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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일자리 창출도 '올인(all-in)'인가?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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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청년실업을 비롯한 실업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고용증진 없이는 신용불량 및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을 전제로 2008년까지 ‘일자리 200만개’를 만드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종합대책 이전에도 이미 정부는 갖가지 실업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예절강사, 문화재 설명 요원, 기타 공무원 등을 신규 채용하고, 민간부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상근 근로자 1명을 신규 채용할 때마다 3년간 100만원씩 세금 공제를 해주겠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사회협약’이 만들어졌고,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경제지도자회의’ 구상도 등장했다. 그리고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또 다른 ‘올인(all-in)’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의지를 보이는 것은 좋지만, 고용창출은 결코 올인 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만약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경제에 대한 몰(沒)이해와 정치적 목적을 드러낸 것이다.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의해 제공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부가 계획하고 노사가 합의해서 일자리를 찍어 낼 수 있는 듯한 어감을 주는 ‘일자리 만들기’는 발상부터 바뀌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협약’은 노사간에 고통분담을 위한 접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임금인상 자제와 고용조정 최소화를 요체로 한 사회협약은 선언적 성격이 강해, 과거 경제 살리기 ‘노사정 대타협’을 돌이켜 볼 때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더욱이 유럽식 조합주의 전통이 결여된 한국적 상황에서, 사회협약은 정부의 개입과 노동시장의 정치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종합대책과 관련해 소득이 있다면 정부가 경제성장이 일자리 창출의 전제조건임을 인정한 것이다.


고용은 전형적인 ‘파생수요’이다. 즉 기업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투자를 실행해야 신규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최소화되어야 투자계획을 세우고 해고가 자유로울 때 신규인력을 충원하며, 이익을 내야만 투자도 신규채용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고용증진의 관건은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업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기업환경을 정비하는 것이다. 이는 경쟁촉진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으로 집약되며, 그러할 때 우리 경제의 잠재능력만큼 경제가 성장해 고용이 증진된다.


하지만 잠재성장률만큼 성장하더라도 복병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5% 미만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가 첨단산업 위주로 고도화되면서 ‘고용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우리나라에도 부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처럼 성장의 고용유발 효과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고용을 늘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주 5일제 근무에 따른 서비스 산업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서비스 산업에 의한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다. 또한 5일제 근무에 따른 고용유발 효과는 일종의 ‘일자리 나누기’로서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따라서 진정한 고용대책은 투자를 늘려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미래의 성장동력으로서 새로운 성장산업을 발굴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신성장 산업은 국가가 ‘선정’한다고 해서 발굴되는 것이 아니다. 투자가 따라야 하며 이 역시 기업의 몫이다.


최근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으로 집약되는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데는, 중국의 특수(特需)를 적시에 활용하고 소비시장에서 불기 시작한 디지털 가전(家電)바람, 그리고 오랫동안 진행돼온 기업 구조조정 성과가 자리잡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일본 수출증가 물량의 80%가 대중국 수출이었다고 한다. 실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80년대 후반 호황을 누렸던 것은 ‘3저(低)’라는 대외환경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특수를 놓치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중국의 특수를 십분 활용할 때 비로소 미래의 성장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자금 태풍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업들은 손을 놓고 있다.


철저한 현실인식과 실행계획이 결여된 ‘일자리 200만개 만들기’ 종합대책은 청사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일자리 창출에는 왕도(王道)가 없기 때문에 포퓰리즘에 기초한 ‘올인’ 식의 일자리 창출 시도는 마땅히 자제되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중심은 기업이 되어야 하며, 정부는 조급증을 버리고 정책순리를 쫓는 ‘인내의 미학(美學)’을 가져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dkcho@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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