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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한 고구려 역사왜곡과 한중경제관계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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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록

2003년 6월 중국 광명일보는 "고구려족은 중국 동북지방의 소수민족이며, 고구려는 중국역사의 일부이다"라는 제하의 한국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과 동북3성(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에서 고구려뿐만 아니라 고조선, 부여, 발해는 물론 현재의 한국까지 연구하는 『동북공정』이라는 프로젝트가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란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와 현황에 관한 대형 학술과제로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 : 동북 국경지역의 역사와 그에 따라 파생되는 현상에 대한 체계적 프로젝트)의 줄임 말이다. 다분히 동북공정은 현재의 중국 국경선 안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동북공정의 실체가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중국이 지난 20년 동안 1,000여 편이 넘는 고구려, 발해 관련 논문들을 꾸준히 발표하고 고구려가 중국 변방의 역사였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2002년부터 '동북공정'이란 연구사업은 중국돈으로 200억 위안(한화 약 3조원)을 집중 투자하게 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로 이미 자리매김한지 오래되었다.


한국인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고구려 역사를 한국 역사의 일부, 그것도 한국인의 자존심을 일깨워주는 고구려의 중국과 싸운 수많은 전쟁의 승리를 한국역사의 일부로 보아왔다. 그렇지만 고구려를 중국역사의 일부로 주장하는 중국인들은 고구려란 중원민족의 한 갈래가 그들의 통치질서에 있던 한4군 중 하나인 현도군 안에서 건국되어 중국 군현 내에서 발전한 나라로서 대대로 중원왕조에 속한 중국의 지방정권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 고구려를 세운 사람들은 중국민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고구려의 건국장소는 중국영토 내부로서 정치적으로도 중국의 통치질서 안에 존재하였고, 고구려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종속국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장수왕의 평양천도 후 고구려 문제, 고구려-수·당 전쟁의 성격, 발해·고려의 고구려 계승도 모두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한국입장에서 분명히 무리수라고 생각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서 중국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일까?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는 이미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가 수백편의 고구려 관련 논문이 발표되었으며 동북공정으로 보다 활성화된 것에 불과하다. 1980년대 중국에서 고구려 연구에 큰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1979년 개혁개방과 더불어 중국의 민족정책이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으로 제시되면서 현재의 중국 국경선 안에서 여러 민족에 의해 이루어진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정리하려는 시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내 고구려사 연구 전문가인 모인사는 이미 이때부터 "고구려인=한족"이라는 논리를 폈으며,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도 영토확장을 목표로 한 침략전쟁이 아니라 요동의 지방정권(군, 현)을 수복하려는 시도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어떤 중국의 사학자는 "몇 천년 동안 역사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중국 전체가 역사상의 중국이며, 한때 역사상의 중국범위 이외의 지방을 통제하고 있었다면, 그 지방이 역사상의 중국범위 안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몇몇 중국왕조의 판도 안에 있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하여 역사적으로 중국 주변에 있는 모든 국가는 중국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중국의 판도 안에 들어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구려사에 대한 한국과 북한의 대응은 어떠했을까? 1990년대 한-중 수교 이후 중국동북지방을 방문한 많은 한국사람들이 처음보는 조선족 중국인을 동포라고 부여잡고 울었다. 고구려 유적과 동북지방은 한국의 수복대상인 고토라고 하면서 민족적 감정을 자극한 바 있다. 그리고 2000년 남북관계의 개선과 2001년 한국국회가 조선족 법적 지위에 대한 특별법을 상정하면서 조선족 중국인을 특별 배려하는 민족의식을 보여주었다. 잘 알다시피 조선족 중국인은 한국사람들의 동포라는 호칭에 대해 호감보다는 다소 반감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한국을 할아버지 나라 정도로 생각하는 조선족 중국인에 대한 특별한 배려는 중국당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한국국적을 내놓으라 주장하던 조선족 중국인은 중국에서 체포 구금되었건만 그의 주장은 한국에서 오히려 많은 배려를 받은 바 있다.


북한은 1979년 『조선전사』를 편찬하면서 고구려의 대외투쟁을 크게 강조했다. 2001년에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신청하면서 중국을 긴장시켰다. 북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문제는 중국입장에서 볼 때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의 연고권을 크게 손상시킨 시도였던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발 빠르게 움직여 한반도의 통일 후 국경선 설정문제 등을 고려하는 국가차원의 대책으로 동북공정을 추진한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대응하여 작년에는 중국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하여 동시에 등록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한중 수교이후 십 수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그야말로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경제성장을 거듭하여 세계 주요시장에서 한국을 따돌리고 경제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한국의 제일 중요한 수출시장으로 대두되었다. 현재 한국경제의 유일한 성장원천인 수출 역시 중국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한중경제관계의 급성장에 따른 우호적 관계가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따른 한중간 이런 경제관계의 손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우선 중국의 외교정책의 근간이 되는 태도를 살펴보자. 강국인 미국과의 대외관계에서는 소위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도광양회(韜光養晦 : 빛을 감추어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힘을 기른다)에 근간을 둔 “화평굴기(和平堀起: 평화로운 발전을 촉진한다)”를 강조하는 입장이지만 중국이 변방으로 부르는 주변국에 대해서는 “유소작위(有所作爲 : 적극적으로 개입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노선을 취하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의 변방정책은 점차 경제발전과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주변국에 보다 능동적,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될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참여와 개입을 통해 지금까지 자제해왔던 중국의 목소리를 보다 높이고 중국의 안보와 국익을 확대시키고자 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국력이 융성한 때에는 적극적인 관여와 개입정책을 추진하여 변방을 복속시키는 정책을 취해온 것이 그들의 역사이다.


한국과 북한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중국이「동북공정」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한반도에 대한 정치적 의도가 보다 강해 보인다. 특히 북한에 있어서 체제변화 또는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반도 북부지역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북한은 지리적으로 비록 중국 변방사이지만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이었던 고구려의 영토로서 중국의 직접적인 개입대상이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의 통일은 남한중심으로 이루어질 경우 중국 동북3성 지역의 조선족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동북공정은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추진하여온 중요한 사업의 하나이다. 따라서 이를 일시적인 항의나 한국과의 경제관계의 손상에도 불구하고 중단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많은 흑자를 보고 있다. 한국의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이기도 하다. 한국 국내의 어려운 경영여건을 피해 많은 해외투자가 이루어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중간 이런 경제관계에서 중국측도 많은 이득을 보지만 현재까지는 한국이 보다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 경제관계이다. 중국에 대한 주요수출품은 국내공급과잉 품목이기도 하다. 많은 원부자재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필요에 의해 수입해가는 품목이다.


중국과 한국의 경제관계에서 본질은 중국은 이제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가 되었지만 한국은 중국에게 다른 나라보다 중요성이 낮은 국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이 추진 중인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의 대응방안으로 절대 경제관계의 손상을 가져오는 대책을 추진해서는 않된다. 경제관계의 단절, 해외투자의 금지, 무역보복과 같은 대책은 오히려 자해행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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