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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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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총선 이후 경제정책 방향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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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암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향후 경제정책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지역대표를 뽑는 총선인데도 탄핵문제가 부각되면서 대선처럼 진행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선거 결과도 지난 대선과 비슷하다.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갈등이 여전하고 여당이 간신히 과반을 차지하게 된 것도 지난 대선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참여정부는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의를 어떻게 읽고 어떤 정책을 펼쳐 나갈까? 특히 경제정책의 기조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제는 경제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은 지역대표를 뽑는 정치적 과정이므로 아무래도 인기없는 정책은 총선 이후로 미루게 된다. 작년부터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했는데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였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경제문제보다는 탄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등 정치적 문제에 매달렸으므로 이제는 경제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게 된다.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이 끝난 지금은 뒷전에 물러나 있었던 경제문제에 다시 관심을 가질 때이다.


하지만 골똘히 생각해보면 경제문제에 관심을 가진다고 당장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선 당장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책이 있다면 총선 이후로 미루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기부양이 필요했다면 총선 전에 이미 부양책을 실시했을 것이다. 이보다는 경제를 살리는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므로 뒤로 미루었을 것이다. 구조조정이나 노동시장대책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총선 이후에 실시한다고 당장 경제를 살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한 가지 가능성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책이 있는데도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의 방해로 시행할 수 없었던 경우인데, 이 경우에도 여당이 추진하려는 정책이 과연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여대야소 하에서 야당의 견제가 약화됨으로써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키는 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10대 국정과제와 로드맵에 잘 요약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로드맵만 작성하고 제대로 실행된 것은 별로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이유가 거대 야당의 빈번한 견제때문이었다면 거대 야당의 장애물이 사라진 지금부터는 로드맵에 따라 순탄하게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선과 총선을 통하여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은 참여정부는 한층 착실하게 로드맵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


문제는 민의를 받드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으며 대선과 총선을 통해 표출된 민의도 진보적 정책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경제발전을 관통하는 보수적 경제정책과 사뭇 다른 진보적 정책이 과연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지 여부가 우리 경제가 당면한 역사적 과제이며 불확실성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부총리는 “성장을 중시하는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고 국무조정실장은 “경제정책의 기조가 ‘좌회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 후 경제정책방향은 상당히 진보적 색깔을 띠거나 좌측을 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대야소 하에서도 뚜렷한 방향전환이 없다면 왜 참여정부가 여대야소를 갈망해 왔느냐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대선과 총선의 두 번의 선거로 나타난 민의와 역사의 이동을 생각해 볼 때 경제정책의 방향전환은 불가피하다. 아니 참여정부는 임기 말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다만 과도한 궤도수정이 정책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성장기반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보수주의적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분배 악화는 부유층의 소득증가보다도 성장둔화에 따른 실업증가와 고용의 질 저하에 더 크게 연유하고 있다고 판단되므로 성장잠재력 확충을 통한 분배개선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성장전략은 경제개방과 정책의 투명성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에 의한 지배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시장경제구축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목소리가 큰 집단이 주도하는 경제개혁은 실패한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리더십으로 개혁이 여론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원암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pwa@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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