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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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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공공기관이 기업보다 투명하다고?

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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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익

"한국 기업의 투명성이 낮아 주가가 저평가(Korea Discount)돼 있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는 기업의 투명성이 낮은 데도 원인이 있었다".

우리 기업의 투명성과 관련해 흔히 거론되는 지적이다. 그래서 외환위기 이후 투명성을 높이는 많은 제도개혁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정부·정치권은 기업의 투명성을 여전히 문제삼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국내 기업의 투명성이 외국 기업에 비해 낮고, 행정·정치 등 공공부문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과연 이 말은 맞는 것일까? 투명성에 대한 국제 비교는 평가항목이 다르므로 의미가 떨어진다. 기업의 투명성이 정부 등 공공기관과 비교할 때 어떤지를 보자. 투명성(transparency)은 내부를 유리알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완전한 정보가 생산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면 투명성이 높아진다.

먼저 '완전한 정보', 즉 정보 내용과 그 정확성을 보자. 기업은 증권거래법·상법·외부감사법 등에 의해 재무제표·이사 구성·출자 내용 등 공시할 정보의 종류와 담을 내용이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정보를 보면 누구나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완전한 정보는 기업이 월등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높였고, 회계장부는 회계법인과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는다. 회계가 분식되거나 허위 공시를 하면 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올해부터는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시행돼 허위 정보로 피해를 본 투자자(보유주식의 0.01%)들은 전체 투자자를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기업 집단(재벌)의 투명성에 관해서는 별도의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사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하며, 자회사를 가진 대기업들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재벌은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는데, 계열사 간 거래 내용이나 그룹 전체의 자산·부채·이익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도 기록물관리법이나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에 의해 정보를 작성하고 공개한다. 하지만 정보의 종류나 담을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많은 정보가 생산되지만 국민이 정말 알고자 하는 내용은 없거나 복잡하여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에 무슨 문제가 있으며, 지난 1년 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고, 남은 문제는 무엇인지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다. 교육세와 같은 목적세나 범칙금·부담금 등의 준조세가 어디에 사용되며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지에 관한 정보도 마찬가지다.

또 정부 회계는 아직 현금주의와 단식부기에 의해 작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성과 측정, 자산과 부채의 효율적 관리, 국가 전체의 종합적인 재정운용 상태를 전달하지 못한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식부기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근거법인 정부회계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정보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후 관리 장치도 기업에 비해 미흡하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생산하는 자료의 투명성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재벌의 계열사는 모두 파악되고 매월 변동 내역도 공시된다. 계열사 포함 여부도 실질지배력에 의하므로 대주주가 지분이 없더라도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치면 모두 계열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각 부처에서 운영하는 산하기관은 몇 개며, 자금을 어떻게 조성해 무슨 일을 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없다. 2004년에 산하기관관리법이 제정됐지만 법 적용을 받고 그 내역이 공개되는 곳은 88개에 불과하다. 600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산하기관 중 '회색지대(grey area)'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둘째, 정보의 접근성을 보자. 기업의 회계장부와 이사회 회의록, 출자, 채무, 신규 사업 진출 등 투자자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즉각 공시해야 하고, 분기별로도 공시한다. 이들 정보는 금융감독원 등에 취합되어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으므로 누구나 24시간 열람할 수 있다. 기업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투자 정보를 올리고, 투자설명회(IR)도 개최한다.

물론 정부에서 생산한 정보도 각 부처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국정홍보처 홈페이지 등에 취합돼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공시되는 점에서는 기업이나 정부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질적인 접근성에 차이가 있다. 국민이 알고자 하는 정보는 공개 청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절차와 내용이 복잡해 의미를 알기 쉽지 않다.

정보의 접근성도 떨어져

행정부의 정보는 이같이 정확성이나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묻기 어렵다. 안전·식품 사고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왕조실록에 세세한 내용을 담아 후세에 남겼던 조선시대보다 요즘 정부의 투명성이 못하다고 할 것이다.

국회나 정당도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3년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상당히 개선됐다곤 하지만, 소위원회의 회의록은 제대로 작성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 선거가 없는 해에 연간 260여억원, 총선이 있는 해에는 550억원의 국가 보조를 받는 정당의 회계장부는 여태껏 한 번도 외부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부패방지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부패 개선이 시급한 분야로 정치(45%), 공공(27%), 경제(13%), 사회 분야(13%)로 나왔다. 부패가 많다는 것은 투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 지원도 받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단체들도 회원·예산 등에 대한 투명성은 미흡하다.


어느 분야나 투명성이 요구되는 것은 납세자·투자자·회원들의 돈으로 조직이 운영되기 때문인데, 전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투명성은 기업보다 강하게 요구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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