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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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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한국은 여전히 노조천국이다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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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최근에 전개되었던 하투과정을 살펴보면 노동조합이 노사관계에 있어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채 투쟁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는 듯 하다. 한때 총선이후 민노당이 국회에 진출함에 따라 노조 특히 민노총의 위상강화로 노조의 투쟁방법이 변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올 초 일자리 창출이 당면 문제시 되고 또한 탄핵정국·총선 등의 일련의 정치일정으로 임단협 시기가 6월로 미루어지면서 산업현장은 임단협 교섭을 둘러싸고 또 한 차례의 파업 정국을 맞이하였다.


그러면 이러한 민노총을 중심으로 일부 공공부문 및 소수 대기업 노동자 권익중심의 노동운동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올해 임단협 쟁점사항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올해 임단협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면 임금인상,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 5일 근무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경영참여 및 사회공헌기금 그리고 심지어 이라크 파병반대 등 의무적 교섭사항, 임의적 교섭사항 및 정부정책 사항 등이 혼재되어 있다.


먼저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노사분규는 비록 당초의 요구안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3%~6%인상으로 타결을 보았지만 여전히 생산성(3%)을 웃도는 임금인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올해 7월 1일부터 대기업 및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2011년까지 전 업종 규모에 걸쳐 시행되는 근로시간의 주 40시간제 또는 주 5일근무제는 국제수준(global standard)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민노총 중심의 일부 대기업들은 종전의 근로조건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근로시간만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을 쟁취하기 위해 파업을 벌였다. 특히 최근의 정유산업에서의 파업은 5조 3교대제, 즉 주 38시간제를 관철하고자 벌어진 사태이다.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중에서 최고의 연봉(약 6000만원~약 7-8000만원)을 받고 있는 대기업 노조의 이러한 과도한 요구는 고임금 저효율로 이어져 경쟁력의 약화로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고사하고 국내기업마저 보다 매력적인 해외로 빠져 나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잠식할 뿐 아니라 고용창출에도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경제위기 이후 비정규직의 숫자는 급등하는 가운데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은 정규직의 50%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이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노동계는 총파업을 선언하는 등 기업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정부도 솔선수범하여 공공기관 및 정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 노동계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또는 정규화를 요구할 자격이 있는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의 악화, 특히 저임금은 대기업의 정규직 중심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및 과보호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규직이 주축이 되고 있는 노조의 임금인상 및 고용보호는 기업의 인건비를 가중시키고 이는 곧 하청(영세) 기업 및 비정규직으로 전가되어 결국 대기업 노조가 이들의 임금을 착취하는 꼴이 된다. 또한 과도한 고용보호는 기업이 신규인력의 채용을 기피하고 채용한다할 지라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노동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사항 중의 하나가 소위 사회공헌기금이다. 특히 최근 민주노총 산하 4개 자동차 노조(현대, 기아, 대우, 쌍용)가 회사별로 그 명칭은 달리하면서 순이익의 5%를 출연해 사회공헌기금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비록 정부는 이 사안이 단체교섭 사안은 아니지만 찬반논의를 공론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에 의한 이윤의 강제적 사회 환원 요구는 이윤을 부정하고 기업가 정신을 부정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자유시장 체제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특히 기업 경영진이나 정부가 해야 할 과제들을 일일이 노동조합과 상의하여 공동 결정해야 한다면, 이는 지역경제 혹은 국가경제 노사공동결정 시스템으로의 이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쟁적 시장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12% 남짓한 노조가입 노동자, 그 중에서도 정규직 중심의 대기업 노조의 자신들의 실리만을 챙기고자하는 집단 이기주의는 취약계층에 속하는 신규 실업자 및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하여 노동계층간의 양극화 현상을 빚는 등 노동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또한 과도한 인건비 부담은 노동조합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하청 중소기업으로 전가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를 벌려 노동계층간의 양극화를 빚고 있다. 제도와 조직에 의해 과도한 보호로 기업은 인력 운용의 어려움을 비정규직 고용으로 경감시킴으로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만 양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이미 자체 내 인력의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신규 채용을 주저하게 되어 청년인력의 일자리마저 빼앗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 그리고 이를 관철코자하는 노동계의 파업 등 연례행사같이 이어지는 우리 산업현장에서의 노사분규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보는 세계의 시선은 매우 따갑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02-03년 세계 기업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분석 대상 80개국 중 58위에 이르고 있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2002년 인구 2000만명 이상인 30개국 중 30위로 세계적으로 낙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경제 환경이 매우 빠르게 경쟁적 체계로 변화하는 가운데 선진국의 노조들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경영계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알다시피 자동차 생산의 세계 3위인 도요타의 경우 지난 해 순이익 11조 6천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였다. 이는 노조 자체가 미국 및 한국 자동차 산업과의 비용경쟁력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유럽의 노조들은 임금인상 없이 주 35시간제를 주 40시간제로 올리는데 합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 노동계도 시야를 세계로 돌려 어떻게 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 더 크게는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사려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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