 전략은 단순이 방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바다에 선을 그었다는 의미는 중국이 그 선 이내의 바다를 자국의 영토처럼 간주한다는 의미다.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의 군함은 발을 들려 놓지 말라는 의미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 사람들에게 바다는 온 인류의 공유물이다. 그래서 영해는 육지로부터 가까운 12해리로 한정하고 나머지는 모든 나라들이 자유로이 항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인의 전통적 사고에 의하면 바다도 육지의 영토처럼 한 국가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서해바다 전체를 자신의 내해라고 생각하는데 서해가 내해라면 한반도는 중국의 땅이 된다. 중국은 적어도 북한 지역(고구려)을 자신의 땅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위해 동북공정이라는 의도적인 역사 외곡을 감행해 왔다.


우리나라의 맨 남쪽 끝에 이어도라는 섬이 있다. 중국은 2005년이래 이어도를 중국령이라고 주장하고 수시로 해군 함정을 보내고 있다. 중국이 이어도를 침탈할지 모른다는 우려 또한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원인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일부 극렬분자들은 제주해군기지에 미국 군함이 들어올 것이라며, 공사현장에 드러누워 해군기지 건설을 방해하고 있다. 이들은 미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보다 솔직한 현실은 ‘중국의 제국주의는 미국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일방적이고 압제적이고 공격적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이 중국과 가까이 있다는 지정학적 현실, 중국의 급속한 국력 부상(浮上)은 우리가 중국의 눈치를 보며, 비굴하게 살면서 쥐꼬리만 한 자주성을 유지하는 조선시대와 같은 한중관계로 갈 것인가 혹은 중국 앞에 당당하게 주권 국가로 살 길을 추구할 것인가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은 ‘중국은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라는 한가한 수사(修辭)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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