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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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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저가낙찰제도의 함정은 무엇인가

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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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큰 공사나 프로젝트를 수주해 놓고 얼마 안가 경영위기에 빠지는 기업을 자주 보게 된다. 어렵게 수주에 성공하고 왜 도산하는가? 대개 무리하게 써낸 낙찰가격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기업들이 처음부터 낙찰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거나 낮은 가격이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대답은 No. 기업은 이윤추구라는 목표를 따라 움직인다. 처음부터 적자를 낼 정도의 무리한 가격으로 응찰할 까닭이 없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왜 이렇게 무리하게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는 모순적인 행동을 할까? 경매이론에서는 이런 역설적인 현상을「낙찰자에 대한 저주 효과winner's curse effect」라고 한다. 즉, 낙찰자로 결정되는 순간 자기의 응찰가격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현상을 지칭한다.


낙찰자에 대한 저주는 왜 발생할까? 광산채굴권을 매각하는 입찰을 생각해 보자. 만약 이 채굴권이 100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으며, 입찰에 참가하는 기업은 그 가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다고 가정하자. 당연히 업자들은 채굴권의 가치에 대한 추측을 바탕으로 응찰액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대개 입찰참가 기업들이 판단하는 채굴권의 기대가치는 최저액부터 최고액까지 일정한 분포를 띠게 된다. 당연히 경매에 들어가면 최고가를 응찰한 기업이 낙찰을 받는다. 그러나 최고가를 써내고 낙찰된 기업은 낙찰 순간부터 매우 불길한 신호를 받게 된다. 즉, 채굴권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나머지 기업 모두가 자기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가능성, 즉 경제적 가치에 비해 자기가 써낸 응찰가격이 과도하게 높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낙찰이 결코 기뻐해야할 승전보가 아니라 적자의 불길한 징조가 되는 것이다.


물론 낙찰자의 저주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이 광산의 채굴권 가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업자의 노력에 따라 높아질 수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높은 채굴권 가격에도 불구하고 낙찰기업이 성공적으로 광산을 채굴해서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낙찰이 저주가 아니라 기업의 호재가 된다.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의 인수경쟁은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인수대상 기업은 인수자가 누구냐, 누가 경영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이 경우 경쟁자나 제3자가 보기에는 프리미엄을 높게 주고 인수하였더라도 인수자가 경영수완을 발휘한다면 기업의 가치를 프리미엄 이상으로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낙찰자 저주 효과가 기업에게 주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입찰경쟁에 참가하는 기업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경쟁의 마술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승리의 축제 뒤에 도사리고 있는 무리한 수주나 거래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우선 따고 보자”는 식의 무모한 경쟁하에서 기업들은 더욱 쉽게 이런 함정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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