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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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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공교육 정상화의 한 가지 해법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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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관

현재 조기유학생이 10만명을 넘었고 매년 2조 5천억원 이상이 유학비로 지급되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필리핀까지 조기 유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얼마 전 신문에는 기러기 아빠가 죽은 지 5일 만에 월세 원룸에서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사람들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 무엇이 이들을 밖으로 내모는가? 이러한 것이 한두 건의 특별한 사건이라면 개인적인 문제로 돌릴 수 있지만 사회적 현상이라면 거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교육시스템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데는 두 가지 중요한 기준이 있다. 하나는 사람의 수학능력과 재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능력과 재능에 맞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능력이 있는데도 가난하기 때문에 교육기회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교육을 제공하는 평준화 교육은 이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다. 학교 선택권이 없이 일률적으로 모두에게 같은 교육을 제공하니 한 교실 학생들 중 우수학생들과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제외한 일부분의 학생들만이 수업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학교 폭력이 일반화되어 있고 중도 탈락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아이와 가족을 조기유학으로 내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적은 등록금이라도 부담일 수밖에 없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생활비까지도 장학금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짧은 정부 예산으로는 충분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최근 OECD에서 발표한 교육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2002년에 공교육비가 GDP의 4.2%, 사교육비 2.9%로 합계 7.1%를 교육비로 지출하였는데 이는 OECD국가 중 아이슬란드의 7.4%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사교육비 지출은 OECD 국가 평균의 4배 수준에 이른다. 이를 2004년도 GDP를 이용하여 환산하면 공교육비로 32조, 사교육비로 23조 정도를 지출하여 총 55조를 교육비로 지출하였고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이 780만명 정도이니 학생 1인당 평균지출액은 700만원 수준이다. 아마도 사교육비의 대부분은 학교교육의 보충을 위한 것과 그 외 음악이나 미술 등 재능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 그리고 영어 등의 언어교육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교육은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모두 학교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 교육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교육비를 공교육으로 흡수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한 가지 방법은 세금을 늘려 교육비 지출을 대폭 늘리는 방법이다. 현재 교육예산은 30조 정도로 이중의 80% 정도가 인건비와 경상운영비로 지급되고 있고 나머지가 시설투자 지원에 사용되고 있다. 만약 현재와 같이 학교 선택권을 배제한 채 사설 교육기관에서 제공되는 언어 및 재능교육을 공교육으로 제공하고 능력에 따른 맞춤식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학급규모를 줄이고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초등학교 기준으로 현재의 35명 수준에서 OECD 평균 수준인 21명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교사수와 학교 시설을 지금의 50% 이상 증가시켜야 하는데, 대충 어림잡아도 10조 이상의 추가적 재원이 필요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배제하여 경쟁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증가시킬 경우 나눠먹기식 지출이 되고 투자효율이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다른 방법은 현재의 일반학교들을 대거 다양한 형태의 자립형 또는 특수목적 학교로 전환을 하여 등록금을 자유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 선택권이 학생들에게 주어지고 학교 간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교육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공교육으로 흡수될 것이다. 특수목적 학교나 자립형 학교는 등록금은 비싸지만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이 모두 이루어지므로 만족도가 높고 그만큼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만약 일반 학교의 1/3을 이런 자율적 학교로 전환시킬 경우 정부 교육예산이 1/3이 절약되고 금액으로는 10조가 된다. 이 재원은 나머지 일반 학교의 교육수준을 향상시키고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만약 이 재원을 모두 어려운 학생들의 지원에 사용할 경우 1인당 평균교육비 700만원에 생활비까지 합해서 10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해도 100만 명에게 지급할 수 있고 이는 현재 총 재학생의 1/8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장학금 지원은 학교에 주는 것이 아니고 학생에게 직접 주어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예산을 증가시키는 앞에 방법은 장기적으로 투자에 비해 교육의 효율성을 낮출 가능성이 높은데 비해 정말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 되면서 국가 재정에 압박을 준다. 뿐만 아니라 아마 사교육비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 후자는 수요자의 선택권을 허용하여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정부재정 지출은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말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의 특집 기사에 따르면 중국이 이미 초중고 교육시장을 개방했으며 태국은 아시아의 국제학교 메카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서비스 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싱가포르는 2001년에 이미 교육산업에서 2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고 이는 정보통신분야의 2배에 이른다고 한다. 몇 십 년을 내다보는 이들 국가의 지혜가 부럽다.

이우관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wookwan@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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