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상승-규제-공급감소-투기-세무조사와 추가적인 규제-공급감소-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부동산 시장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는가?

사람들은 재화를 원한다. 영어의 표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재화란 사람에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로 사람들은 적은 양보다는 많은 양의 재화를 원한다. 부동산도 그런 재화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의 가치 하락을 보전하거나 인플레이션 이상의 가치 보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은 다른 재화보다 더 매력적인 재화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그래왔다. 그러므로 재화를 더 많이 생산 또는 보유하기를 권하는 정부(정책)가 옳은 것이다. 반대로, 재화의 생산 또는 보유를 억제하는 정부(정책)는 틀린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최근 제안된 종합부동산세,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그린벨트, 평수제한, 가격규제, 분양권 전매 제한, 정부 주도의 신도시 개발, 세무조사, 고층제한, 토지구분, 고도제한 등은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즉 각종 세금과 규제는 수요와 공급을 억제하는 것으로 악순환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다.

같은 품질의 재화라면 사람들은 높은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가격상승은 지탄의 대상이다. 일부 전문가는 부동산 가격상승을 수급의 불일치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물물교환 경제에서나 통용되는 것이다. 화폐경제에서는 화폐수급의 변화, 특히 화폐공급의 변화가 재화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외환위기 이후에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른 이유를 건설회사의 부도로 인한 공급부족과 이자율 하락으로 인한 수요증가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불완전하다. 과거를 보면, 계속적인 가격규제로 초과수요가 상존했지만,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켜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10년, 20년, 30년 전과 비교하여 크게 상승한 것은, 고급 자재 사용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화폐공급이 증가한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가격상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공급의 증가와 함께 화폐공급의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 때마다 정부는 세무조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투기를 잠재워 왔다. ‘투기-세무조사’라는 도식은 투기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정부관료를 포함한 일부 지식인과 일반 국민은 투기자의 역할과 투기의 기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투기도 경제현상의 하나로서 발생의 원인과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일단 투기가 발생했을 때 투기자의 역할과 투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투기자는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기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란 재화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할 뿐 아니라, 각 경제주체가 변화된 경제 환경에 ’빠르게‘ 적응(adjustment)하도록 그러한 변화를 알리는 신호(signal) 기능을 한다. 만약 이러한 투기를 단속하고 통제하면 어떻게 되는가?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 투기가 없는 상태에서의 부동산의 공급은 투기자가 활동하는 경우에 있어서의 부동산의 공급보다 적다. 즉 정부에 의한 투기의 단속과 통제는 부동산의 공급을 투기가 자유롭게 허용되었을 때보다 줄어들게 만든다. 그 결과, 투기억제정책은 투기가 자유롭게 허용되었을 때보다 부동산의 가격을 더 상승시킬 뿐이다. 투기의 역기능이 없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투기의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더 크기 때문에 투기를 억제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더 낫다.

강남지역 아파트의 높은 가격이 부동산 가격상승의 진원지라는 이유로 강남과 버금가는 신도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원리를 이용한 정책이다. 그러나 강남지역 아파트가 다른 지역 아파트에 비하여 비싼 것은 그 일대의 편리한 각종 서비스(예를 들어, 교육)나 시설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지금이라도 다른 지역의 각종 세금이나 규제를 풀어 강남지역의 편리함을 모방할 수 있다면 신도시를 개발하지 않고도 강남지역 아파트 값의 하락을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강남지역 아파트의 높은 가격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문제라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제이론이 선택적으로 쓰여져서는 안된다. ‘투기와 단속’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경제이론에 충실해야 한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 ydjeon@t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