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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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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선진경제 도약을 위해서는 기업정책관이 달라져야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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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승희

경제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경제발전은 기업의 성장과 같이 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소위 G7(선진 7개국)이라는 국가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잘 나가는 대기업들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는 말이다.

그 동안 노당선자와 인수위를 통해 알려진 정보를 종합해 보면, 차기정부의 경제운영 비전은 ―단순화의 위험은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동북아 경제통합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고, 대내적으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진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이러한 바탕 위에서 과학기술의 혁신과 교육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연평균 7% 성장과 5년간 250만 일자리 창출을 이뤄냄으로써 삶의 질 향상의 바탕을 마련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국가비전의 성공여부는 궁극적으로 국민경제 부가가치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역할에 달려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적·인적·물적 인프라를 개선한다 해도 기업정책이 잘못되어 실제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비전도 그저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비전의 성공여부는 향후 기업정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향후 새정부 경제비전의 성공뿐만 아니라 선진 경제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업정책관이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명령으로 되지 않아

우선 기업은 명령으로 되지 않는다. 기업의 생로병사는 기업이 처하는 토양의 성격에 따라 영향을 받는 진화과정이다. 따라서 토양이 달라지지 않는 한 기업의 행태나 성공여부가 정부의 뜻에 따라 이래라 저래라 디자인해서 명령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문화, 국민이나 정부의 기업관, 우리의 법제도의 성격, 국내시장 경쟁의 정도 등 우리 경제의 토양, 즉 기업경영환경을 재점검하여 개선해 나가는 것이 기업정책의 첫걸음이 된다.

명분과 형식에 치우치지 말아야

둘째로 실물경제를 운영함에 있어 흑백논리나 명분·형식논리에 치우치면 실패하기 쉽다. 경제는 현실의 문제이지 당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기업정책도 어느 업종은 되고 어느 업종은 안되고, 대기업은 안되고 중소기업은 되고, 재벌은 안되고 벤처는 되고, 대기업은 되고 재벌은 안되고, 전문경영인은 되고 오너·총수경영은 안되고, 전문화는 되고 다각화는 안되고, 소유집중은 안되고 소유경영분리는 된다는 생각은 명분과 형식에 얽매인 결과이다. 이 모든 것은 그 기업이 처한 토양의 성격에 따라 성공전략이 되기도 하고 실패전략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 시공을 초월한 절대 성공전략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조 500년 동안 조선 지식사회를 지배해온 명분과 형식논리가 실물경제정책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정책에 관한 한 등소평식의 흑묘백묘 구분없는 실용주의가 성공의 열쇠이다. 기업이란 법을 어기지 않는 한, 경쟁력을 가지고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지 그 형식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된다.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이 차별화되어야

셋째로 국민경제는 잘하는 기업과 같이 가야지 못하는 기업과 같이 가서는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을 엄격하게 차별화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이며, 이 차별화 역할은 지금까지는 정부가 해 왔지만, 이제 시장참여자, 예컨대 주주, 투자자, 채권자, 소비자 등에게 넘겨야 한다. 시장은 불완전한 것이지만 항상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을 차별화하고 있으며 그 정보는 시장에 충분히 널려 있다. 이 정보에 따라 잘하는 기업이 대접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지 괜히 국민정서나 명분에 사로잡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잘하는 기업을 역차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넷째로 오늘날의 글로벌경쟁시대에는 "경제력집중"이나 "大"기업에 대한 우려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경제력집중이나 대기업의 폐해가 없지도 않았지만, 개방과 경쟁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재벌이든 대기업이든 국내외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하기만 한다면 이를 성공기업으로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다섯째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에 인색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과거의 정경유착 경험 때문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센티브나,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조직 변신, M&A, 기업분할 등과 관련된 인센티브 제공에 너무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나 정경유착은 철저히 배격하되 일반적인 인센티브 제공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식의 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필요한 정책도 하지 못한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는 빈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로 법치의 실현이 절대 중요하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법치실현을 통해 재산권에 대한 철저한 존중과 보장을 이루어내고 노동현장의 산업평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경쟁이 촉진되어야

일곱째로 기업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의 경쟁자이다. 사실상 기업의 경쟁력은 시장에서의 경쟁의 정도에 비례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을 진정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다스리고자 한다면 기업에 명령하기보다는 시장을 개방하고 진입을 자유화하여 경쟁을 촉진해 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주주, 투자자, 채권자가 기업을 감시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때때로 기업과 한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경쟁기업을 만들어내는 것 이상으로 확실한 기업경쟁력 강화방안은 없다.

마지막으로 기업전략과 기업정책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기업의 경영전략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대기업에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기업정책이란 기업들이 가능한 한 다양한, 서로 다른 경영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 성공한 기업과 같이 가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소위 선진국 기업의 특수한 기업조직, 소유구조, 사업구조 등 기업전략을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획일적으로 모든 기업에 요구해서는 안된다. 이 전략이 잘못되면 국민경제 전체가 잘못될 수도 있다.

과학기술 혁신능력이 향상되고 교육개혁을 통해 고급 인적자원 공급이 원활해져,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프라가 조성된다 하더라도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경제활력의 회복과 성장은 이루어질 수 없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적·인적·물적 인프라의 구축과 동시에 이와 같이 기업정책관이 바뀌게 되면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들어오지 말라 하여도 너도나도 찾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며, 외국인 직접투자와 새로운 기업의 창업이 늘어나고 기존기업의 경쟁력도 향상되면서 선진경제 도약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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