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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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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영화산업의 성장과 경제력 집중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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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최근 우리나라 문화산업은 양적·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으며 특히 영화산업은 할리우드 영화와의 경쟁 속에서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이다. 근래의 우리나라 영화산업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보자면 영화자본의 대규모화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영화자본의 대기업화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지금도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 영화산업에 있어 자본의 대기업화는 영화의 제작·배급·상영의 수직적 결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수직적 결합의 심화 과정에서 경쟁은 격화되고 결국 소수의 대규모 영화자본이 시장을 선도하게 된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이러한 산업 구조 고도화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단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산업에 있어 수직적 결합은 영화자본 축적의 중요한 수단임과 동시에 리스크 관리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는 리스크가 많은 경제활동 중의 하나이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의 경우에도 흥행성공율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일반산업의 경우, 예를 들어 공장에 자본을 투자하면 제품이 지속적으로 생산되지만 영화 한 편에 투자된 거액의 자본은 그 영화 하나로 끝이다. 다른 제품, 즉 다른 영화를 만들려면 다시 상당한 액수의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 번 만들어진 영화가 될 수 있으면 많은 극장에서 상영되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제작자는 자신이 만든 영화의 안정적 배급 및 상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직적 결합을 시도하게 되고 배급 및 상영을 통해 얻은 수익은 실패한 영화의 손실분을 보충하게 됨과 동시에 다시 영화제작에 투입되게 된다.


이와 같은 수직적 결합의 중요성은 1920년대 미국과 프랑스의 영화산업의 예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최초의 영화 상영은 1895년 프랑스에서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후 프랑스의 영화산업은 성장을 지속하여 1900년대에는 세계 제일의 규모를 자랑하였으며 또한 프랑스의 ‘파테 프레르’는 세계 최초로 수직적 결합을 이룬 영화사이기도 하였다. 이 당시 프랑스 영화는 세계에서 가장 자주 보여지는 영화들이었으며 미국시장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1920년대에 접어들면서 바뀌게 된다. 미국의 영화사들은 내부의 격심한 경쟁과 수차례의 합병을 거치면서 거대화되었고 이와 동시에 수직적 결합을 심화시켜 나갔다. 반면 프랑스의 영화사들은 위험부담이 많이 따르는 분야인 제작보다는 안정적인 이윤을 가져다주는 배급과 상영에 집중하게 되면서 오히려 수직적 결합을 약화시켜 나갔다. 이로 인해 영화제작을 위한 자본의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제작부문이 급격히 위축하게 된다. 따라서 영화제작의 상당부분을 다수의 소규모 회사들이 맡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들 소규모 제작사들은 단지 한편 또는 두 편 정도의 영화들을 제작하고는 시장에서 밀려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시기의 대다수 프랑스 영화들은 저예산으로 제작되었는데 1920년대 후반 프랑스 장편영화의 평균제작비는 30,000달러~40,000달러였다(1920년대 할리우드 장편영화 제작의 예산은 400,000달러 이상이었다). 미국 영화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920년대의 상황반전이 현재의 미국과 프랑스 영화산업 간 경쟁력 차이의 직접적 요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영화산업구조 고도화에 있어서는 1920년대를 계기로 미국이 앞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박정희 정권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영화 제작자에 대한 외화수입 독점권, 수입쿼터, 스크린 쿼터 등 각종 보호정책을 사용했음에도 별 성과를 보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영화자본이 수직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 것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직적 결합은 1992년 이후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진입하게 되면서 진행되게 되었다. 수직적 결합의 심화와 함께 소수의 대규모 영화사들이 시장을 선도하게 되는 과정은 달리 표현하면 경제력 집중의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영화산업의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려스러운 현상 중의 하나는 ‘경제력 집중 해소 통한 경제 민주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목표가 대기업집단 관련규제 뿐만 아니라 경제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정책기조가 영화산업에까지 확산될 경우 이제 막 성장의 싹을 틔우고 있는 영화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일부 영화사의 수직·수평결합 확대에 대해 독과점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경쟁적인 불공정 행위는 당연히 규제되어야 하겠지만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경제력 집중 자체를 막는 규제가 시도되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1990년대 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영화산업에 진입할 때에도, 대기업이 자본의 논리로 영화예술의 발전을 막는다, 중소 규모 제작사들의 몰락을 가져와 영화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등 갖가지 비판이 많았었다. 하지만 현재 영화시장은 훨씬 커졌고 1990년대 초 에로물 일색이던 한국영화는 지금은 훨씬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한편, 대규모 영화사 중심으로의 영화시장이 재편이 반드시 소규모 영화사들의 몰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영화라는 상품의 특성상,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가 흥행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저예산 영화가 성공하는 예도 많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과 소위 독립제작사간의 상호보완적 협조가 빈번하며 (제작은 독립제작사가, 배급은 메이저 영화사가 하는 형태 등) 이는 활발한 독립영화의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2년을 기준으로 한국 영화시장의 총 관객 수는 1억 명을 넘어섰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이 정도가 우리나라 시장의 한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산업의 활로는 해외시장 개척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또한 문화산업의 세계적 추세는 융합화이다. 영화, 게임, 방송 등의 융합을 통해 콘텐츠의 윈도우 효과를 높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세계 유수의 문화산업 관련 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그룹화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나라 영화사들의 규모는 보다 커져야 하며 수직 및 수평결합도 보다 심화되어야 할 것이다.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경제력 집중을 이유로, 최근 정치권에서 특정산업에 대해 도입하려고 하는 ‘다양성 확보를 위한 시장점유율 규제’와 같은 반시장적 정책이 도입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단지 노파심에 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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