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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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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수출은 잘되는데 왜 경제가 어렵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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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요즘 많은 사람이 “수출은 잘되는데 왜 이렇게 경제가 어려울까?”하고 답답해 한다. 지난해 수출은 2003년 대비 31% 증가한 2538억 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서 293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올렸다.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과 사상 최고의 연간 수출 증가액을 기록하면서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 등으로 대표되는 소비 경기나 취업자수·실업률 등의 고용 동향은 여전히 부진하다. 투자 관련 지표들도 개선이 미흡한 상황이다.

따라서 수출과 연관이 높은 대기업이나 제조업의 경기는 좋은 반면 내수 부문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출 호조세가 내수 회복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과거와는 달리 끊겼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IT업종 일자리 창출 효과 미흡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산업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과거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들은 섬유·신발·가발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었다. 최근엔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등 자본집약적 또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바뀌었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 분석에 따르면 수출이 10억원 증가할 때마다 유발되는 일자리 수가 1990년 46.3명에서 95년 25.8명으로 줄었다. 2000년에는 15.7명으로 10년 동안 무려 66.1%나 감소했다. 또 2004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9.5%를 차지하고 있는 IT 분야에선 10억원 생산하는 데 필요한 고용이 3.6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非) IT 분야는 8.4명이다. 수출이 잘되더라도 고용을 크게 늘리지 않기 때문에 수출의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이다.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산도 경기회복을 어렵게 한다.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기반이 취약해 이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매우 높다. 특히 대일 의존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제품의 핵심부품 국산화율은 40~60%에 불과하다. 반도체나 LCD 등 생산 장비 40% 이상이 일본제품이며, 대일 무역적자에서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65%를 넘어선다.


50년 이래 지금까지 대일 무역수지는 어느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체 무역 흑자액이 547억 달러인 데 반해 대일 무역 적자액은 579억 달러에 이른다. 기껏 수출해 놓고도 일본 기업에 고스란히 헌납하는 셈이다. 마치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버는 격'이다.


이를 빗대 일부 경제학자는 한국 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라고 부른다. 주둥이가 뾰쪽해 물고기를 잘 잡는 ‘가마우지’라는 새가 있다.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에 끈을 매 목구멍에 걸린 물고기를 꺼내는 방법을 ‘가마우지 낚시’라고 한다. 배고픈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아무리 열심히 잡아도 목에 묶인 끈 때문에 물고기를 한 마리도 먹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완성품을 아무리 많이 수출해도 부품·소재·기계 등을 해외, 특히 일본에서 상당 부분 수입해야 하는 사정 때문에 국내 고용이나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작다는 논리다.


한편 우리 수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대중국 수출 호조가 오히려 국내 고용을 줄이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자동차 회사가 중국으로 이전했다면 국내 타이어 공장이 납품하던 타이어가 수출로 잡혀 수출은 늘어난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의 국내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게 마련이다.

대중국 수출은 2001년 181억 달러, 2002년 237억 달러, 2003년 351억 달러, 2004년에는 41.7% 증가한 497억 달러를 기록했다. 금액 면이나 증가 속도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와 함께 대중국 직접투자(건수)도 2001년 10억 달러(1127건), 2002년 20억 달러(1550건), 2003년 27억 달러(1839건), 2004년에는 36억 달러(2233건)로 증가했다. 매일 6.1건씩 중국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의 38.5%를 국내에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볼 때, 대중국 수출 호조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급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기여한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對중국 수출 증가도 일자리엔 악재


더욱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채용한 현지인 규모가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임금이 우리의 10분의 1 수준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들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국내에서 약 10만 명을 더 고용할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일부 학자는 우리 기업들이 앞다투어 중국에 진출하는 현상을 두고 국내에서 제조업이 사라지게 되는 ‘산업공동화’뿐 아니라 ‘고용 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최근 수출이 잘되고 있지만 그만큼 고용은 개선되지 않았고, 국민 전체 소득도 크게 늘지 않았다.


따라서 소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여기에 소비회복 지연의 결과로, 내수에 기반을 둔 서비스업이나 중소기업들의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


정부도 소비 회복을 위한 고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는 정부보다 기업의 투자를 통해 창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는 재정 적자 문제나 경기 대응적 측면 등으로 인해 임시직의 성격이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 수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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