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효과적 투기억제는 존재하는가
08.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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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투기는 어떠한 자산의 기대수익율이 높다고 보편적으로 인식되었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투기가 경제전반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정책당국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투기성 자금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금융시장 불안이 생길 때마다 투기억제정책 방편으로 주로 통화긴축을 실시하여 왔다. 물론 이러한 통화긴축의 정책적 의도는 시중 유동성을 축소해 투기성 자금의 규모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금융시장에 나타난 결과를 보면 통화긴축이 원래 정책취지와는 사뭇 다른 현상을 종종 초래하기도 한다. 즉 통화긴축이 자금수요를 감소시켜 투기를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자금들을 축소시키고 금리상승압박을 야기하는 것이다.
투기에 대응하기 위해 취해진 통화긴축의 위험성은 미국의 경제사에서 잘 나타나 있다. 대공황 이전인 1920년대 미국경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시기다. 이같은 실물경제의 성장을 바탕으로 주식투자 붐이 조성됐고 투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되었다. 미국 중앙은행은 이러한 투기성 자금 수요를 억제하기 위하여 강도 높은 통화긴축정책을 실행했다. 이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당시 통화긴축은 사상 유례없는 고금리시대를 가져왔으며, 은행부도률을 높여 대공황의 씨앗이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투기억제책은 통화긴축이라는 단기적 정책대응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투기성자금수요의 원천적인 치유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 투기성 자금수요의 근본적 원인은 부동산 가격에 대한 고수익률 기대였다. 이 경우 투기억제책으로는 세제개혁의 형태가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작년 말 신규공모주의 저평가 현상이 금융시장의 혼란 및 금리불안을 초래하였다. 이때는 신규공모주를 적정가격으로 조정해 투기성 자금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