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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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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남북경협과 우리 정부의 역할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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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호

지난 2월 북한의 핵보유 선언 이후 경색된 정국이 지속되는 가운데 6ㆍ15 남북공동선언 축하 행사가 금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치ㆍ외교적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정국을 문화ㆍ경제적인 차원에서 돌파하자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이번 행사는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민간에 의해 개최되었던 6ㆍ15 기념행사와는 달리 남북 당국이 함께 참여한다는 데에 더 큰 의의를 찾고 있는 듯하다.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 수장이 당국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며 지난해 7월 이후 중단된 장관급회담의 재개에 물꼬를 틀려는 의지는 그만큼 남북관계의 진전이 힘든 작업이고 알다가도 모를 일로 느껴진다.

돌이켜 보면 남북한간 경제협력이나 인적교류는 당국간 의지와 정책방향에 크게 의존해 왔음을 볼 수 있다. 1989년 최초로 남북한 경제교류가 시작된 것이 1988년 우리 정부의 7ㆍ7특별선언에 기반을 둔 것을 비롯하여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이나 2000년 6ㆍ15 남북공동선언 등이 괄목할만한 경제협력의 진전을 이끌어낸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민간이 주도한 금강산 관광사업이나 개성공단 개발사업 역시 그 이면에는 당국의 의지와 정책의 뒷받침이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이 민간 기업에게 주는 의미는 그렇게 크지만은 않다. 남북한 경제교류가 급신장한 최근 5년간의 통계를 보더라도 민간 기업의 거래성 교역은 60%가 되지 않으며 그 중에서도 상업적 매매거래는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추진되고 있는 상업적 매매거래 또한 대부분이 북한에서 남한으로의 반입이 차지하고 있는 일방적 교역의 형태를 띠고 있다. 물론 최근 10여년간 북한의 극심한 경제악화 상황이 그 주된 요인이라 하더라도 남북한 경제교류가 왜곡된 형태를 띠게 되는 모든 이유로 치부할 수는 없다. 특히 교역을 하고 있는 민간 기업들의 3분의 2가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수익구조 하에서는 남북한 경제교류의 기본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남북한 경제교류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제대로 된 경협사업을 펼칠 수 있는 경제적인 인프라와 경제외적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인프라 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북측 당국의 경제 마인드에 대한 이해이다. 우리 기업이 북한과 경제교류를 할 수 있는 유인은 북한이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값싼 노동력에서 유발될 수 있다.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주변 개도국들의 수준에서 요구된다면 물리적인 인프라나 물류수송 체계 등에서 주변 개도국들보다 취약한 상태에서 우리 기업이 북한으로 진출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할 것이다. 경제외적인 환경 조성 또한 북한 당국의 자세에서 비롯될 수 있다. 북한이 핵 위기를 고조시키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상황에서는 우리 기업이 북한으로 진출할 수가 없다. 군사적 위기는 차치하고라도 북한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국제시장에서 당장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우리 정부의 금번 방북대표단 파견이나 다음 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기대되는 성과는 바로 이러한 경제적인 인프라와 경제외적인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북한도 최근 3년간 부분적으로나마 시장경제적인 요소를 북한의 경제구조에 도입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중국과의 무역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할지라도 남한과의 경제교류를 무시할 수 있는 정도는 이미 넘어서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부단한 설득은 북한 당국이 스스로 경제적인 인프라와 경제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민간 기업의 대북진출이 얼마나 용이하게 진행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해법은 결코 힘들거나 알다가도 모를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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