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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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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면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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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권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모두 활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치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은 대략 5% 정도로 분석되어 왔다.


경제의 실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웃돌 수도 있고 밑돌 수도 있다. 국내외의 각종 돌발 변수들이 경제주체들의 경제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다가 다시 되돌아온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잠재성장률 자체가 하락하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다. 경제의 성장 엔진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8%로 떨어졌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90년대 6.1%를 기록했던 잠재성장률이 설비투자가 줄어들고 노동력 공급도 줄어들어 이대로 방치할 경우 오는 2014년에는 4.0%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규모가 커지면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기는 하다. 주요 선진국들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할 무렵 출산율 저하, 투자수익률 하락 및 노사 갈등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성장이 둔화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의 규모로 낮은 성장률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10배가 넘는 미국의 경우 3% 초반의 잠재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인 아일랜드의 경우 8%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몸집이 크고 소득수준이 높다고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우 이제 겨우 1만 달러 수준에서 벌써 3% 성장에 머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다른 선진국보다 너무 빨리 조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출산율은 1.1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경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25세에서 49세까지의 청·장년층 인구는 2008년부터 줄어든다. 저출산·고령화로 성장에너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자본축적에 의한 경제성장이 외환위기 이전에는 연평균 4.92%에 달했으나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평균 2.23%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외환보유는 사상 최고 수준이나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5%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총투자율이 7%는 돼야 하나 2001년 이후 이를 달성한 해는 없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여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각종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살아날 기미가 없다. 청년실업은 줄지 않는데 쓸만한 노동력은 부족한데다 노동의 질은 떨어져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10%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한지 불과 40년 밖에 안되는 나라가 벌써 피로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이 같은 추세를 방치할 경우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여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10년이 지나도 어려울 수 있다. 성장률이 저조해도 원화절상으로 달러가치 국민소득을 끌어올릴 수는 있겠으나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원화절상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만큼 체질이 강해져야 하는데 잠재성장률 하락은 경제체질의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선진국 진입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을 추월하는 것인데 벌써 저출산·고령화로 힘이 빠져서 따라 가기도 힘들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저출산·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인 앞으로 10년간 잠재성장률을 다시 5% 이상으로 높여야 선진국 추월이 가능하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투자가 활성화되고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을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반기업정서를 완화시키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대결적 노사관계가 시정되어야 한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고치려면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 인상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며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저해하는 부동산 투기를 차단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교육개혁을 통해 창의성 있는 전문 인력을 키워내야 하고 성과중심의 임금제로 가야한다. 제조업이 한계에 부딪혔다면 교육·의료·법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방안은 그동안 수없이 자주 지적되어 온 내용이다. 그럼에도 왜 고쳐지지 않는가. 관련 이해집단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단이기주의 때문이다. 관련 집단의 대립하는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조정하는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탓이다. 우리가 제몫 지키기와 나누어 먹기에 열중하느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사이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덮쳐오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국정운영의 중심을 성장 동력 강화에 두어야 한다. 아일랜드도 했는데 왜 우리라고 못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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