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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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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시민단체 재벌개혁 주장의 문제들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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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익

국정원의 불법도청으로 국정원의 존폐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로 국가기관의 불법과 거짓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참여연대와 경실련에서는 재벌개혁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벌개혁 내용들은 이미 법제화

이들 시민단체들은 도청 녹취록에 나타난 삼성그룹의 정치자금 제공과 최근 불거진 두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재벌개혁의 이유로 든다. 이밖에 공정거래법의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에 대한 삼성그룹의 위헌 소송과 경제사회적 영향력 증대 등도 문제라고 한다. 개혁할 내용으로는 탈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 재벌계열 비상장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재계에서 제기하는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과 이로 인한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우려는 ‘사이비 민족주의’라면서 정부가 경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재벌개혁 내용들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재벌개혁 핵심이었던 증권집단소송,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 출자총액 규제 존속,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모두 법제화되었다. 더욱이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 방안과 출자총액규제 및 금융계좌추적권 등의 ‘재벌개혁 로드맵’은 시민단체 대표들도 참가한 가운데 마련된 것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방안으로 재벌 금융회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종전의 30%에서 15%로 대폭 줄어들었다. 산업자본과 금융산업의 완전 분리방안도 논의되었지만 GE, 포드, 도요다 등 외국의 다국적 회사들이 금융업 겸업을 늘리는 추세와 맞지 않으며 국내자본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재벌그룹에 소속된 비상장회사에 대한 규제는 새로 도입되었다. 금년 4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비상장계열사들도 상장회사와 같이 그룹총수의 주식 보유와 변동, 증자·감자,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과 매각, 합병·분할 등을 공시해야 한다. 즉 재벌계열사의 80%에 해당하는 639개사들은 재벌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상장회사와 같은 규제를 받는 것이다.

사법적 해결이 최선의 분쟁해결 방안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법집행이나 사이비 민족주의에 대한 경계는 대기업에만 적용될 일이 아니다. 이들은 개혁할 내용이 아니라 정부가 공정하고 집행하고 판단할 사안들인데,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에서 보듯이 법집행은 참여정부 출범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분야이다.

한편, 시민단체들이 재벌개혁을 다시 해야 한다는 근거도 무척 빈약하다. 정치자금 문제는 무엇보다 사실규명이 이뤄져야 할 사안이며, 개혁할 내용이 아니라 법집행의 문제다. 또한 '97년은 지금과 달리 정치나 기업분야에 본격적인 제도개혁이 이뤄지지도 않았다.

뛰어난 경영 성과와 이를 바탕으로 한 기업(혹은 그룹)의 경제사회적 영향력 증가는 당연한 일이며, 비난받고 개혁되어야 할 일은 아니다. 굳이 정부가 할 일이 있다면 다른 기업(그룹)도 잘 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등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경영권 다툼과 같은 분쟁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등 어느 분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분쟁 자체가 문제가 아니며, 분쟁을 막으려고 하기 보다는 파괴적이고 불법적인 분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면 된다.

공정거래법에 대한 위헌소송은 개인의 고소, 고발과 같이 법에 보장된 권리일 뿐 아니라, 분쟁을 푸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의 하나는 분쟁을 법으로 해결하지 않고 로비, 떼, 우호세력을 동원한 압력 등으로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치적 해법이 빈번히 활용되어 정부나 공권력은 권위를 갖지 못하고, 소모적 분쟁으로 인한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우리가 그간 제도개혁의 핵심으로 제조물책임(PL), 증권집단소송, 신고포상제도 등을 서둘러 도입한 것은 분쟁을 이해관계자들이 중심이 되어 사법적으로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끝없는 개혁주장이 개혁에 대한 불신 초래

그런데도 시민단체들이 기업의 사법적 분쟁해결 방법을 문제시하는 것은 정부의 제재결정에 기업이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하려고 할 때 해당부처에서 행정소송하면 그만두지 않겠다고 하는 것보다 더 무리한 주장이다.

문민정부부터 개혁이 본격화되어 어느 분야에나 개혁의 제도적 틀은 마련되었다. 이제는 도입한 제도만 잘 활용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제도 불비 탓으로 돌려 다시 개혁을 주장한다면 ‘사이비 개혁주장’이 되어 제대로 된 개혁을 할 수 없게 된다. 도입한 제도들을 철저히 집행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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