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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LG카드사태로 입증된 무기력한 재벌정책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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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LG카드사태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LG그룹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이 제도를 처음 시험대에 올려놓고 검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주회사제도는 계열사간 상호출자를 금지시켜 유동성 문제의 확대를 억제하는 동시에 대주주의 권한을 약화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대주주의 도덕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확인된 결과는 너무도 참담할 뿐이었다.


무색해진 지주회사제도


LG카드사태에 대해 LG그룹 계열사 지원을 억제시킨 지주회사제도가 유동성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기업집단의 지주회사화를 추구해온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주회사제도의 계열사간 출자금지규정으로 유동성 위기의 확산을 사전에 차단시킬 수 있었다는 반론을 발표하였다. 이른바 지주회사였기에 리스크가 그룹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방화벽(Fire Wall)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사태해결과정에서 LG그룹 대주주와 계열사는 8,000억원 규모의 LG카드 채권을 인수하여야 하며 향후 추가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할 경우 3,750억원을 지원하도록 결론지어졌다. 공정위로서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당연히 ‘무기력한 지주회사제도’와 ‘유명무실한 방화벽’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재빠르게 반론을 제기하였던 지난번과 달리 공정위는 아직까지 아무런 해명이나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정위는 사태해결과정에서 “지나치게 유리한 가격(금리)으로 인수하는 것이 아니면, LG 계열사가 채권매입을 통해 LG카드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소지가 없다고 본다“라고 발표하면서 LG계열사의 LG카드 지원에 대해 면죄부까지 허용하였다. 매 사안마다 “혐의가 발견되거나 의뢰가 있을 경우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왔던 공정위의 위풍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처사는 너무도 나약했다. 이토록 무기력한 공정위를 믿고 지주회사로 체제를 변화시켜야하는 대기업집단의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주회사제도를 지지해온 시민단체들 또한 유약한 태도로 일관했던 공정위의 처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제는 “이렇게 처리할 거였으면 LG계열사가 일찍 지원해서 LG카드의 유동성 문제를 초기에 진화시키는 것이 나았다“는 비아냥거림조차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무한책임을 바라는 국민정서는 정부의 무한한 관치를 유발


지주회사제도의 장점 중 하나는 순환출자와 같은 출자구조를 차단함으로써 배당권을 초과하는 대주주의 의결권행사를 억제시킬 수 있으며,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영진을 교체하기 용이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주회사체제를 도입한 그룹의 오너는 대주주로서의 권한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대기업체제를 유지하면서 받았던 도덕성 논란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어졌다. 그러나 이번 LG카드사태의 해결과정에서 그룹 오너는 여전히 무한한 책임을 강요받음으로써, 지주회사체제든 아니든 입보를 서야하는 데에는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한은 줄어들어도 대주주가 받는 도덕적 비난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LG그룹의 오너가 LG카드사태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한다고 제시된 근거는 순전히 국민정서 혹은 도덕성 시비였을 뿐 경제논리는 없었다. 대주주는 유한책임론을 앞세워 도망가서는 안 되며 국민 앞에 사죄의 뜻으로 사재를 털어야한다는 주장은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주식회사제도에 허점이 있다면 그것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지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여 입보를 강요하는 주장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이번에 LG계열사로 하여금 LG카드를 지원하도록 결정한 데에는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정서가 팽배했기 때문이었다고 하겠다. 주식회사제도의 유한책임을 무시하고 LG그룹 오너에게 사재출원을 약속받음으로써 경제논리를 한번 무시한 정부에게 있어서 LG계열사의 LG카드 지원이라는 또 다른 경제논리의 무시도 쉬었다.


한편, 만약 주주가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면 채권단은 대주주에게만 그 무한책임을 요구해서는 안 되며 소액주주에게도 요구해야 한다. 채권단은 “사업이 잘되면 모두 대주주가 갖고 못되면 채권단에 손해를 전가시킨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반대로 “대주주는 사업이 잘 될 때는 소액주주와 주식의 이익을 나눠 갖는 반면, 사업이 실패하면 혼자 무한책임을 지고 사재를 기부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소액주주가 대주주와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주장한다면 당연히 소액주주들도 응당 무한책임을 지고 사재를 털어야한다는 우스꽝스러운 결론마저 나오게 된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규제 논란


이번 LG카드사태 이후 LG카드가 제조업그룹인 LG의 계열사였다는 이유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규제’ 주장이 다시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아전인수격 해석에 불과하다. 먼저 과거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지배로 인한 문제와 이번 LG카드사태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삼성자동차, 현대건설, SK글로벌 사태 등 과거 재벌 오너들이 사재를 출연하면서까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사례를 보면 모두 제조업체를 살리기 위해 금융회사를 끌어들이다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경우였다. 한편, 이번 LG카드사태는 금융회사 자체 부실로 유발된 경우이므로, 금융회사를 제조업 지원을 위한 사금고로 활용하다 발생한 유동성 위기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제조업 그룹인 LG나 삼성은 금융회사가 최우선시 해야 할 리스크 관리를 등한시하여 카드회사의 부실을 유발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규제의 근거로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통금융회사의 계열사인 국민카드, 우리카드, 외환카드의 부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과연 이들 카드회사들이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경영하였다면 각각 국민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과 합병하였거나 합병예정으로 있는 처지가 되었을까? 오히려 이들 카드회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모회사와 합병하면서 모회사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전가시키고 있다. 제조업의 계열사였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LG카드사태를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의 폐해와 부작용의 사례로 설명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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