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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작은 정부의 추억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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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작은 정부”라는 말이 사라졌다. 정부 사이즈가 문제가 아니라 효율적이면 된단다. 그러나 과연 정부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수 조원이 투입되고도 간단한 위변조 기술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전자정부 사업은 빙산의 일각이다. 예산을 보면 내 돈 같으면 저렇게 사업을 벌였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황당한 사업도 많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이런 낭비는 참여정부만의 일인가? 유감스럽게도 과거 정부에도 다반사였다. 어느 정부든지 정부의 속성상 예산이 늘어나면 방만해지고 비효율도 높아진다. 애당초 공무원이 국민의 돈을 알뜰하게 쓸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자기 돈 쓰는 것과 남의 돈 쓰는 것이 어찌 같겠는가?


“정부는 크더라도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은 과연 타당할까? 한 때 선진국에서도 큰 정부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었던 행정만능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커질수록 비효율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정부 역할에 대한 각성이 일어났다. 1980년대 이후 대처주의를 시작으로 선진국에는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 조세 개혁(tax cut), 규제 완화(deregulation), 민영화(privatization)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쳤다. 큰 정부의 그늘을 걷어내고 민간의 창의와 활력, 시장기능의 회복을 통해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기득권의 저항과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은 확고한 신념으로 이를 극복해 나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거 때 마다 작은 정부는 불변의 선거공약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서도 대통령은 작은 정부의 원칙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공무원 감축, 규제완화 건수, 공기업 민영화의 진척도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국정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작은 정부론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부 부처에서도 작은 정부론 운운하다가는 세상 물정 모르는 관료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작은 정부를 대체한 것은 언필칭 효율적 정부다. 정부 사이즈가 문제가 아니고 일만 잘하면 된단다. 필요하면 세금도 더 걷고, 규제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단다. 공기업 역할은 더욱 중요하단다. 공무원도 더 뽑아서 실업률을 낮추어야 한단다.


국정 운영의 방향이 작은 정부라는 원칙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작은 정부가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현실은 허리띠를 풀 때가 아니라 더욱 조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조세 부담률은 OECD 국가 중에서 상위권이다. 예산팽창으로 국가 채무도 크게 증가하고 있고 저출산과 인구의 고령화 추세 때문에 미래의 조세 부담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예산을 팽창시키고 국민에게 조세로 전가한다면 우리 경제의 활력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한번 늘어난 공무원 조직은 기득권화하면서 이를 되돌리기 매우 힘들다. 과거 우리는 공무원 감축, 민영화 등을 얼마나 힘들게 추진해왔는가? 예산을 늘리고 정부조직을 키우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 반대는 무척이나 고통스럽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와그너의 법칙(정부 규모는 경제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한다), 파킨슨의 법칙(행정조직은 그 일과 관계없이 계속 팽창한다)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현재의 정책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파 개혁이든 좌파 개혁이든 실용적인 노선을 생각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 선진국들이 하나같이 작은 정부의 기치를 들고 정부개혁에 나섰는지 그 이유를 곰씹어 보자. 시장경제의 창달과 작은 정부의 원칙은 정권따라 바뀌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철칙이 되어야 한다. 이제 임기의 절반을 넘어선 참여정부는 국정운영의 방향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비대해질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민간투자가 회복되어 성장잠재력이 높아질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공공부문을 늘리는 일시적·대증적 실업대책이 아니라 민간의 활력 회복을 통해 건강한 경제성장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자신의 재신임을 걸면서까지 우정성의 민영화를 관철시켰다는 소식이 들린다. 요즘 들어 경제대국 일본이 새삼스럽게 보이는 것은 괜한 시샘 때문일까?

이재우 (동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jaewoo@de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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