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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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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소득세율인하는 부자들만의 잔치인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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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원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세는 소득이 높을수록 한계세율(추가되는 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높아지는 이른바 초과누진세율구조로 되어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소득이 낮은 사람은 추가적인 소득에 대해서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추가되는 소득에 대해서 적용받는 소득세율은 더 높아진다. 예를 들면 면세점에 훨씬 못 미치는 사람이 만원을 더 벌 때 더 내야하는 세금은 0원이지만 연간 과세소득이 8000만원을 넘는 사람은 만원을 더 벌 때마다 주민세까지 포함해서 약 400원의 세금을 더 부담한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세율을 인하하면 더 큰 혜택을 보는 계층은 대체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다.

물론 세율을 어떻게 인하하는가에 따라 실제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 세율을 인하하는 한 가지 방법은 최고한계세율을 낮추어 주는 것이다. 다른 세율은 그대로 두고 8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 적용하는 세율만 예를 들어 40%에서 35%로 인하한다고 하자. 그러면 1년에 100억원을 버는 사람은 거의 5억원의 세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8000만원 이하인 사람들에게는 1원의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다.

또 하나의 방법은 모든 계층의 한계세율을 1%포인트씩 내려주는 방법이다. 최근 정부가 경제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단행한 세율인하조치는 이러한 것이었다. 이 경우에는 대체로 모든 사람의 세금이 자신의 전체과세소득의 1%만큼씩 줄어든다고 말할 수 있다. 비율로 따지면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절대금액으로 따지면 고소득층의 세감면 규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법의 소득세율 인하가 가능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세금을 많이 부담하던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절대액으로 보면 더 많이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까 ‘부자들만의 잔치’라는 표현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과연 부자들만의 잔치일까?

정상적인 시장경제에서 소득이 높다는 것은 더 효율이 높은 생산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좋은 기술이나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마치 뛰어난 선수를 가지고 있는 팀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높은 것처럼 효율성이 높은 생산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국제경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 부자들에게 더 과중한 소득세를 물리면 바로 이러한 고효율 생산요소가 외국으로 빠져나가거나 국내에 남아 있다고 해도 생산 의욕을 잃고 열심히 일하지 않게 된다. 우수한 선수를 다른 팀으로 빼앗기는 경우가 안타까운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팀에 남아 있다고 해도 의욕을 잃고 열심히 뛰지 않는다면 그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경제의 대표선수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열심히 뛰면 그들의 소득이 많이 늘어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임금이 올라가는 등 저소득층을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특히 국가간의 이동이 더 자유로운 생산요소는 자본이다. 우리는 투자가 계속되지 않으면 성장이 없고 성장이 없으면 고용도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세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투자의 열매가 더 탐스러워진다는 뜻이므로 투자의욕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소득세율을 높이는 것은 자본이 우리나라를 떠나게 하고 외국자본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된다. 혹시 높은 세후 수익을 따라서 외국으로 나가는 자본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자본가들은 다 떠나가도 좋다고 소리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국심을 발휘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애국심 등에 호소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나아가서 우리 자본이 외국에 나가서 더 높은 소득을 벌어올 수 있다면 그것도 애국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세금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투자되어야 할 자본이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여하튼 현실에서 자본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것은 한 나라의 경제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일이며 이런 이유 때문에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소위 DIT(dual income tax)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을 더 낮은 세율로 과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자본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한 나라의 경제발전에서 고급인력의 중요성이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다. 여러 분야의 첨단기술 수준은 그 분야의 최고급 두뇌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의해서 결정된다. 기술 분야뿐 아니라 마케팅이나 금융 그리고 기타 서비스 분야에서도 고급인력을 가지고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한 기업이나 나라의 경쟁력은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사람들은 대개 엄청난 액수의 연봉이나 다른 형태의 보수를 받는 것이 보통인데 보수가 많을수록 세율차이에 따른 세 부담의 차이가 커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외국어에도 능하기 때문에 외국기업들이 노리는 스카우트 대상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소득분배의 평준화를 목적으로 고소득에 대한 세율을 지나치게 높이면 자본뿐 아니라 우리에게 필수적인 고급인력도 해외로 많이 빠져나갈 유인이 생기게 된다. 이들은 해외에서 더 높은 세후 소득을 누리지만 국내에 남아있는 다른 사람들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내성장의 둔화와 고용기회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소위 하향평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뛰어난 운동선수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오면 우리 국민 모두가 기뻐하고 행복해 한다. 우수한 인력이나 기업의 활동으로 우리 경제가 국제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되면 기분만 좋은 것이 아니고 실제로 우리 국민 모두에게 경제적인 혜택이 돌아온다. 당장 눈앞의 평준화를 위해서 대표선수들의 발목을 잡으면 일류선수들은 모두 해외 팀으로 빠져나가고 국내에는 2류 선수들만 남게 되어 평준화는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모두가 전보다 못살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곽태원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twkwack@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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