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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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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경제주체 힘 모아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자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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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승희

지난해는 지난 30년 한국경제발전사에 몇 안되는 어려운 해 중의 하나였습니다. GDP 성장률로 따지면 지난해 2.9%정도의 성장을 했는데 이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직후인 1980년과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마이너스성장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의 성장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전체 일자리수가 3만여개나 감소되었으며, 이 중에도 특히 20~30대의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상도 IMF사태 직후 등을 제외하면 지난 30여년 발전사에서 아주 예외적인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청년실업, 40~50대 명퇴실업 등으로 국민의 소득원이 부실해지면서 가계부채, 카드빚 문제 등이 악화되고 이것이 소비둔화, 내수침체로 이어지면서 또 다시 실업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막노동 영역이든 고고한 정신노동 영역이든 인간의 존엄성(dignity)을 지켜주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그리고 여하한 경우에 있어서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는 일 이상으로 더 효과적인 분배정책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의 헌법도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라가 국민에게 충분하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면 이는 나라가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금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일자리”창출에 둘 것임을 천명하였습니다. 너무나 다행스럽고도 반가운 소식입니다. 또한 재계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화답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입니다. 정부는 기업이 장사가 잘 되도록 도와줌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기업이 장사가 잘 안되고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길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꾸준히 저하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1980년대 후반 이후 꾸준히 저하되어 최근에는 4%대까지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더라도 고용증가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 경제성장이 95년에는 약 6만4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지난해에는 이 숫자가 약 3만6천여개로 급락한 것입니다. 성장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성장해도 일자리는 옛날만큼 늘지 않는다니, 이 이상 큰 걱정이 있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지금 20대 학생 및 졸업생들의 미래가 어둡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나 경제정책의 존재이유는 보다 많은 일자리를, 그것도 더 많고 더 높은 소득원을 만들어 내는데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정책이 제 할 일을 다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저하되고 있는데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장사가 잘 안되는데 있습니다. 지난 15년여를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성장률, 생산성 증가율, 투자 증가율 등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모든 지표가 둔화되고 있는데, 이 배후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상장기업들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임이 확인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장사가 안되는데 어떻게 더 많은 인력을 쓸 수 있을 것이며 더 높은 부가가치 산업분야로 진출해 나갈 수 있겠습니까? 만병의 근원이 기업이 장사가 안되는데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기업만 살찌우는 주장이라 하겠지만, 결국은 기업이 살찌지 않고서는 개인 근로자, 국민이 살찔 길은 없기 때문인 것입니다. 또한 세상은 기업이든 개인이든 돈벌고 살찌는 사람들이 더더욱 많아지는 과정을 통해서만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돈벌고 살찌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서는 경제가 활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없고, 또한 일자리 만들기도 그만큼 어려워지는 법입니다.


지난 15년여 기간동안 우리나라는 내가 어려운 것이 잘 나가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네 탓이오” 정신이 알게 모르게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왔습니다. 내가 가난한 것이 부자 때문이요,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이 대기업 때문이요, 내가 공부 못하는 것이 공부 잘하는 학생 때문이요, 내 대학, 내 지방이 잘 안되는 것이 잘하는 타대학, 타지방 때문이요, 지방이 안되는 것이 서울 때문이요, 강북이 안되는 것이 강남 때문이요, 내 당이 어려운 것이 잘하는 다른 당 때문이요, 젊은 세대 정치인이 어려운 것이 기성세대 정치인 때문이요, 내가 어려운 것이 기득권 세력 때문이요, 등등...... 예전에 모 종교단체가 “내 탓이오” 운동을 벌였던 일이 있는데 이는 무슨 종교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운동이었습니다.


잘하는 사람이 있어 내가 배울 수 있고, 그래서 내가 잘하는 사람보다 더 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창조적으로 열심히 잘하는 사람이, 그래서 앞서가는 사람을 추월하는 과정이 경제발전이며, 성장잠재력의 향상과정이며 일자리의 창출과정인 것입니다. 남을 불평하기에 앞서 내가 진정으로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한 기상천외의 생각으로 남보다 앞서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지 자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은 분명 나와 다른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서가는 사람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는 일자리 창출에 뒤쳐진다는 것이 인류경제발전사의 교훈입니다. 우리는 지난 15년여 기간동안 이와는 반대의 평등주의 함정에 빠져 있었음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이와 같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사회분위기가 열심히 앞서가는 사람과 장사 잘하는 기업을 성원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다 될 수는 없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장사를 잘하게 하려면, 기업들이 장사가 될 만한 일을 원할 때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부의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가 적을수록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성장잠재력 창출능력은 높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정부의 기업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는 국제기준에 맞게 과감하게 풀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의 사람쓰기를 독려하려면, 노조의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나 전투적 파업관행 등이 사라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기업들이 전투적이고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인력을 가능한 한 적게 쓰려고 애를 쓴 결과임을 생각해 보면, 이 이치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이 일자리가 늘어나는 과정이며 나아가 잠재력이 제고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기업이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만 합니다. 특히 기업들이 장사를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해서 무조건 기업들을 보호해서는 안됩니다. 기업들은 자기들끼리 소비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속에서 단련되어야만 진정으로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간은 몰론 국내외 기업들간의 공정한 여건하에서 보다 많은 경쟁을 하도록 국내시장을 넓게 열어놓아야만 합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경쟁과정을 통해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근로자들의 화합을 이끌어 내어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수익창출에 매진하여 소비자, 고객, 주주, 채권자, 근로자 모두로부터 칭찬받는 기업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기업자체의 생존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경제의 생존을 위한 선결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국민들의 반기업정서가 위험수위에 있음을 생각하면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일을 위해서는 기업이나 근로자, 일반 국민들보다도 정부가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국민들이 잘하는 기업을 칭찬하게 하고, 기업과 근로자가 화합할 수 있는 법적 질서의 바탕을 만들고,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국제수준에 맞춰주는 일 등은 모두 정부의 몫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리더십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새해에는 정부, 국민, 기업, 노조 모두가 힘을 합쳐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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