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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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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경품의 경제학적 의미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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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경제성장과 소비수준향상에 따른 경품류가액한도의 현실화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경품류제공에관한불공정거래행위의유형및기준지정고시(이하 경품고시)”를 개정하여 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개정된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경품고시 적용면제 사업자의 범위가 완화(제조업자 100억원미만→200억원미만, 기타사업자 10억원→20억원)되었고, 소비자현상경품의 한도액이 상향조정(100만원→500만원)되었다. 또한 제한없이 제공할 수 있는 경품의 가격한도액도 상향조정(3000원→5000원)되었으며,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문화전용상품권이나 스포츠관람권을 경품으로 제공할 경우 상품거래가액의 20%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몇 가지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경품의 한도액을 상품거래가액의 10%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기존 규정(고시 제7조 제1항)은 변함이 없이 유지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품고시 제1조에서 경품제공행위에 제한을 가하는 이유에 대하여 경품제공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3조에서 규정하는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상품거래가액의 10%(문화상품권?스포츠관람권의 경우 20%)를 초과하는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유인하는 행위”로 해석되어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러한 판단은 신문업에 대해서도 적용되고 있어, “신문업에있어서의불공정거래행위및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의유형및기준(이하 신문고시)”은 1년치 신문구독액의 20%를 초과하는 무가지와 경품의 제공을 금지시키고 있다.

경품의 제공은 실질 가격을 감소시켜 소비자후생을 증가시킴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정책상 경품제공을 제한하는 이유로서 다음의 두 가지 논리를 들 수 있다. 첫째, 경품의 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제품가격 자체를 인하하여 소비자후생을 증가시키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즉 경품으로 제공되는 물건이 필요한 소비자도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소비자는 경품가격만큼의 상품가격의 인하로 더 큰 후생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논리로서 경품제공을 통한 판매촉진으로 추가적 이득을 얻는 산업의 특수성을 들 수 있다. 백화점과 같은 유통산업의 경우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의 증가는 납품업자로부터 추가적인 납품단가인하를 얻을 수 있으며, 신문업의 경우 구독량과 시장점유율의 증가에 따라 광고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광고수가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경품을 제공하여 고객을 유인함으로써 자사의 납품단가를 낮추는 한편 경쟁기업의 납품단가를 높여 경쟁자를 시장으로부터 배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품제한의 논리에는 한계가 있다. 먼저 첫 번째 논리의 경우, 모든 고객은 동일하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경품을 제공하는 하나의 이유는 가격정보를 조사?비교하여 소비를 결정하는 정보소비자와 가격정보를 취합하지 않는 비정보소비자를 구별하기 위한 데 있다. 정보소비자는 광고선전물을 취합하여 어느 백화점에서 일정액수 이상의 구매자에게 경품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전체 소비물량을 결정하는 반면, 비정보소비자는 그러한 정보에 관계없이 인근 백화점에서 필요한 물품만을 구매한다. 백화점은 소비자가 영수증을 지참하여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와야만 경품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소비자에 한하여 경품을 제공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따라서 백화점으로 이동하는데 드는 거리비용이 매우 높아 백화점들이 독점가격을 일률적으로 책정할 수 있으나, 정보소비자를 확보하기위한 목적으로 백화점들이 경품을 제공한다면 실질적으로 가격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러한 소비자간 차별전략에 따라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가격할인 쿠폰이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러한 가격할인행위는 소비자후생을 증진시키는 측면이 인정되어 미국에서는 합법적인 행위로 되어 있다.

금전적 우위를 바탕으로 경품제공으로 부당하게 소비자를 유인하여 경쟁자를 배제하려 한다는 두 번째 논리 또한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경품제공이 경쟁자를 퇴출시키도록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금전적 우위에 있는 기업이 경품제공으로 경쟁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면 가격인하로도 경품제공 경쟁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 즉 경쟁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경품을 제공하는 우회적인 방법보다는 제품가격의 인하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더구나 경품제공으로 경쟁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켜 독점화를 기도하였다면 이는 “부당한 고객유인”이 아니라 “부당염매”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처벌해야할 사안이다. 즉 아리다(Areeda)와 터너(Turner) 교수의 주장에 따라 제품가격에 경품가격 및 납품가격인하 혜택을 고려한 실질가격이 제품의 평균가변비용 이하인 경우에만 독점화를 기도하는 부당염매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그러나 1986년도 마쓰시다사건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그러한 부당염매의 시도는 이루어지기 어렵고 성공가능성도 매우 낮다. 따라서 경품의 제공을 통한 경쟁업체의 시장퇴출 기도란 주장은 논리적으로 근거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개정을 통해 침체된 소비경기에 활력을 주고 중소기업의 판매촉진활동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은 경품한도액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가 없어 개선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품에 대한 정밀한 정책효과분석을 통해 경품제한규정을 개정해야만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고 기업의 마케팅활동도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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