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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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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근로자 경영참여, 무엇이 문제인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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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동계는 심심풀이 정도로 근로자 경영참여를 요구했다. 이제는 심심풀이가 아니다. 도입요구가 본격적이다. 노조의 힘이 강화되었다는 증거다. 더구나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함으로써 그 도입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해외공장설립과 합작투자, 기업의 인수합병 등 이런 중대한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겠다는 것, 이것이 경영참여의 핵심이다. 참여하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도 좋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상생의 제도인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다른 나라의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독일의 경험이 가장 믿을만하다. 유감스럽게도 독일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그 경험은 네 가지이다.


첫째로 자발적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것이 경영참여를 독일의 특수한 노사문화의 소산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문화는 자생적이지만, 경영참여는 자생적이 아니라 인위적이다. 따라서 경영참여는 문화의 선물이 결코 아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경영참여는 주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 그것이다. 강제적 도입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라면 왜 강제적으로 도입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 아직 없다.


지난 30년간 경영참여제도의 적용을 반대하는 기업들의 소송 건수가 46회나 된다.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경영자들의 56%가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27%는 경영참여제도를 노사 분열의 장본인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의 독일 여론조사의 결과이다. 효율적인 제도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귀찮은 제도라는 뜻이다.


경영참여제도는 독일기업의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디스카운트”가 그것이다. 20%나 디스카운트되어 있다. 독일의 최근 연구결과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독일기업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들에게는 근로자 경영참여는 무서운 존재로 여긴다. 독일 주식시장을 낙후시킨 공범이 이 제도라는 것, 이것도 입증된 사실이다.


두 번째로 주주와 노동자간의 이해관계의 대립이 경영참여 도입 이전보다도 훨씬 더 증가한 것이 독일의 엄연한 현실이다. 기업에게는 극히 중요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주는 기업결합에서 그 심각한 대립을 자주 볼 수 있다. 노동자의 저항은 심각하다. 일자리의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참여제도는 공동의 회사이익을 위한 노사간의 신뢰와 협력의 바탕이 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세 번째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기업구조개혁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다. 기업들은 성공확률은 적지만 수익성이 큰 신규사업으로의 혁신을 하지 못했다. 일자리와 노임의 안정에만 주목하는 노동자측의 반대 때문이다. 기업은 기존의 주력사업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경영참여가 정보기술, 생명공학 등 독일 첨단산업의 후진성을 초래한 공범자라는 것, 이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의 정치화이다. 이것도 논쟁의 여지가 없는 엄연한 독일기업의 현실이다. 정치화의 핵심은 타협이다. 경제논리에 따른 경영정책이 아니라 노동자측의 예상된 저항에 비추어 경영정책을 세우는 것, 그리고 회사내의 복지 등과 같은 특수 급여의 형태로 노동자측의 동의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 이런 것이 기업경영의 정치화이다.


우리는 독일병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저성장-고실업이 그것이다. 제로 성장과 12%에 육박하는 실업이 2003년의 기록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결과평등을 위한 경제제도이다.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도입된 경영참여는 평등을 위한 대표적 제도이다. 이 제도가 독일병의 공범이라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이 제도의 개혁에 관한 논의가 독일에서 지금 한창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이런 제도를 가지고는 독일병을 치유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이다.


용도 폐기될 위험에 처한 경영참여제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제도를 도입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니, 이것은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이 제도는 노동자들에게는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해외로의 공장이전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경제민주화나 노사평등의 가치는 핑계일 뿐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아니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도 아니다. 노조원 자신의 일자리와 소득안전을 위해서일 뿐이다. 그러니까 이런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경제적인 이유는 고사하고 도덕적인 이유도 전혀 없다.

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 kkmin@mail.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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