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최근 수출증가의 양면성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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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금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대부분의 전망기관들은 5~6%대, 본 연구원은 타 기관보다 다소 낮은 4.8%를 예상하고 있다.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희망적인 성장률 전망은 우리 수출의 호조세에 기초하고 있다. 작년 우리 수출은 미·이라크 전쟁, 사스 출현, 노사불안 등 다양한 수출제약요인들에도 불구하고 하반기부터 대중국 수출의 급증세를 기반으로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수출은 재작년 대비 19.6% 증가한 1,943.3억달러를 기록하여 당초 전망치인 1,750억달러를 초과하였고, 미·이라크 전쟁의 여파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에도 수입이 전년대비 17.5% 증가한 1,787.8억달러에 그쳐, 연간 155.4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금년 1월에도 수출은 일평균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가며 전년동월대비 33.2% 증가한 190.7억달러로 2개월 연속 30%대의 증가세를 지속하여 29.5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시현하였고 작년 9월 이후 5개월 연속 20억달러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과 사상 최고의 연간 수출증가액을 기록하며 우리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우리 수출이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수출호조세에 힘입어, 산업자원부는 금년에 전년대비 12.2% 증가한 2,180억달러의 수출과 100억달러 내외의 무역수지 흑자를 공식적으로 전망하였다. 위안화 평가절상압력 등의 환율불안, 각종 수입규제 강화, 중국과의 경쟁 심화, 지역주의 가속화 등 수출불안요인들이 산재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경제 회복과 함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회복의 본격화, 세계교역증가세 확대, 반도체 등의 IT경기 호조 등 전반적으로 무역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 전망치로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호조세가 내수회복에 연결되지 못하게 만드는, 취업자수 감소, 신용불량자 확산, 과중한 가계부채 등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금년에도 우리 경제에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오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우리 수출호조세의 이면을 살펴보고 싶다.
작년 우리 수출호조는 대중국 수출 증가에 기인한다. 과거 부동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미국이 전체 수출금액의 17.6%만을 차지하여, 전체 수출비중의 18.1%를 기록한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하였다. 사실 미국경기는 미·이라크 전쟁의 조기 종전과 함께 소비 및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작년 중반부터 회복세를 가시화하고 있었음에도 대미 수출증가는 작년 4.6%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미국경제회복에 따른 수출증가 요인을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우리 수출 증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대중국 수출은 2001년 181.9억달러에서 2002년 30.6% 증가한 237.5억달러로 작년에는 48.7% 증가한 357억달러를 각각 기록하였다. 금액 측면이나 증가속도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냈다.
그런데 국내 한 민간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1,180개 법인을 조사한 결과, 2002년 이들 법인의 생산소요 원자재의 38.5%, 금액으로 63.8억달러를 국내에서 수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인의 투자액이 49.3억달러로서 이를 전체 대중국 투자금액으로 확대 추산하면 보다 많은 금액이 국내에서 중국으로 수출되었겠지만, 63.8억달러만을 2002년 대중국 수출 총액 237.5억달러로부터 공제하면 173.7억달러로 2002년 대중국 수출은 오히려 4.5% 감소하게 된다. 이 조사 결과의 의미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최근 대중국 수출 급증세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작년에도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서 시차를 두고 수출을 유발하여 석유화학(작년 1~11월: 47.9억달러, 35.3%), 철강(26.6억달러, 79.3%), 전자부품(32.1억달러, 48.9%) 등 원부자재 수출이 크게 증가하였고 대중국 수출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한편 대중국 직접투자의 금액과 건수는 2001년 9.9억달러, 1,125건에서 2002년 20.2억달러, 1,515건, 2003년에는 24.9억달러, 1,701건으로 대중국 직접투자가 매일 4.7건씩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중국에 진출한 한국투자법인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2001년말 현재 78.9만명으로 최근 대중국 직접투자 추이를 고려하면 현재 약 10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고용은 양국의 임금수준이 다르긴 하지만, 작년 12월말 현재 82.5만명의 우리나라 실업자 모두를 고용하고도 남는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우리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 증가는 대중국 수출 급증으로 이어져 수출 호조와 무역수지 흑자 확대를 가져왔고 우리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되었지만, 대중국 투자는 중국 현지 고용을 늘리는 반면 우리나라의 고용을 낮추는 동시에 국내 산업공동화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어 향후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대중국 수출호조세로 인한 수출 증가는 이러한 양면성을 지닌 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