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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사병 구타 사건과 재산권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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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최근 병영에서 구타를 당한 사병이 죽음에 이르렀는가 하면 상관이 사병에게 벌을 주는 과정에서 인분이 동원되는 사건도 있었다. 국방부는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엄정하게 수사·처벌함으로써 군 기강 확립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물론 병영 내의 체벌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요즈음에는 병영 문화의 변화로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일소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사건의 원인을 단순히 상사들의 자질 탓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저에 있는 제도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그 원인을 단지 상사들의 자질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현재 한국군이 채택하고 있는 징병제도를 고찰한다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권은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하여 태동하는 제도이며, 자유 사회와 강제된 사회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 보장은 물론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는 재산권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재산권이 명확하게 정의되고 누군가에 의해 분명하게 소유된다면 사용자는 그러한 자원의 기회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으며, 기회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는 자원은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군대 복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군대의 인력 사용이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느꼈을 것이다. 최소한 민간 부문에 비하여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법학을 전공한 유능한 인력이 식사 당번으로 복무한 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군대다. 이는 국가에 의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빼앗긴 군인은 자신의 ‘인적 자원’에 대한 재산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군이 아닌 다른 직업에 종사했을 때처럼 자신의 기회비용을 지불해 달라고 주장할 수 없다. 즉 징집된 군인은 어디에서 누구를 위하여 일할 것인가에 대한 자기 선택권을 가질 수 없다. 그리고 자기 선택권을 가질 수 없는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은 쉽게 망가질 수 있다. 사병 구타와 같은 사건은 자신의 ‘인적 자원’에 대한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는 사회, 즉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강제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징집병이 자신에 대한 재산권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은 그가 제공하는 노동의 대가인 월급이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잘 나타난다. 자신에 대한 소유권이 없으므로 사용자가 병사의 기회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병사 또한 군 복무에 따른 기회비용을 지불해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가격이 낮게 책정된 자원은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절약하려는 유인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낮은 월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인력을 국가가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절약하려는 유인을 가지기는 어렵다.


군인의 재산권을 잘 보호할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가 지원제이다. 지원제 하에서 군인을 모집하려면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즉 징집제 하에서 국가가 낮게 책정한 월급보다 훨씬 더 많은 시장 가격을 지불하고 모집해야 한다. 그렇게 모집된 군인은 훨씬 더 귀하게 대접받을 것이다. 법학을 전공한 유능한 인력이 취사장에서 근무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구타 사건도 훨씬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다.


결국 사병 구타 사건은 일부 상사들의 자질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각 병사의 재산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사병 구타를 줄이거나 일소하는 길은 군인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 중의 하나가 곧 지원제를 검토하는 일이다.


김영용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한국 하이에크 소사이어티 회장, yykim@.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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