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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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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이 가능하려면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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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록

참여정부는 5년 국정의 기본방향으로서 “변방의 역사를 끝내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주도하는 자주의 역사”를 천명하며, 이런 노력은 “우리 민족의 팔자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효율적 국정과제의 수행을 위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많은 테스크포스팀(TF)을 설치하여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 등을 핵심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특히 동북아 경제중심의 달성을 위해서는 금융중심, 물류중심, 산업혁신 클러스터의 육성을 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한다. 산업혁신 클러스터 육성을 위해 IT, 부품, 소재, 관광산업을 육성한다고 한다. 개발전략으로서 혁신클러스터 육성을, 부족한 역량은 IT, 부품, 소재와 같은 일부 산업을 육성하는 소위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5년간 250만 일자리 창출” 또는 “10년내 2만불 국민소득 달성”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동북아 경제중심 달성을 위한 이런 구상이 “빈껍데기”가 되지 않을 조건이 무엇일까? “5년간 250만 일자리 창출” 또는 “10년내 2만불 국민소득 달성”이란 정책목표의 허실과 이를 위한 대안을 살펴보자.

질적 측면이 중요한 “10년내 2만불 국민소득 달성”

동북아 경제중심의 달성을 통해 “팔자를 고치려는” 웅대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경제권에서 한국은 총체적 잠재력, 교역량, 경쟁력 수준 등에서 꼴찌로 2번째 되는 나라이다. 주변국의 항의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심”의 개념은 “허브(A Hub)”로 정의되어 한민족의 팔자를 바꾸기 위한 장도에 올랐다. 이런 목표는 10년내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이라는 목표로 구현될 것이다.

선진국의 경험, 특히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태리, 대만의 달러표시 1인당 경상국민소득(GNI) 수준의 변화에서 한국경제의 2만불 달성 가능성, 소득배가 기간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달러화 표시 경상가격 1인당 국민소득성장률은 자국화폐 불변소득증가율, 물가상승률, 환율절상률의 합에 인구증가율을 빼준 것이다.

미국은 1978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불 달성 후 연평균 2.98%씩 성장하여 10년 뒤 1988년 2만불을 달성했다. 일본은 1981년 1만불 소득을 넘어 6년 후 1987년 2만불 국민소득을 달성했다. 연평균 경제성장율 3.53%의 고도성장의 결과였다. 고도성장과 연간 8.49%에 이르는 환율절상 덕분이었다. 경쟁력의 뒷받침이 있었던 것이다.

독일은 12년, 프랑스, 캐나다는 11년만에 소득을 배가시켰다. 역시 연간 2?3%의 건실한 경제성장과 지속적 환율절상에 의한 것이다. 영국은 9년만에, 이탈리아는 5년만에 2%대의 경제성장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을 배가시켰다. 특히 이탈리아는 환율절하에도 불구하고 높은 물가상승에 의해 이를 달성하였으나 최근 2만불 이하로 하락했다.

대만은 고도성장, 환율절상에도 불구하고 물가하락으로 인해 2만불 소득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상반되는 이런 성장패턴은 환율절하와 더불어 높은 물가상승률에 의해 초래된 소득배가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과 2만불 달성의 목표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의 경우는 1995년 1만불 소득을 달성하였으나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성장이 정체되어 2002년 현재 10,103불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4.96%(연간성장율의 평균)의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연평균 1.09%씩 절하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10년내 1인당 2만불 국민소득 달성 목표는 극단적인 경우 성장없는 물가상승 즉, 스태그플레이션을 통해서도 달성될 수 있으며, 건실한 고도성장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기도 하다.

불가능한 5년내 250만 일자리 창출

참여정부는 집권 5년내 250만 일자리 창출을 공언한 바 있다. 야당 역시 다소 낮지만 비슷한 정책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달성하려면 매년 약 50만명의 고용이 새로 창출되어야만 한다. 이는 노동투입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로부터 계산하면 연간 7%정도의 실질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때에 가능한 목표이다. 1990-2000년간 경제성장 1%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취업자수는 성장률 1%당 약 7만명이다. 한국보다 성장잠재력이 강한 많은 선진국이 1만불 1인당 국민소득 달성 후 2-3%대의 경제성장을 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건실한 경제성장을 통해 2만불 국민소득을 달성하기 위한 성장원천은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방안이 국내외 각계 전문가의 다양한 시각에서 제시되고 있다. 제도개혁 등 단기간에 변화되기 어려운 것이거나 뜬 구름 잡는 “공자님 말씀”이 많다. 동북아 경제중심 계획에서 보다 현실적인 2만불 달성 방안을 살펴보자.

