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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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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영업자들은 늘 탈세를 한다?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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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재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출은 늘어나는데 세금이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자영업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이 탈세를 일삼고 있어서 ‘유리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근로자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런 생각이 전혀 틀린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금 부담과 관련해 자영업자들을 이와 같은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특히 이런 관점을 가지고 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우선 근로소득과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 제도가 동일하고, 근로자나 자영업자 모두 정직하게 소득을 신고해서 소득세를 납부한다고 가정하자. 사실 이것이 정상이다. 근로자나 자영업자나 모두 같은 사람들이다. 더 정직한 사람들이 근로자가 되고 원래부터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영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세제 자영업자에게 불리해


그런데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똑같이 정직하게 세금을 신고하는 상황에서는 자영업자는 매우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자영업자가 동일한 세제 하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자영업자의 소득이 근로소득에 비해서 매우 높은 변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변동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자영업자들을 불리하게 한다. 소득의 변동성을 경제학에서는 ‘위험’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 위험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을 기피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같은 금액이라도 안정적인 방법으로 소득을 버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평균값이 같아도 변동성이 높은 쪽 소득의 실제 가치가 더 낮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균소득이 같기 때문에 같은 세금을 부담한다면 실제로는 위험 부담이 높은 자영업자들이 사실상 더 높은 세금을 부담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변동성 때문에 생기는 두 번째 문제는 소득세의 초과누진제도 때문에 발생한다. 동일한 누진율을 적용받는다면 평균값이 같아도 변동성이 높은 쪽이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단한 예로, 한 사람은 매년 5000만원씩의 근로소득을 2년간 얻고 다른 사람은 첫해에 9000만원, 둘째 해에 1000만원을 벌어 두해의 평균이 5000만원인 사업소득을 얻었다고 하자. 그리고 1000만원까지는 8%, 1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의 소득에 대해서는 17%, 4000만원 초과 8000만원 이하의 소득에 대해서는 26% 그리고 80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35%의 소득세율이 적용된다고 하자. 이 경우 근로소득자는 매년 850만원의 세금을 부담하며 2년 동안 총 1700만원의 세금을 납부하는 데 비해 사업소득자는 첫 해에 1980만원, 둘째 해에 80만원을 부담하여 2년 간 206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 사례가 극단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사업을 하다 보면 어떤 해에는 적자가 나기도 한다.


이처럼 자영업자가 근로소득자에 비해 이중적으로 불리한 세 부담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소득세 제도는 근로자에 대한 다양한 우대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근로자에게만 인정되는 몇 가지 공제제도가 있다. 근로자에게만 인정되는 공제제도들은 근로소득공제, 보험료공제, 의료비 공제, 교육비 공제, 주거자금 공제, 기부금 특별공제 등이다.


이러한 공제의 명분은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필요경비가 인정되는데 반해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필요경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의 공제항목들이 근로소득을 얻는 데 들어가는 필요경비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들도 보험에 들어야 하고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이 주장이 무리가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로소득 세액공제제도라는 매우 강력한 우대 제도가 있다. 이러한 우대제도까지 감안한다면 정직한 자영업자는 근로자에 비해 매우 불리한 세제상의 처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근로자들의 소득은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되는데 비해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징세 당국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영업자들 중에서 정확하게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근로자들보다 현저히 많아지는 경향이 생긴다. 그러나 어쩌면 앞에서 말한 차별이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탈세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게 하거나 일부 자영업자들이 탈세를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자영업자들에게 제도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공평하며 또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제도는 특히 정직한 자영업자들에게 부당하고 과중한 벌을 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징세 행정이 중요


철저한 징세 행정을 통해 탈세를 색출하고 엄하게 다스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신용카드 공제제도 등이 자영업자들의 세원 노출에 현저한 기여를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현금영수증 제도도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모든 자영업자들을 탈세자로 취급하고 제도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정의의 이름으로 정의의 ‘원칙’을 짓밟는 것이다.

곽태원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twkwack@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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