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독점은 꼭 막아야 하나?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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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옥
일반적으로 ‘독점’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독점이란 특정 상품을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을 의미하며 이 같은 독점이 생산하는 상품은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독점기업이 마음대로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으며 아무리 과도하게 높은 가격일지라도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그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독점기업은 ‘힘없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는 나쁜 기업처럼 인식된다. 독점이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는지 여부를 떠나 분명한 사실은 일반적으로 독점은 경쟁 상태와 비교해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하고 더 많은 이윤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과연 독점은 부정적인 존재로 비난받아야 하는가?
독점 과정이 더 중요
독점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힘없는’ 소비자의 몫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 전체적으로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게 한다는 점에 있다. 일반적으로 독점의 생산량은 경쟁이 있는 경우보다 적은데 이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자원이 독점으로 인해 생산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바로 독점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독점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독점이 사회적 폐해를 발생시키기는 해도 독점에 따른 사회적 편익도 있기 때문이다. 독점이냐 아니냐보다는 어떻게 현재 독점의 위치에 도달하게 됐는가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점기업은 경쟁 상태보다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독점적 이윤은 그정적 효과가 있다. 많은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데 막상 성공여부는 불확실한 기술 개발 초기 단계에 많은 자본을 쏟아부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점이윤이 갖는 더 근본적인 효과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하고 원가를 절감하고, 또 경영을 합리화시키는 강력한 유인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결국 기업은 경쟁상태에서 다른 기업보다 월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정당한 수단과 노력으로 경쟁 기업이나 잠재적 경쟁 기업을 배제해 이룩한 독점을 비난하거나 또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이유는 전혀 없다. 이는 오히려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기업의 이 같은 이윤 추구 행위는 정당한 수단을 사용하는 한 보장받아야 한다. 정상적인 이윤 추구 행위가 보장되는 환경에서 결과적으로 독점 이윤이 발생할지라도, 기업은 성장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혁신에 정진할 수 있다.
현재 독점 위치에 있는 기업은, 정태적 시각에서 보면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유발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지만 동태적 시각에서 본다면 사회적 편익을 유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폐해와 편익을 비교했을 때 반드시 독점의 폐해가 더 크다고 단정적으로 결론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독점적 위치에 도달했는가에 따라 독점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나 시장 환경, 기술 조건 등의 결과로 독점이 된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수단이나 부당한 방법으로 달성한 독점은 비난받아야 한다. 즉 현재 독점적 위치 자체를 문제 삼기 전에 어떤 방법을 통해 그 위치를 달성했는지 살펴봐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해당 독점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
독점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진입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진입장벽이라 함은 다른 기업으로 하여금 그 상품을 생산 판매하게 할 수 없도록 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독점의 기술수준이 월등해 다른 기업이 효과적으로 독점과 경쟁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독점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다면 독점의 뛰어난 기술 수준이 진입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특정한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 정부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여기에서 영업허가권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진입장벽이 있었는지 살펴야
어떻게 현재 독점 위치를 달성하였는지를 본다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현재 어떤 진입장벽이 존재하는가를 살피는 것과 같다. 따라서 현재 존재하는 진입장벽이 부당하다거나 손쉽게 제거될 수 있는 종류라면 이 같은 진입장벽을 제거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 억지로 진입장벽을 제거하고 독점을 의도적으로 없애려 하면 원하던 것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독점을 평가할 때 현재 독점가격이 경쟁가격보다 높다거나 소비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초과이윤을 얻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정태적이며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있기는 하지만 이로 인한 편익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점 자체를 문제시하기보다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현재 독점적 위치에 도달하였는지에 주목해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방법으로 인한 독점은 방지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으로 인해 독점이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독점규제가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한현옥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hhan@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