아직도 성장우선

우선 성장우선을 통한 경제규모의 확대가 절대 필요하다. 총체적 경제력에서 한국은 동북아에서 조차 꼴찌수준이다. 동북아 경제협력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규모가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 물류중심, 금융중심, 국제R&D센터가 되기 위해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성장우선이라고 하여도 성장목표는 3-5% 수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2%대의 물가상승(GDP 디플레이터), 0.69%의 인구증가율 하에서 환율은 매년 0.7-1.7%씩 증가하여 10년 뒤 922-1,100원/달러 수준이 되어야 한다. 3-5%의 성장률 하에서 기대되는 매년 14-28만명의 신규 실업증가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둘째, 경제정책의 입안에서 포퓰리즘적 요인, 공허한 구호성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현재 인기에 연연하거나 한가한 노변정담, 정책실험으로 소일할 여유가 없다.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사회도처에 만연되어 있었던 “모럴해저드(moral hazard)”가 지적된 바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자칫하면 정책집행자, 각종 이익단체의 오럴해저드(oral hazard)가 정책실패를 가져올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전통산업을 중요시해야

셋째, 전통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동북아 경제중심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IT, 부품, 소재산업이 전통산업을 대체할 산업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향후 10년간은 여전히 전통산업이 우리 경제를 선도해 갈 것이다. 전통산업을 무시하고서는 지속적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당분간 IT 산업 자체보다는 IT의 전통산업에 대한 접목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성장원천이 개발될 것이다. 외환위기의 극복과정에 IT 산업의 수출증대가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나 한국의 경쟁우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IT 산업의 성장에 따른 것이다. 실제 IT 수출은 불과 몇 개 품목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무역분류상 약 60여개 IT 품목 가운데 비메모리 반도체 등 절반 이상의 품목에서 한국은 중국에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한국 IT 산업의 경쟁력을 절대 과신해선 안된다. 기존 한국의 대중국 우위품목의 경쟁우위도 위태롭다.

선택과 집중은 아주 위험한 전략

넷째, 신성장동력을 개발하기 위해 이상의 일부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경우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 공업국 가운데 한국은 이미 가장 “집중”하고 있다. 해외경기 변화에 국내경기가 요동치는 취약한 경제구조이다. 지금보다 더 집중될 경우 4,700만 인구가 먹고 살기 힘들다. 900만 이하의 인구규모인 핀란드, 스웨덴 등 강소국 모형이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대안으로서는 지극히 위험하다. 실제 이들 나라의 수출조차 한국보다 더 다변화되어 있다. 한국은 지금보다 많은 품목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만 한다. 다양한 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역량을 가짐으로써 나라전체로 지금보다 많은 품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성장잠재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은 기업전략으로서는 당연하나 국가전략으로서는 매우 위험하다.

산업혁신 클러스터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

산업혁신클러스터가 형성되면 동일한 지역에 사회간접자본이 완비되어 생산 및 판매활동이 용이해질 뿐만 아니라 수직적 또는 수평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가진 기업이나 산업, 연구소, 대학이 동일한 지역에 모여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새로운 성장원천이 발굴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산업혁신 클러스터는 공업화 초기에는 경제성장에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선진국 수준에 이르게 되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점차 하락하게 된다. 즉 추가적인 산업혁신 클러스터의 한계효과(marginal effect)는 기대보다 크지 않게 된다.

따라서 하드웨어적인 산업혁신 클러스터의 형성을 위한 지나친 재정지출은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의 ‘2002-2003년 세계 기업경쟁력(MICI)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산업 클러스터 형성(집적도)은 8위로서 일본, 홍콩 등 경쟁국이나 캐나다, 네덜란드 등 선진국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나 산업 클러스터가 많이 진전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기업의 혁신적 연구개발 노력이 실질적 성장 원천

기업경쟁력은 경제성장의 원천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은 활발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감축이란 수단에 크게 의존한 나머지 기술혁신 노력은 소홀히 했다. IT 산업에서 활발한 기술혁신 노력이 있었으나 대기업, 재벌기업이 담당하던 역할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장 먼저 와해된 것이 연구개발 관련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20개 대기업이 전체 연구인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재의 연구개발체제로는 기업경쟁력의 획기적 개선은 힘들어 보인다. 노사관계, 각종규제 등이 기업경쟁력 향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일부기업을 제외하고 기술혁신 노력이 없다는 것이 성장잠재력 제고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임금, 노사관계,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도 크지만 기업경쟁력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피해 외국으로 나간다 해도 핵심기술이 없는 해외진출의 생명력 또한 길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2만불 국민소득달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성장 원천은 기술혁신이 될 것이다. 생산요소 투입증가에 의존하던 성장패턴이 기술혁신에 의한 성장패턴으로 변모하는 선진국의 경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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