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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일관성있는 공정거래정책의 방향

08.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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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최근 SK사태를 둘러싸고 출자총액제한 등 공정거래정책의 향방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더구나 불황이고 경기침체인데 재벌규제를 완화하지는 못할망정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예고하고 증권집단소송을 입법화하는 등 대기업규제를 강화한다면서 경제계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하여 재벌규제의 수장격인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정책이 경기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일관성있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서 “샘물도 오히려 말랐을 때 수리하기 좋기 때문에 투명·건전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비용도 적고 회복기에 경쟁력도 높여준다”는 ‘샘물론’도 제시하였다. 공정거래정책은 일관성있게 추진하여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는 맞는 말이다. 어느 나라나 경쟁정책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하고 독립된 규제기관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책추진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것에 걸맞을 정도로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시류에 따라 본연의 업무인 경쟁촉진은 등한시한 채 인기영합적인 재벌규제에만 매달린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국민의 정부에서 현대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때 그리고 몇몇 대기업의 주요 업종을 통폐합한 빅딜정책을 시행할 때 명백한 독과점력의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침묵했었다. 개별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나 기업간 담합의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고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경쟁정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본연의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산업정책과 중소기업정책에 많이 양보해 왔고 재벌정책과 같은 비본질적인 재량적 정부정책에 맛을 들여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정책보다는 지주회사와 자본시장에서 주주간의 관계인 기업지배구조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재벌기업의 비상장회사에 대한 지분까지도 공개하려고 한다. 이것이 상품시장에서 소비자의 편익을 보호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사실 따지고 보자면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할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위원회나 증권거래소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출자총액제한, 상호출자금지, 계열사채무보증, 지주회사 규제, 내부거래 규제 등은 개별시장에서의 경쟁촉진과는 무관한 대기업규제이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은 다른 회사에 투자를 하려면 계열사나 다른 기업에 대한 지분을 팔고 하라는 것이어서 결국 대기업의 신규투자를 억제한다. 재벌의 무분별한 다각화와 확장을 막자는 것이다. 21세기에는 기업의 고유업종이나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고 피터 드러커와 같은 석학은 세계의 지식인에게 설파하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업종전문화를 강조하는 1950년대식 패러다임에 집착하여 투자를 막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제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관된 공정거래정책을 추구하려면 공정거래정책의 내용부터 경쟁정책 중심으로 바꾸어야 하며 각종 정부의 재량과 예외규정이 섞여 있는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을 폐지하여야 한다. 그것이 일의 순서이다. 그것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국민과 소비자로부터 존경받는 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듭나려면 대중적 관심사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경쟁당국으로서 할 일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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