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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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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소유지배괴리의 원인과 대책

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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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규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10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작년 말 이를 확정하였다. 현재 공정위는 동 로드맵에 기초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곧 개원되는 17대 국회에 상정, 처리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밝힌 출자규제 유지방침의 이유는 이러하다.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는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투자지분 이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기업 내ㆍ외부 견제시스템의 작동을 저해하고 기업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 견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는 출자규제가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괴리현상은 계열사간 출자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출자규제를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형식논리로 보면 맞는 말이지만 원인과 괴리된 처방이다. 출자는 단지 겉으로 드러난 행위일 뿐이며 이를 막는다고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소유지배괴리의 원인은 따로 있고 출자규제는 그 원인을 치유하는 대책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처방은 원인을 치유하지 못하는데 그치지 않고 부작용을 양산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그러면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현재와 같이 적은 지분으로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여 이른바 소유-지배 괴리가 발생하게 된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나라의 열악한 제도적 환경, 정부주도의 경제개발 정책, 70년대 이후의 기업공개 및 소유분산정책에 주로 기인한다.


경제개발 초기 정부는 산업화에 필요한 자원, 경험, 제도 등이 미비된 상태에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정부주도로 경제개발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입안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하여 특혜적인 재정ㆍ금융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집단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였다. 또한 정부는 유치산업보호론에 입각하여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을 차단하는 한편 국내기업에 대해서도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억제한다는 명목 하에 정책적으로 진입을 규제하여 기존기업에 독과점적 지위를 보장하였다. 따라서 기업들은 정부가 보장하는 독과점적 지대를 확보하고 동시에 정부로부터의 특혜적 지원을 제공받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전략산업에 앞 다투어 진출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다각화된 기업집단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기업집단은 외부의 요소시장이 취약한 환경에서 내부자본시장, 내부노동시장, 내부 중간재시장을 형성하여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하였다. 기업집단은 신규사업 추진 시 필요한 자본을 타 계열사로부터 조달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독립기업에 비해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높아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데에도 용이하였다. 기업집단은 또한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기초하여 우수인력을 확보하는데 용이했으며, 신규사업 추진에 필요한 인력을 내부노동시장에서 조달함으로써 외부 노동시장의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었다. 기업집단은 특히 국내 산업기반이 열악했던 경제개발 초기에 제품생산에 필요한 중간재를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필요에 의해 다각화된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기업집단은 기업조직의 측면에서 영미식의 사업부제 형태와는 달리 독립된 여러 계열사가 지배주주를 정점으로 한 통제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취약한 재산권 보호제도, 정부의 기업공개 및 소유분산정책, 기업집단의 외부자금 조달비중 확대 등에 기인한다. 즉, 지배주주는 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환경에서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경영권 및 지배권에 강한 집착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한편으로는 정부가 기업공개촉진법(1972)을 제정하여 기업공개 및 소유분산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집단 스스로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하락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배주주들은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통제 피라미드 구조를 구축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소유-지배간 괴리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공정위와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소유지배괴리가 많은 부정적인 면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배주주의 투자지분 이상의 높은 지배권이 기업 내부의 견제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적대적 M&A의 위협을 차단하여 소수주주 이익의 희생 하에 지배주주의 사익을 추구할 유인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지배주주는 높은 지배권을 바탕으로 적대적 M&A를 차단하고 경영권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기업가치의 단기적인 변화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수립, 추진하여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양면이 있기 때문에 강제적인 출자규제를 통해 소유지배괴리의 축소를 유도할 경우 동 괴리의 부정적인 면은 물론 긍정적인 면도 함께 앗아갈 위험이 있다. 따라서 보다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방안은 소유지배괴리의 부정적인 면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동 괴리의 근본원인을 적극 치유해나가는 것이다.


다행히도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공시 및 회계제도, 사외이사제도, 감사제도 등 기업 내부지배구조 관련 제도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왔을 뿐만 아니라 소수주주권을 강화하고 증권집단소송제를 도입하여 소수주주가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마련하였다. 소유지배괴리의 단점을 차단할 방화벽이 설치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출자규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출자규제 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소유지배괴리의 원인치유적 제도개혁과 정책전환에 쏟는 것이다. 즉, 정부는 과거의 특혜적 산업정책과 재량적 정책운용을 최소화하고 대신 시장참가자들의 공정한 게임규칙을 정하고 그 집행을 엄격히 하여 시장이 정부대신 차별화기능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상품시장경쟁은 기업의 경영조직과 사업구조를 효율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므로 과거의 정책적 진입규제를 철폐하고 기업간 및 기업집단간 경쟁촉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기업 외부의 요소시장 발전을 위해 관치금융 청산, 자본시장 저변확대, 잉여자금 수급의 원활화, 노동시장 유연화, 인력수급 정보망의 확충, 중간관리자 및 경영자시장 활성화, 부품ㆍ소재산업 육성 등을 강력히 추진하고 각 요소시장이 시장원리에 따라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기업들이 재산권의 부당한 상실에 대한 우려 없이 기업경쟁력 제고와 효율적인 기업조직 구축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유재산권제도를 확실히 정착시키고 그 집행을 엄격히 하며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정책과 관행을 철저히 타파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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