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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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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출자총액제한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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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가 당해회사 순자산액의 25%를 초과하여 다른 국내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1987년 2월에 도입되어 12년간 운영되어 오다가 1998년 2월 외국인의 적대적 M&A 허용에 따라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폐지된 이후 2001년 4월부터 부활되었다.

지난 해 말 출범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되어 논란을 빚은 이 제도의 개정과 관련하여 재계는 줄곧 폐지 또는 완화를 역설하고 있는 가운데 재경부는 현상유지 또는 완화하자는 의견이고 공정위는 더욱 강화하자는 의견이다. 이렇듯 이 제도에 대해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것은 계열사 출자에 대한 두 가지 대립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각은 계열사 출자의 목적이 신규사업 진출 또는 기존사업 역량강화를 위한 투자에 있으며 출자규제는 이와 같은 기업의 정상적인 투자활동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반면 두 번째 시각은 계열사 출자가 출자회사 지배대주주의 지배권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따라서 출자규제 강화를 통해 무분별한 계열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대기업집단 성장의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두 가지 견해 모두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의 출자에는 생산적인 투자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사전적이고도 획일적인 규제로서 양자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가 존재하는 경우 이른바 무분별한 계열확장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와 동시에 역동적인 기업투자를 제약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을 어렵게 한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서 이 제도는 많은 적용제외 및 예외조항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의 신산업분야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출자 등 15가지 출자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하여 출자총액에는 포함되나 일정기간동안 위법이 아닌 것으로 용인해주고, 사회간접자본 민간투자회사에 대한 출자나 같은 업종내의 출자 등 4가지에 대해서는 규제 적용대상에서 아예 제외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제도가 비록 제한적이나마 생산적인 투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눈을 달아준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공정위에서는 대기업집단 출자총액 중 40% 이상이 적용제외 또는 예외로 인정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이 저하되었다는 이유로 작년에 이식된 이 눈을 다시 떼어 내거나 시력을 더욱 어둡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출자총액 중 40% 이상이 적용제외나 예외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그 만큼 획일적인 출자규제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 들어 정부나 업계에서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는 반도체, 이동통신 등의 덕분에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잘 버텨왔다. 그러나 이들 부문에서도 현재 중국과 대만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어 언제까지 우리의 경쟁우위가 유지될 수 있을 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10년 20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자총액규제가 이를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제 이 제도의 폐지를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사실 이 제도가 대기업집단의 무리한 계열확장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거나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다른 곳에 있다.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의 감시 및 규율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다행히도 외환위기 이후 상법, 증권거래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이 추진되었고 사외이사제도, 소액주주의 권익강화,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 기업 내ㆍ외부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규제하고자 하는 비효율적인 지배목적의 출자는 이제 기업 내ㆍ외부의 감시와 규율에 의해 보다 효율적으로 견제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정위에서는 이들 규율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는 그래도 출자총액규제가 최소한의 조치로서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의 생산적 투자활동을 옥죄는 사전적이고 획일적인 규제일변도 정책에서 탈피하여 현재 진행 중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불공정행위나 경쟁제한행위 등에 대하여 선별적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경쟁정책적 접근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더 역점을 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쪼록 이달부터 9월까지 운영될 예정인 「시장개혁비전 마련을 위한 민관합동 T/F」에서 우리경제의 미래를 밝혀줄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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