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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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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빈부격차 완화 대책은 없는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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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권

최근 빈부간 소득격차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각종 통계지표가 소득의 양극화 심화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4년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5분위배율(하위 20% 소득에 대한 상위 20% 소득의 배율)은 2년 연속 악화됐다. 지난 2002년 5.18배였던 것이 2003년에는 5.22배로, 2004년에는 5.41배로 늘어난 것이다. 최상위계층과 최하위계층 사이에 5배 이상 소득격차가 났다는 얘기다.

소득의 분배정도를 나타내주는 지니계수도 전국 가구 기준의 경우 지난해 0.344로 전년 0.341에 비해 0.003 포인트 증가해 소득의 불평등 정도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높음을 의미하고, 0.4를 넘으면 상당히 불평등한 소득분배의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득격차는 외환위기 이후 경기침체와 대규모 구조조정에 의한 대량실업의 영향으로 크게 악화되었다가 그 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2000년을 기점으로 호전됐었다. 그러나 경기가 다시 하락하면서 실직이 증가한데다 비정규직 증가, 학력별 임금격차 확대, 고령화 진전에 따른 독신가구 증가 등의 요인이 겹쳐 2003년부터 다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가 표방해온 분배정책을 무색케 할 정도로 소득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63.5%는 ‘매우 심각’, 29.5%는 ‘약간 심각’이라고 응답해 93%가 빈부격차의 심각성에 동의했다. 국민들이 느끼는 빈부격차의 실상이 위험수위를 넘었음을 시사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올 초 국정연설에서 동반성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에 국정우선순위를 두기로 한 것도 빈부격차가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빈부격차의 심각성에 대해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이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가난한 사람은 물론 부자들도 빈부격차의 확대는 좋지 않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경제의 최대현안 중 하나인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경제학의 역사에서 분배이론만큼 발전하지 못한 이론도 드물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논전을 벌였지만 자기가 기여한 만큼 자기 몫을 가진다는 이른바 한계생산력 분배이론에서 크게 진전하지 못한 수준이다. 경제주체와 계층간의 이해가 워낙 상충해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있는 분배이론을 정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개인의 소득은 요소시장에서 결정된다. 시장에 더 가치있는 자본 혹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평가받는 요소를 공급할 수 있는 재능과 기회가 균등한 것은 아니다. 재능을 타고 나거나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받거나 행운이 작용할 경우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름할 수 있다. 시장에 맡기면 소득은 불균등하게 나눠지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실패는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하게 된다. 정부가 재정지원 및 누진세 등의 수단으로 소득재분배를 실시하는 것이다. 재분배성향이 강한 사회보험제도와 재벌규제 및 중소기업 육성정책, 평등지향적인 교육제도와 사회안전망 구축도 정부 개입에 의한 빈부격차 해소책들이다. 그러나 정부의 소득재분배정책이 지나치게 평등을 중시하게 되면 시장의 활력을 저해하게 된다. 경쟁보다 결과의 평등을 중시하면 노동 및 투자의욕이 약화된다. 성장동력이 크게 훼손되는 것이다. 성장이 안 되는데 나누어 줄 빵이 충분할 리가 없다. 경쟁보다 평등을 내세운 공산주의는 나누어 줄 빵이 부족해 결국 붕괴됐다.

따라서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장잠재력 확충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분배구조가 가장 빨리 개선된 시기는 고도성장시대였다.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 소득격차도 완화되는 것이다. 2003년 이후 소득격차가 확대되어온 것도 경기침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투자 및 연구개발 의욕을 높여야 한다. 각종 기업규제가 완화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반(反)기업정서는 세계에서 가장 심한 실정이다. 규제가 많은 것은 물론 강성노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부를 만들고 일자리를 만드는 곳은 기업이다. 기업이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지 못하면 저소득층의 빈곤은 더 심화된다.

반기업정서는 물론 정경유착과 부패로 물의를 일으킨 일부 기업들에도 책임이 없지는 않다. 따라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인들이 선진국처럼 자발적으로 많이 나오면 바람직하다. 다만 부의 사회환원은 기업의 의무는 아니다.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흑자경영을 해 주주에게 많은 이익을 돌려주는 것으로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공교육과 장학제도를 통해 공평한 경쟁기회를 갖게 하고 저소득층이 사회적 지위상승의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는 기업과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국민들이 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부를 낳는다. 평등지상주의와 분배 중시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기업하기 좋고 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시장경제원칙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분배는 성장을 가로막고 성장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분배구조가 개선될 때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성장우선주의보다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양극화 해소가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구체적으로 자구능력이 없는 장애인, 노년층 및 극빈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빈곤대책과 복지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반면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계층과 부문에 대해서는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부를 창출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원칙이 지켜져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도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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