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국제정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과 대책
1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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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2010년 3월과 11월 각각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사건을 감행, 대한민국 국민 50명의 생명을 앗아간 북한이 또다시 대한민국과 세계를 향한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일성 100회 생일을 맞이하는 4월 15일을 전후, 광명성 3호를 남쪽을 향해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북한은 광명성 3호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무기로 사용 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방편임은 재론의 필요가 없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보의식 강화는 한동안 북한의 도발을 잠잠하게 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은 반드시 다시 도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어떤 유형의 도발이 자행될 것인가를 생각해 왔다. 반드시 응징하고야 말겠다는 대한민국의 대비 태세가 대폭 강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은 ‘직접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대한민국 국민들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기에는 충분한’ 부류의 도발을 고안할 것이라고 예측 되었다. 미사일 발사 혹은 핵실험이 이 같은 부류에 속하는 도발일 것이다. 북한이 남쪽을 향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장고한 끝에 고안해 낸 대남 도발 방식이다.
북한이 도발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북한 체제의 고유한 속성에서 나온다. 북한이 도발을 하면 오히려 손해가 될 줄 뻔히 알면서도 도발을 감행하는 것도 모두 북한의 체제적 속성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천안함 격침 사건은 북한의 불확실한 후계 구도 확립을 위한 것이었다.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혀야 할 김정은의 군사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조치가 천안함 도발이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전술, 작전, 전략 차원 모두에서 대성공이었던 천안함 사건을 배후에서 총 지휘한 사람이 김정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천안한 격침 작전의 성공은 김정은을 대장감이라고 추켜세울 근거로 사용되어 졌을 것이다.
천안함 사건 후 꼭 6개월 만에 김정은은 진짜 북한군 대장이 되었고 두달 후인 11월 연평도에서 또 다른 도발을 감행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북한 당국은 김정은이 포사격의 명수라는 사실을 과시했다며 스스로의 행동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은 북한 정권을 이어 받았다.
이번 북한이 미사일 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미 예상되었던 범위 내의 도발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TIME의 2012년도 신년호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 중 제일 높은 것은 미사일 발사라고 예측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식량을 지원 받기로 약속한지 불과 2주일 밖에 안 된 시점에서 도발 계획을 발표한 이유는 김정은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북한이 강성대국의 기틀에 세워졌음을 증명해 보이고, 국민들을 내부 결속하는 데 있어 미국 식량 2만 수 천여 톤을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장거리 미사일이 오히려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에는 과거처럼 일본과 미국이 있는 동쪽 방향이 아니라, 한국을 위협하기 위해 남쪽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한다. 변산 반도 앞쪽의 서해 바다에 북한 미사일의 1단계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은 아직 그 능력이 검증 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미사일 1단계의 파편이 어디로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자신의 미사일이 어디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다가오는 한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조건적 평화주의자’ 들의 표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후보에게 몰아주고 싶을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 중국, 일본은 대단히 강경한 경고를 발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을 향해 날아올 경우 ‘요격’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 발사 시 요격을 시도했으나 북한 미사일 발사가 실패로 끝나는 바람에 실제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았었다. 미국, 일본이 보유한 이지스함은 미사일 요격용 군함이며 미국 이지스함의 요격 미사일은 1발 발사로 비행중인 적국의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요격할 확률이 7/8 이상이다. 대한민국도 미국, 일본의 이지스함에 필적하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 사회에 다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온갖 수법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동창리에서 남쪽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말하고 나서 다른 곳에서 도발을 감행 할지도 모른다. 이미 대한민국은 북한의 성동격서 전술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의 어떤 도발에 대해서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우리의 의지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의 확보야 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처 방안이다.
북한에게 미사일 발사를 공언한 것만 가지고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면 큰 오산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나마 연명에 급급한 북한 체제를 완전히 붕괴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해야 한다. 한미 동맹의 정보 능력은 북한이 말한 광명성 3호의 발사에 관해 그 진행 여부를 실시간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기습공격(SURPRISE ATTACK)은 아니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일이며, 북한이 진정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우리는 북한 정권이 노리는 명분에 오히려 심각한 먹칠을 할 수 있는, 그러나 미리 말할 필요가 없는 여러 가지 대안 증 하나를 택해서 반응하면 된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1단계를 회수해서 분석함으로써 북한 미사일의 성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북한 미사일 1단계를 회수 하겠다는 우리 군의 발상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재치있는 대응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 계획에 대한 면밀한 추적과 점검은 물론, 다른 종류의 기습적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한 응징 태세를 유지하고 빈틈없는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klee@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