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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산업정책과 WTO하의 무역질서: 하이닉스의 교훈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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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관

하이닉스가 지난 3분기에 흑자를 기록하였지만 그 전망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비메모리 사업부문의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자구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S&P에서 하이닉스의 장기 신용등급을 ‘CCC+'로 상향 조정하는 등 회생에 긍정적인 신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이닉스의 미래에 아직 분명한 청신호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더욱이 지난 6월에 미국 상무부는 하이닉스 D램 제품에 대해 44.71%의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y)를 부과하기로 하였고, EU에서도 지난 8월 하이닉스의 같은 제품에 대해 34.8%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하이닉스는 더욱 어려운 입장에 놓여 있다. 비록 정부가 이 두 나라의 결정에 대해 WTO에 제소를 해 놓고는 있지만 그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고 또 일본과 대만도 상계관세 조사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하이닉스의 미래를 점치기는 어렵다.


상계관세란 수출국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은 상품이 수입되어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이 같은 제품의 수입을 억제하기 위하여 그 제품이 받은 정부 보조금에 상응하는 정도로 부과하는 관세를 말한다. 즉 상계관세는 수입국에서 수출국의 정부 보조금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수입상품이 공정가격(fair price)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어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해 부과되는 반덤핑관세와는 차이가 있다. 각 국가들은 자국의 수출장려, 수입억제, 혹은 특정한 정책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여 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정부 보조금의 지급은 수입국의 동종상품 생산자나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질서를 왜곡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다자차원에서의 규제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WTO에서는 보조금 협정을 마련하였다.


WTO 보조금 협정(Agreement on Subsidies and Countervailing Measures)은 1979년도에 끝난 도쿄 라운드에서 탄생한 GATT 보조금 협정을 개선하여 보다 효율적인 규제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농산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무역과 관련된 정부 보조금 제공을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아직 서비스에 대하여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은 규제대상이 아니다. 이 협정은 정부가 지원금, 자금 대출, 비정상적인 세금 공제 등의 여러 형태로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경우나, 수출 지원금 등을 통해 소득 혹은 가격을 지원하여 수익자에게 편익이 제공된 경우에 보조금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한다. 또 이 협정은 보조금이 다른 회원국이 국내산업에 피해를 주거나, 또는 다른 회원국의 이익에 “심각한 손상”을 준 경우에 이로 인하여 피해를 본 회원국이 보조금을 제공한 국가를 WTO에 제소하거나, 또는 국내 상계관세법을 발동하여 상계조치를 부과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빅딜정책의 산물이다. 1999년 반도체업계의 중복 과잉투자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정부는 LG반도체와 현대전자와의 합병을 주도하였고 그 결과물이 하이닉스이다. 현재 미국과 EU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하이닉스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공된 금융지원이다. 하이닉스에는 3조가 넘는 금융지원이 이루어졌고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이런 엄청난 규모의 금융지원에 정부가 개입하였냐는 여부이다. 즉 정부의 개입으로 인하여 하이닉스에 대하여 은행들의 상업적 판단에 의거한 결정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이 제공되었다면 그 차이가 정부 보조금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WTO 제소에서 패한다면 그 여파는 참으로 클 수 있다. 즉, 기업구조조정에 정부의 개입이 인정되어 상계관세가 부과되었기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여러 산업부문의 기업구조조정도 통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1960년대 수출지향적 공업화정책을 시작으로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빅딜정책 등의 산업정책을 추진하며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정책은 하이닉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통상분쟁의 소지를 많이 안고 있다. 또한 지금처럼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 미래의 시장성 있는 산업이 무엇인지 예측하기도 매우 힘들다. 막대한 돈을 들여 어떤 산업을 육성해 보았자 미래에 그 산업이 기술의 변화로 인해 시장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 산업정책은 그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민간 기업이 하기는 힘들지만 필수적인 것을 찾아 이를 육성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국제무역규범에도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즉, 기초 과학기술 육성 등의 시장성은 적을 수 있지만 파급효과가 큰 기초기술 R&D 육성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또 정부는 기업들에게 ‘R&D에 좀 더 예산을 쏟을 수 있는 유인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나머지 부분은 시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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